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남구'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격전지' 중 하나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이 내리 당선되는 지역이지만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의 공천 번복에 지명도 낮은 정치 신인 전략공천으로 보수층 표가 갈라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 중남구 선거구에 예비후보만 8명이 등록했었고, 1명으로 최종 정리됐으나 그 후보가 '5.18 망언'으로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후보였다. 수많은 비판에도 도 후보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중남구 선거구는 현재 국민의힘 임병헌(71) 의원 지역구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곽상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당선됐지만 곽 의원이 '화천대유 아들 퇴직금 50억원' 논란으로 사퇴하며 2022년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임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22.39% 득표율로 당선돼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더불어민주당 허소(54) 전 청와대 행정관, 국민의힘 전략공천을 받은 김기웅(62) 전 통일부 차관, 무소속 도태우(54) 변호사까지 3파전으로 치러진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곽상도 후보가 67.49% 득표율로 더불어민주당 이재용(31.01%), 국가혁명배당금당 정재홍(1.49%)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 지역구에 속한 행정동은 중구 동인동, 삼덕동, 성내동, 대신동, 남산동, 대봉동, 남구 이천동, 봉덕동, 대명동 등이다. 지난 29일 오후 중구 남산동 아파트단지, 남구 명덕네거리, 대명시장,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대구교육대학교 등 남산동, 대명동 일대에서 유권자 30여명을 만나 총선 민심을 들어봤다.
"무조건 국힘 찍어서 대통령 힘 실어줘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대체로 김기웅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낙하산 공천'이라는 김 후보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능력만 있다면 괜찮다", "민주당도 그렇지 않냐"는 의견이다.
청라센트럴파크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이모(75.남산4동)씨는 "무조건 국힘을 찍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고, 함께 있던 김모(72.남산4동)씨도 "민주당이 세금으로 국민들에게 돈 준다고 하는 건 표 얻을려고 그러는 거다. 나라를 맡겨서 되겠냐"며 "국힘을 찍어서 대통령 임기 동안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명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모(75)씨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모두 찍었는데 너무 못해서 국힘으로 돌아섰다"며 "부동산 가격 내린다 해놓고 올렸지 않냐"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도 연고 없는 지역에 공천 많이 했는데, 국힘도 상관 없다"며 "노무현 이야기를 하면 지금도 눈물 나지만 민주당은 안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웅 후보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다. 대구교대 앞에서 만난 김모(27.대명2동)씨는 "김기웅 후보가 갑자기 공천돼서 당황했다. 어떻게 공천을 받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공천 받으면 다 될 줄 아나...국힘 정신 차려야, 민주당 지지"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박근혜·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과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김모(48.남산1동)씨는 "국힘도 대구에서 공천만 받으면 다 될 줄 안다고 생각하냐"며 "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보성청록타운아파트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서모(59.대명3동)씨는 "우리 집 남편이 국힘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이번에 민주당 찍겠다 하더라. 깃발만 꼽으면 되는 지역인데 인물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도 잘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우리가 뽑았으니 임기 끝날 동안은 지켜봐야 하지 않냐"며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난 뒤 못하면 다음 대선에서 심판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대명시장에서 만난 정모(52.남산4동)씨는 "예전에 박근혜를 밀었는데 국정농단 사태가 터져 실망을 많이 했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명품 가방(디올백) 논란만 봐도 잘못한 게 너무 많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대구가 울타리에 싸인 지역이라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며 "좋은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5.18 망언' 도태우 무소속 출마..."경솔했다", "사과했지 않냐" 의견 엇갈려
도태우 후보의 '5.18망언' 논란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신중했어야 했다", "경솔했다"고 말했다. 반면 "사과했으면 된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었다.
계명대 대명캠퍼스에서 만난 서모(25.성내동)씨는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신중하게 발언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선거 판세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TK에서 파란 옷을 입고 당선되는 것은 힘들지 않겠냐"고 예측했다. 보성황실타운 앞 공원에서 만난 임모(44.남산2동)씨는 "국힘이 판단을 잘한 것 같다"며 "논란 때문에 무소속으로 나와서 당선될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명덕네거리에서 만난 60대 이모(남산4동)씨는 "원래는 국힘을 지지했다. 구관이 명관이라 하지만 이제 새로운 사람으로 바뀔 때도 됐다"며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년층에서 도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50대 하모(남산4동)씨도 "5.18발언은 사과했으니 괜찮다"며 "누군지도 모르는 국힘 후보보다 인지도 많은 도태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정치 관심 없다" 거절도...후보들에게 "지방 문제 해결, 민심 살펴야" 요구
주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만난 유권자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잘 모른다", "나랑 관계 없는 일", "관심이 없다"며 말 하기를 꺼려했다. 박모(38.남산4동)씨는 "중남구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됐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대한민국이 좌우로 나뉘었다면, 이제는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뉘는 것 같다"면서 "의원들이 지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라센트럴파크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김가영(37.남산4동)씨는 "후보들은 본인들이 말한 공약들을 제대로 지키고 민생을 살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