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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인혁당 전시회'...박정희 동상 옆 말고 '조건부 허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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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4.9 인혁당 50주기] ④

오는 4월 9일 인민혁명당 조작사건 50주기를 앞두고 동대구역 광장에서 전시회가 열린다. 

박정희 유신정권에 의해 자행된 '사법살인' 인혁당 사건 이후 지난 50년 동안, 우리 역사에서 있었던 민주주의의 주요한 장면과 사건, 시대정신을 여러 유형의 예술 작품으로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다.

그런데 장소 허가권을 지닌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 사용에 조건을 달아 뒷말이 나온다.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근처에서는 전시회를 승인해 줄 수 없다며, 동상에서 떨어진 곳에서 전시회를 열라고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전시회는 허가, 박정희 동상 옆은 불허한 셈이다.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2024.12.23.제막식)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2024.12.23.제막식)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희 우상화 반대한다", "홍준표 시장 규탄한다" 시민사회와 야당 인사들이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과 박정희 광장 표지판 설립에 반대하는 피켓팅을 펼치고있다.(2024.8.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우상화 반대한다", "홍준표 시장 규탄한다" 시민사회와 야당 인사들이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과 박정희 광장 표지판 설립에 반대하는 피켓팅을 펼치고있다.(2024.8.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가 '인혁당 50주기 전시회'와 관련해 박정희 동상 옆은 안된다며 조건부 허가해 논란이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14일 '4.9통일열사50주기행사위원회' 측에 동대구역 광장 사용 허가를 통지했다. 오는 4월 4일부터 10일까지 동대구역 광장에서 '4.9통일열사 50주기 전시회, 빛나는 민주주의의 사물들'을 허가하는 내용이다. 행사 주최 측은 공단의 허가에 따라 내달부터 동대구역 광장에서 인혁당 50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민주주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회를 열 수 있게 됐다. 

다만 공단은 허가 조건에 "광장 사용 장소를 변경하라"고 명시했다. 주최 측은 동대구역 광장에 대구시가 지난해 설치한 박정희 동상 뒤에서 이번 전시회를 열겠다고 광장 사용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박정희 동상 근처가 아닌 "동대구역 3번~4번 출구 사이에서 장소를 변경해 사용하라"고 허가했다. 

공단은 변경 근거로 '대구광역시 동대구역광장 조례'의 제5조 제2항을 들었다. 해당 조항은 '사용허가 및 사용제한'을 명문화하고 있다. "대구시장은 광장 사용을 허가함에 있어 질서 유지, 시설물 보호 조치 등 별도의 조건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시장이 요구하는 별도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사고 예방과 질서 유지 협조를 비롯해 ▲이용객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 금지 ▲시설물 훼손 시 손해배상 ▲행사 전후 환경 정리 등 모두 10가지의 별도의 허가 조건까지 달았다.  

인혁당 조작사건 50주기를 앞두고, 동대구역 광장에서 '민주주의' 관련 전시회를 기획 중인 4.9인혁재단(2025.3.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혁당 조작사건 50주기를 앞두고, 동대구역 광장에서 '민주주의' 관련 전시회를 기획 중인 4.9인혁재단(2025.3.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9 인혁당 사건 50주기 전시회와 관련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의 '동대구역 광장 사용 신청 허가' 통보서 / 자료.4.9인혁재단
4.9 인혁당 사건 50주기 전시회와 관련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의 '동대구역 광장 사용 신청 허가' 통보서 / 자료.4.9인혁재단

주최 측은 반발했다. 전시회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물론, 공단의 결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이미 장소 신청서에 질서유지와 시설물보호 등 내용을 포함시켜 제출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장소 변경 조건을 단 것은 "조례에 어긋난 일방적 변경"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지난 2월 같은 곳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의 동대구역 광장 기도회는 조건 없이 사용을 승인했으면서, 인혁당 전시회에만 장소 변경 조건을 붙인 것은 "정치적 편향"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변경 근거(조례 제5조 제2항)의 경우, 홍준표 시장 결정 사항인데 만약 홍 시장이 아닌 공단 자체의 불허 결정이라면 "월권"이라는 주장도 했다. 대구시설관리공단은 대구시 산하 지방공기업으로, 동대구역 광장 관리 수탁자로서 각종 행사나 전시 등에 대한 사용 허가권을 지니고 있다.   

한상훈 대구문화예술현장실무자정책네트워크 대표는 "공공 광장에서 어떤 곳은 사용 되고, 어떤 곳은 안된다? 월권"이라며 "인혁당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역사를 훑어보는 전시인데, 박정희 동상도 그 일환이다 . 이단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으니 한 번 더 시도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우파 집회도 광장에서 크게 열렸다. 어떻게 보면 그게 더 위험한 행사였는데(경찰 추산 5만여명 참여)도 허가해주지 않았냐"며 "정치적 입장을 갖고 광장을 관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설관리공단 측에 여러 차례 전화해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하지 않았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를 제정하고, 지난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이라고 명명한뒤 같은 해 12월 3m 높이의 박정희 동상을 광장에 세웠다.   

4.9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 희생자 8명...(상단 좌측부터) 김용원 열사, 도예종 열사, 서도원 열사, 송상진 열사, (하단 좌측부터)여정남 열사, 우홍선 열사, 이수병 열사, 하재완 열사 / 사진 출처.4.9통일평화재단
4.9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 희생자 8명...(상단 좌측부터) 김용원 열사, 도예종 열사, 서도원 열사, 송상진 열사, (하단 좌측부터)여정남 열사, 우홍선 열사, 이수병 열사, 하재완 열사 / 사진 출처.4.9통일평화재단

인혁당 50주기를 맞아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4.9인혁재단)를 포함해 42개 단체가 참여하는 '4.9통일열사50주기행사위원회'는 오는 3월 29일부터 4월 9일까지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그 정신을 기리는 행사를 대구 곳곳에서 진행한다. 오는 29일 영남대 추모문화제를 시작으로 4월 5일 동대구역과 광장과 동성로에서 전시회, 같은 날 동대구역 광장 시민문화제, 경북대 일청담에서 대동한마당, 사건 발생 당일 4월 9일 현대공원에서 합동참배 및 추모제, 4월 11일 경북대에서 심포지움, 4월 18일 대구YMCA에서 박상철 특별강연 등을 연다. 4,950원 후원금을 낸 4,950명을 시민 추모위원으로 모집해 전시회와 일간지 광고로 기록한다. 후원계좌는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에 확인하면 된다.  

◆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 당시 발생했다. 국가정보원 전신 중앙정보부는 "북한 지령으로 인혁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 전복을 꾀했다"는 혐의로 민주화운동을 하던 이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이어 1975년 4월 9일 김용원,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 여정남, 우홍선, 이수병, 하재완 등 8명에 대해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그리고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국제법학자학회는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지정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2년 고문에 의해 조작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재심에서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국가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영남대), 여정남(경북대) 열사는 대구경북 출신이다.

4.9통일열사 50주기 추모위원회 모집 웹포스터 / 사진.4.9인혁재단

'사법사상 암흑의 날' 1975년 4월 9일 발생한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이 올해로 50주기를 맞습니다. 박정희 독재 정부의 조작으로  인해 8명의 가장과 청년들이 사형선고 18시간 만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희생자 중 4명이 대구경북지역 출신입니다. '평화뉴스'는 당시 사건을 돌아보고 희생자들과 유족들, 관련자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연속 보도를 통해 인혁당과 같은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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