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수의계약 비율 전국 1위...'수상한 체결' 막을 안전 장치 부족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4.01.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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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7.83%로 지자체 243곳 중 1위, 전국 평균의 2배
수성구 뺀 8곳 평균보다 높아, 대구시 17개 시.도 중 7위
지방의원 불법 수의계약 수두룩→사과뿐 '제재' 수단 부실
경기도 사전심의위 지침 / 나라살림연구소 "조례 제정"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수의계약' 체결 금액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대구 중구로 나타났다. 

'나라살림연구소'(대표 정창수)는 지난해 12월 27일 '2022년 결산 기준 전국 지자체 수의계약 비율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수의계약 비율은 행정안전부 '지방재정365'에 공시된 1,000만원 이상의 계약실적을 대상으로 했다. 대상 회계는 일반회계와 기타 특별회계다.
 
재방재정365 지방재정통계 / 화면 캡처. 지방재정365 홈페이지
재방재정365 지방재정통계 / 화면 캡처. 지방재정365 홈페이지

중구(구청장 류규하)의 2022년 전체 계약 실적은 210억2,000만원이다. 67.83%인 142억5,800만원이 수의계약이다.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 평균 31.8%보다 2배 이상 높다.

◆ 수성구 1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8개 구.군의 수의계약 비율도 모두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대구 9개 구.군의 수의계약 비율 평균은 전국 자치구 평균보다 높았다. 대구 기초단체 평균은 40.89%로, 전국 평균 35%보다 5%p 이상 높다. 중구에 이어 달성군 44.47%, 달서구 41.54%, 군위군 41.31%, 동구 40.41%, 남구 37.54%, 북구 33.65%, 서구 33.65%, 수성구 27.6% 순으로 나타났다.
 
'2022년 결산 기준 지방자치단체별 수의계약 비율' / 자료. 나라살림연구소
'2022년 결산 기준 지방자치단체별 수의계약 비율' / 자료. 나라살림연구소

◆ 대구시의 수의계약 비율도 17개 지자체의 평균보다 높았다. 

대구시 수의계약 비율은 23.55%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7위다.

하지만 다른 시·도의 평균 비율 18.5%에 비교하면 5%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세종시가 43.13%로 가장 높다. 이어 충남 31.07%, 제주 29.43%, 부산 37.11%, 강원 26.79%로 뒤를 이었다. 인천이 6.83%로 수의계약 비율이 가장 낮았다.

◆ 말 많고 탈 많은 '수상한 수의계약'...공직자 '이해충돌' 우려도 
 
수의계약은 경쟁이나 입찰에 따른 계약이 아니라, 발주기관이 임의로 계약 상대자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계약을 신속히 체결해 효율적으로 계약을 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계약 체결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부족하고 계약자의 자의적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부정한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경쟁 제한으로 가격 인하 가능성이 낮아 비용이 과다 투입될 수 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는 "추정가격이 2,000만원 이하인 물품의 제조, 구매계약 또는 용역계약에 대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점이 분명하지만 단점도 큰탓에 전국 자치구에서 매년 수의계약 관련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적 있다. 

배태숙(국민의힘.비례) 중구의원은 작년 7월 감사원 감사에서 구의원 당선 후 차명 회사를 세워 중구청과 8차례 1,680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이득을 챙겼다. 같은 당 권경숙(중구 가선거구) 의원은 중구청과 '불법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 의원은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본인과 아들 명의 업체로 구청과 17차례 수의계약을 맺어 1,000여만원 이익을 챙겼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해 9월 보도자료에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 지방의원과 가족 불법 수의계약, 전국 26곳 81건 적발...'사과'에 그쳐 

현행 지방계약법상(제33조)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의 경우 수의계약 자체를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구조상 스스로에게 이익을 몰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원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등 가족이 대표를 맡은 회사도 수의계약을 맺을 수 없다. 하지만 감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수의계약 뒤에 감춰진 수상한 거래는 수두룩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2022년 6월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지방의원과 배우자 등 그의 가족이 해당 지자체와 체결한 수의계약 액수는 49억9,000만원이다. 전국 지자체 26곳에서 81건의 법 위반을 적발했다.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징계를 때려도 제명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사과로만 끝난다. 제명을 한다해도 '불법 수의계약' 경우 현행법상 의원직 상실에 이르지 않기 때문에 다시 의회로 돌아온다.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스스로 이를 제제할 추가적인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 대구 안전 장치 부족...경기도, '수의계약심의위' 지침 마련  

대구에는 방지 대책이 부족하거나 전무하다. 대구 9개 구.군 가운데 동일업체 계약 건수 제한 등 과도한 수의계약을 방지할 조례를 제정한 곳은 없다. 다만 내부 방침으로 이를 제한하는 곳들이 있다. 동구는 1년에 5건 이하로 동일업체 계약을 제한한다. 서구는 1년에 10건 이내로 정했다. 남구는 1,000만원 이상 계약에 대해 1년에 5회 이상 맺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북구는 500만원 이상 계약의 경우 연간 3회 이내로 계약을 제한한다. 달서구의 경우 500만원 이상 계약에 대해 1년 한도액 6,000만원 이상이 되는 업체에 대해 계약을 못하도록 정했다. 

반면 경기도는 지난 2021년 '수의계약심의위원회 운영 지침'을 마련했다. ▲2인 이상 견적대상 2,000만원 초과→1,000만원 초과로 확대 ▲1인 견적대상 2,000만원 이하→1,000만원 이하로 축소 ▲동일 업체 1인 견적 계약 건수 연 3회 제한 ▲1인 견적 수의계약 의뢰 전 과업 수의계약 충족 여부 사전 심의 등을 내용으로 한다.

중구청 관계자는 "예산과 지출 규모가 다른 구보다 적어 수의계약이 많은 것 같다"며 "관련 조례는 없지만, 구청 자체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할 때 한 업체에 몰아주기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연초에 각 부서에 내려보낸다"고 설명했다.
 
대구 중구청(2024.1.1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중구청(2024.1.1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통합발주·세분화 계약 조례 재개정 목소리..."특정 업체 쏠림, 불공정 방지"

나라살림연구소는 수의계약의 적정 비율에 대한 규정이나 사회적 합의는 없지만, 총계약 실적의 절반 이상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지자체의 경우 수의계약 체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해당 비율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며 "부서 간 통합발주 활성화와 세분화된 쪼개기 계약으로 행정력 낭비 해결과 공정계약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의계약 공정성 확보를 위해 조례상의 지침 제정, 수의계약 건수·총액 제한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가 조례 제·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수의계약 체결의 적정성, 특정 업체로의 쏠림 계약 등에 대한 점검을 통해 계약 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과도한 수의계약은 투명성이나 공정성을 훼손할 확률이 높고, 공무원들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많아진다"며 "계약을 체결할 때 위원회를 통해 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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