한국전쟁 민간인 집단학살 피해자인 대구형무소 재소자의 유족들에게 74년 만에 국가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대구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채성호)는 '대구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A씨 등 피해자 5명의 유족 1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유족 측은 "국가가 피해자들을 불법적으로 살해한 군인·경찰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기관으로서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유족들이 낸 증거만으로 군경의 불법행위로 사망하게 됐다고 볼 수 없고, 소멸시효가 지나 손해배상청구권도 소멸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가 소속 헌병대원, 방첩대원, 경찰 등 공무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피해자들을 살해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해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이로 인해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국가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만료 주장에 대해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등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한 경우 피해자와 유족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진실규명 결정일이 아닌 진실규명결정통지서가 송달된 날을 의미한다"며 "진실규명결정 통지서를 송달받은 2023년 10월 18일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 소송이 제기돼 국가의 항변은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연손해금과 관련해 "불법행위 당시인 1950년 7월~8월부터 변론종결일인 올해 6월 20일까지는 74년이 경과했다"며 "통화 가치와 물가, 국민 소득수준에 변동이 생겼으므로 변론종결일 이후 기간에 대해서만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때문에 정부가 소송에 나선 유족 12명에게 740여만원~1억6,500여만원씩 모두 7억7,800만원 상당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이에 불복해 지난 8월 9일 항소한 상태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을 맡은 구인호 변호사(법무법인 참길)는 "재판부에서 유족들의 가족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인정해 판결 자체에 대해 유족들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심에서 마무리되기를 바랐는데 항소로 배상이 늦어져 아쉬움은 있다"며 "국가에서 항소이유를 내는 것을 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시기인 1950년 7~8월경 대구형무소 재소자, 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들이 대구 가창골·경산 코발트광산·칠곡 신동재 등에서 경찰·군인에 의해 집단 학살됐다.
진화위는 지난해 9월 대구형무소 재소자 34명에 대해 "제3사단 제22연대 헌병대, 대구 경찰에게 정치·사상범이라는 이유로 불법적으로 희생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공식 사과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 ▲추모사업 지원 ▲역사 기록 반영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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