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월항쟁 77년, 부모가 국가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됐다고 목소리를 내던 유족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 어느덧 고령이 됐다. 유족들은 시간이 더 지나면 항쟁이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힐까 걱정이다.
대구 시민들이 유족들과 함께 10월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시민모임'을 발족했다.
'10월항쟁을 기억하는 시민모임'은 지난 31일 저녁 달서구 도나의집(달서구 진천동 470-23)에서 시민모임 발족을 선언했다.
'시민모임'은 지역사회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김경애, 김명숙, 김은희, 김태영, 신영철, 우창수, 이재갑, 천용길 준비위원 등 시민모임 발족 대표 제안자는 8명이다. 80대~90대로 고령인 유족들을 대신해 항쟁이 일어난 10월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항쟁에 대해 접할 수 있도록 알리자는 취지다.
지난 7월 9일 첫 모임을 가진 뒤 10번의 회의를 거쳤다. 온·오프라인으로 회원 신청을 받아 지금까지 30여명의 시민들이 모임에 참여했다. 공식 발족식을 내년 1월에 열고 대표를 선정한 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구술·사진 등 10월항쟁 자료를 모아 아카이브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10월항쟁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교육을 할 예정이다.
시민모임은 지난 10월 5일부터 31일까지 '그해 10월, 아버지를 만나러 갑니다'를 주제로 이재갑 사진작가 전시회를 열었다. 이 작가는 지난 2002년부터 20년 동안 경산 코발트광산 민간인 학살과 10월항쟁 등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10월항쟁 희생자 유족 10명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았다.
10월 항쟁을 알리기 위한 합창단도 구성하고 있다. 현재 20명가량의 시민이 합창단에 신청했다. 연령대는 초등학생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오는 11월 9일 첫 모임을 가진 뒤, 1~2주에 한 번씩 연습할 예정이다. 내년 10월항쟁 위령제 전까지 정기 공연을 열고, 위령제에도 참석해 노래로 유족들을 위로할 계획이다.
신영철 시민모임 준비위원은 "10월항쟁의 의미들을 확산시켜 나가고 시대에 맞게 재구성해 시민들에게 널리 알릴 것"이라며 "10월항쟁 자료들을 모아 아카이브를 만들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영희 (사)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은 "워낙 묻혀 있던 10월항쟁을 알리기 위해 시민들이 나서서 어려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너무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0월항쟁은 대구시민들이 1946년 10월 1일 미군정의 친일 관리 고용·식량 공출 시행 등을 비판하며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였다. 미군정과 경찰은 계엄령을 선포해 무력으로 진압했다. 대구에서 시작한 항쟁은 그해 12월까지 전국으로 퍼졌다. 10월항쟁 가담자·보도연맹원·대구형무소 수감자는 한국전쟁 전후 경산코발트광산·가창골·칠곡 신동재 등지에서 집단 사살됐다. 진화위는 2009년 10월항쟁이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었다는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