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정치 협상의 '전략적 지렛대' 확보
제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0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문재인 정부 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개혁을 추진하자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 사단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조국 대표 본인은 물론 그 가족에까지 가혹한 칼날을 들이댔었다. 조국혁신당 돌풍에는 검찰의 일그러진 ‘정의’를 목격한 일반 국민의 분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비례정당 투표에서 24.25%를 득표하여 국회의원 12석을 갖게 되었다.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면 73명이 당선될 수 있는 놀라운 성과였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구와 연관해서 비례정당을 선택한 사람이 적지 않으므로 평소의 정당 지지율도 고려해야 한다. 선거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14.2% 정도로,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면 40석가량 얻을 수 있다.(리얼미터 조사 : 2024.4.11~12 /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 /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 표본오차 : ±3.1%P (95% 신뢰수준) / 이 조사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 참조)
조국혁신당 12석과 민주당 171석을 합하면 183석이다. 여기에 두 정당 외의 ‘민주진보’ 진영 6석을 더하면 189석이 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즉 180석 이상 또는 안건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제22대 국회에서는 여당이 국회 의사 진행을 지연시킬 방법이 없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야권이 몇 표를 더하여 200표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하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고, 개헌안을 의결할 수 있으며, 대통령 탄핵소추도 가능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12석의 조국혁신당은 정치 협상의 ‘전략적 지렛대’ 하나를 확보한 셈이다.
"분권과 자치" 공약 지키려면 지역정당 추진해야
이번 선거에서 야권의 압승은 지난 2년간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므로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야권은 힘을 합쳐서 정권의 퇴행과 실정을 견제・시정해야 한다. 또 소위 ‘이채양명주’(이태원, 채 상병, 양평 고속도로, 명품 가방, 주가 조작) 의혹도 밝혀야 한다. 이러한 야권 공통 과제 외에 필자가 조국혁신당에 바라는 역할이 있다. ‘전략적 지렛대’를 활용하여, 거대 양당이 거부하거나 내켜 하지 않는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일이다.
민주국가의 정부와 의회는 당연히 국민 대표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지금의 국회 구성은 일반 국민과 현격히 차이가 난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진정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정당의 다양화, 시민의회가 필요하다. 이 중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양대 정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에 유리하므로 필자가 굳이 권하지 않아도 조국혁신당이 알아서 추진할 것으로 믿고, 나머지 두 가지에 대해서만 언급하려고 한다.
먼저, 정당의 다양화에 대해. 이번 총선에서 정당이 59개나 나섰지만 결국 양대 정당이 의석을 거의 다 차지해 버렸다. 진정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이 문제는 상당히 해소될 것이다. 그래도 지방 주민에게는 지역정당이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당법에 의하면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이 등록해야 성립하고, 5개 이상의 광역시・도에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모든 정당은 ‘서울당’이고 지방선거 후보도 ‘서울당’이 공천하며 지방정치는 ‘서울당’에 예속되어 있다. 조국혁신당은 공약에서 “분권과 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방선거에서라도 지역정당이 후보를 낼 수 있도록 정당법 개정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
추첨으로 구성하는 '시민의회'로 국민 대표성 높여야
또 하나는 시민의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지역정당제로 정치 생태계를 다양화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직업 정치인으로 구성되는 선거의회는 정당 이기주의를 벗어날 수 없고, 의원들의 최고 목표는 공익 실현보다 재선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거의회 외에 일반 시민을 무작위 추첨으로 뽑아 ‘시민의회’ 또는 ‘추첨의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보통의 안건은 선거의회에서 처리하되 국민의 상식을 반영해야 하는 중요 안건, 선거의회에서 의견이 심히 엇갈리는 안건, 선거의회 의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안건은 시민의회에서 다룬다. 안건이 상정되면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한 숙의를 거쳐 결정한다.
시민의회의 업무로 적절한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선거제도와 국회의원 처우 등 국회의원의 이해가 충돌하는 안건은 당연히 시민의회에서 다루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기관장의 인사에 현재는 대통령, 국회, 정당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데, ‘중립’을 보장하려면 시민의회가 결정하는 것이 옳다. 대통령의 사면권과 법률안 거부권도 시민의회의 통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 공직자 탄핵소추와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도 시민의회에 맡겨야 정파적 편견을 초월할 수 있다.
시민의회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마침 5월 8일에는 한국언론진흥센터(프레스센터)에서 ‘시민의회 국제 심포지움’이 열리고 이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시민의회 입법 추진 100인 위원회>(준비위원장 이래경, 고문 곽노현, 추미애) 출범식도 같이 예정되어 있다. 조국혁신당은 헌법 개정 및 “참여와 자치를 바탕으로 민의가 최대로 반영되는 국가권력구조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니, 선거의회・시민의회의 양원제를 개정 헌법안에 반영해 주기 바란다.
*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각 정당의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정당정책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policy.nec.go.kr/ → 정당정책 확인하기
[김윤상 칼럼 138]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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