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의회가 윤리특위의 의원 제명 결정을 뒤집고 30일 출석정지로 수위를 낮춰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구의회(의장 김오성)는 7일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6명 중 과반 이상 찬성으로 배태숙(국민의힘.비례대표) 의원 '출석정지 30일, 공개 사과' 징계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윤리위 제명을 뒤집고 그 보다 한 단계 낮은 징계를 결정해 배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윤리위는 지난 4일 배 의원 제명 징계 안건을 의결해 본회의에 상정했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의원들 표 수가 부족해 제명 안건은 부결됐다. '지방자치법' 100조에 따르면, 기초의원 제명에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중구의회는 국민의힘 5명, 민주당 1명으로 구성됐다. 6명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4명 이상이 제명 안에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4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았다.
제명 안건 부결 후 중구의회는 곧 바로 비공개 회의를 열고 배 의원 징계 수위를 다시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중구의원들은 배 의원 징계 수위를 30일 출석정지와 공개 사과로 조정했다. 그리고 이 징계안을 재상정해 통과시켰다.
배 의원은 지난 7월 19일 감사원 감사 결과 구의원 당선 후 유령회사를 세워 중구청과 8차례에 걸쳐 1,680만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감사원은 김오성 의장에게 징계 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류규하 중구청장에게는 문제 업체들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김오성 중구의회 의장은 징계안 통과 후 기자들과 만나 "배 의원이 경영에 참여했다는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30일 출석정지 의견을 제시했고, 결정을 존중했다"면서 "경영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확인되면 그때 다시 징계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최근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겸직하고 있는 회사의 수의계약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초의원에 당선된 작년 7월부터는 의정 활동으로 바빠 회사 경영 참여, 운영은 손을 놓다시피 했다"면서 "수의계약 체결에 별도의 지시, 청탁, 묵인한 사실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이유다. 배 의원이 중대한 비위행위를 저질렀는데도 제명 처분하지 않고 징계 수위를 낮춰 의원직을 유지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7일 논평을 내고 "아무리 제 식구 감싸기가 지방의회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고 해도, 이번 중구의회의 솜방망이 징계는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라면서 "배태숙 의원에 대한 징계는 지방자치를 욕먹이고, 나아가 대구지역을 욕되게 하는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대구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중구의회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규탄하며, 배 의원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과 '지방계약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 조치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중구의회가 지금까지 보여온 모습과 오늘의 결정을 보며 존재 이유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중구의회는 구정을 견제하고 주민 복리를 위해 일하기는커녕 부정비리로 징계를 받은 의원, 불법적 주소이전으로 자격을 상실한 의원, 패를 갈라 싸우는 의원들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마당에 죄질이 나쁜 범죄자의 의원직을 보전해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만들어내 의회 존립 근거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면서 "중구의회는 해산하고, 배태숙 의원은 지금이라도 의원직을 사퇴해 법적·윤리적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범죄의 중대성으로 봤을 때 이 사안은 30일 출석정지로 마무리될 일이 아니"라면서 "중구의회는 의원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이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배태숙 의원은 사퇴해도 모자랄 판에 사과로 무마시키겠다는 건 염치 없는 행위"라면서 "이번 주 중으로 배태숙 의원과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기초의회에서 중구의원이 제명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지난 2020년 12월 대구 첫 사례로 김인호 달서구의원 제명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원이 제명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해 의원직을 유지했다. 민부기 서구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제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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