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요리 연기가 빠지지 않던 대구의 한 중학교 급식실. 알고보니 후드가 고장났다.
밖으로 빠져나가야 할 연기가 역회전해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시공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2년간 모두 14명의 급식실 노동자들이 발암물질로 알려진 '조리흄'에 노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대구시교육청과 대구시동부교육지원청에 9일 확인한 결과, A중학교 급식소 환기시설 부실시공으로 재공사가 진행 중이다. 설치된 후드와 시설들을 뜯어내고 환기시설을 다시 설치하고 있다.
A중학교는 지난 2021년 3월 급식실 현대화 공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후드를 교체했다. 하지만 급식노동자들은 공사 이후에도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수차례 항의했다.
튀김과 전 등 기름을 많이 사용한 요리를 하는 날에는 눈이 따갑고 숨이 막혀 눈물, 콧물을 흘렸고 조리실 바깥 공기를 마시고 와야 할 정도였다. 겨울에도 창문을 열고 일해야 했다. 급식노동자들은 여러 차례 학교에 항의했지만 바뀐 건 없었다. 그렇게 2년을 급식실에서 일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학교 급식실 환기시설 기술 지침을 만든 이후 대구교육청은 2022년 해당 지침을 기준으로 전체 학교 후드 조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A중학교의 후드 고장을 발견하지 못했다.
조리실무원이 올 6월 교장과 면담 이후 시공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를 불러 후드의 역회전을 처음 발견했다. 대구교육청과 동부교육지원청은 노동자들과 면담을 실시했다. 자체 감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처분했다. 지난 10월부터 환기시설 개선공사에 들어갔다. 오는 19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급식노동자들에 대한 폐검사도 추가로 실시했다. 폐검사 결과, 2년간 A중학교에서 일한 급식노동자 14명 가운데 9명이 검사에 응해 모두 4명의 노동자에게 폐결절 이상 소견이 나왔다. 모두 40대~50대 중년 여성들이다. 특히 급식실 1년차 노동자인 A씨도 폐결절 이상 소견을 받았다.
노조는 이번 사건 원인을 부실시공을 한 시공업체와 이를 방치한 대구교육청의 책임이라고 봤다. 또 환기시설 부실시공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돼 건강상 큰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지부장 정경희)는 9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은 고장 난 급식실 후드를 방치했다"며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또 "건강 피해는 물론 재공사로 학기 중 휴업에 들어가 임금 70%만 받아 경제적 피해도 입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회성 폐암 검사가 아닌 A중학교 급식종사자 지속적 건강관리 수립과 정밀검사 실시 ▲교육청과 학교의 잘못으로 인한 휴업의 피해, 임금 손실 막고 경제적 피해 보상 ▲부실공사 원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학교 현장 문제 해결을 위한 공식 절차 보고 체계 수립을 촉구했다.
이건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정책국장은 "재시공 이후에도 후드가 재역할을 하는지 외부 민간 전문가들이 입회 하에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예산을 투입해 설비한다해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성능을 확실히 검증해야 건강한 학교급식실의 노동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교육청은 9일 설명자료를 내고 "시공업체는 부정당업자로 제재처분을 요구했고 수사도 요청했다"며 "학교 관리 감독권한을 가진 동부교육지원청 담당자들에 대해서는 경징계, 경고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체 점검과 합동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2027년까지 전체 초중고 462개교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을 통해 종사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동부교육지원청 담당자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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