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 대구 10월항쟁, 73년 만에 가창골에서 유해 발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5.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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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방첩대·경찰 적법한 절차 없이 민간인 학살
1950년 7월 달성군 가창면 사살...용계리 30여명 매장 추정
2기 진화위 24일 개토제 발굴 첫삽, 48건 진상규명 조사개시
채영희 유족 회장 "제발 뼈 한점이라도 나오길, 간절한 마음"


국가 폭력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 대구 10월항과 관련해 국가가 처음으로 가창골에서 유해 발굴을 한다. 유족들이 개별적으로 발굴 작업을 한 적은 있지만 공권력이 삽을 뜨는 것은 73년 만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와 (사)10월항쟁유족회(이사장 채영희)는 23일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대구경북 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과 관련해 유해발굴 작업을 한다고 밝혔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사건 현장에서 가창댐 공사 시 발굴된 유해를 현 유해 매장 추정지로 이장 / 사진.2기 진화위
대구 달성군 가창면...사건 현장에서 가창댐 공사 시 발굴된 유해를 현 유해 매장 추정지로 이장 / 사진.2기 진화위

진화위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대구 가창골에서 유해발굴을 위한 작업을 하는 것은 195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진화위와 유족회는 오는 24일 대구 달성군 10월항쟁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에서 '대구경북지역 형무소재소자 희생 사건 유해 발굴 개토제'를 연다. 

이후 가창면 용계리 산 89-6번지에서 본격 유해 발굴 작업을 한다. 해당 지역은 가창댐 공사 당시 유해가 발굴돼 현재 지역으로 옮겨져 묻혔다. 매장지는 여러 제보자 증언을 바탕으로 지목됐다. 

매장된 유해는 모두 30여구로 추정된다. 진화위는 예산 6,000만원을 들여 6월 안으로 유해 발굴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유해 발굴 작업은 (재)선사문화연구원(원장 우종윤)이 주도한다. 
 
유해발굴 현장 진입로인 가창용계공원 등산로 / 사진.2기 진화위
유해발굴 현장 진입로인 가창용계공원 등산로 / 사진.2기 진화위

해당 사건 공식 명칭은 1기 진화위가 '대구경북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2010년)'으로 명명했다. 당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재소자, 보도여맹원, 예비검속자들이 1950년 7월 초  경북 경산코발트광산과 대구 가창골 골짜기, 칠곡 신동재, 본리동 등에서 집단 살해됐다.

대구형무소에 상주하던 대구경북 방첩대(CIC), 3사단 22연대 소속 헌병대, 대구경찰 등은 적법한 절차 없이 2차례 걸쳐 최소 1,400여명의 재소자, 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들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1차 처형은 1950년 7월 7일~9일까지 헌병대와 방첩대에 의해 '좌익사범'으로 지목된 이들이 희생됐다. 사형수와 무기수 등은 2심 재판을 앞뒀지만 재판을 못받고 끌려나가 희생됐다. 2차 처형은 1950년 7월 27일~31일까지 이어졌다. 특히 대구형무소는 남은 재소자들을 분류해 역시 '좌익사범'으로 1,196명을 '진주이감'한다며 끌고 나가 군 헌병대에 인계했다. 이들 모두 살해됐다.
 
대구 10월항쟁유족회 채영희 이사장(2021.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10월항쟁유족회 채영희 이사장(2021.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기 진화위는 이번 유해 발굴 사건과 관련된 대구형무소 사건과 관련해 추가 진실규명으로 신청한 60건 가운데 48건에 대해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현재 이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진화위는 유해 발굴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지난해 7월 '유해 매장 추정지 실태조사 유해 발굴 중장기 로드맵 수립 최종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근거로 전국 6개 지역 7곳에서 현재 유해 발굴 중이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은 "1946년 10월항쟁으로부터 77년. 가창골로 끌려간지 73년 만에 국가 힘으로 첫 삽을 뜨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제발 아버지, 어머니의 뼈 한점이라도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유족들이 한을 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23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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