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건립의 근거가 되는 조례가 결국 대구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구시의회(의장 이만규)는 2일 본회의에서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전체 의원 32명 가운데 국민의힘 대구시의원 30명이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 육정미 의원(비례대표) 1명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고, 국민의힘 의원 1명이 기권했다.
조례안 제정에 따라 대구시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과 관련한 행사, 그 밖에 대구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대구시가 설립한 공사와 공단 또는 출자·출연 법인에 대한 대구시장의 기념사업 위탁권한도 생겼다.
올해 안으로 대구시는 동구 신천동 동대구역 광장과 남구 대명동 대구도서관 광장에 박정희 동상 2개를 건립한다. 동대구역 광장에 3m, 대구도서관 광장에 6m짜리 동상을 각각 건립할 계획이다.
동대구역 광장은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을 바꾼다. 예산은 동상 2개 건립에 14억원, 시설 부대비에 5,000만원 등 모두 14억5,000만원을 책정했다.
먼저 대구시는 민간 위원 과반 이상으로 구성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민주당 육정미 의원은 홀로 반대 토론을 했다. 그는 "홍 시장은 지난해 '비상재정'을 선포했으면서 공론화도 밟지 않고 논란의 동상 건립을 강행해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훗날 독선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해다.
시민단체도 거세게 반발했다. '박정희 우상화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이날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조례안 철회"를 촉구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홍준표 대구시장과 조례를 통과시킨 대구시의원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친일 독재자 우상화 반대", "인권탄압의 상징 박정희 동상 절대 안된다"고 외쳤다.
일부는 방청석을 뛰어넘어 본회의장으로 뛰어들었고, 일부는 현수막을 들었다. 이만규 의장의 "퇴장" 명령에 따라 이들 모두 본회의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인간 띠 잇기를 통해 대구시의회를 둘러싸고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통과 반대"를 요구했다.
조례안 통과 이후에는 박정희 정권 당시 인권탄압 대표 사건인 인혁당 조작 사건 피해 유가족들이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는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아버지들은 감금 당하고 죽음을 맞았다"며 "그런데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건립하다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다"고 규탄했다.
인혁당 조작사건 고(故) 라경일 선생 유족 라문석씨는 "박정희는 친일파에 5.16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뒤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유신헌법을 만든 독재자"라며 "동상이라니 웬 마늘 하늘에 청천벽력이냐"고 비판했다.
임성종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은 "동상 건립이 웬 말이냐"며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의회는 역사의 죄인이다. 즉각 조례안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조례와 관련해 시민단체는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조례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조례의 효력을 막을 수 있는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혁당 조작사건'은 1974년 일어난 박정희 정권의 '사법살인' 사건이다.
박정희 정권이 1972년 10월 유신을 선포하자 전국에서 유신 반대 시위가 발생했다. 1975년 4월 긴급조치 4호를 선포하고 민청학련의 배후로 인혁당재건위원회를 지목했다. 1975년 4월 8일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고, 다음 날인 4월 9일 사형을 집행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희생자는 김용원,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 여정남, 우홍선, 이수병, 하재완 등 8명으로, 이 가운데 도예종·서도원·송상진·여정남 등 4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사형이 집행된 4월 9일은 '세계 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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