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침산동 전세 사기 임대인에 대해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1형사단독(부장판사 박성인)은 23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북구 침산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39명을 대상으로 15억5,000만원의 전세 사기를 벌여 사기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대인 A(47)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지난 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A씨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범행을 자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역 7년을 구형했으나, 선고심에서는 2년이 감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임대차 당시 수탁자인 신탁회사의 승낙이나 위임이 없었는데도, 신탁회사 등에 위임을 받았다거나 자신에게 임대할 권한이 있다고 기망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사기죄는 상대방을 기망해 하자 있는 의사에 의해 재물을 교부받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차인들이 임대차 목적물을 통한 우선변제권이나 대항력을 포기하고 피고인 재산으로만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받기로 용인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면서 "범행이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진 데다가, 피해도 회복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확정적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음을 참작해 징역 5년에 처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 결과가 나오자 이날 재판을 방청했던 피해자들은 탄식했다. 전세 사기로 피해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았는데도 형량이 너무 적다는 이유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 '전세사기 대구 피해자 모임'은 이날 재판 이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염원과 다른 판결을 내려 유감"이라며 "전세 사기 가해 임대인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임대인 A씨는 20대~40대 사회초년생 39명을 대상으로 15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챘음에도 반성은커녕 자기변명으로 일관했다"면서 "수많은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까지 모두 앗아갔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해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심리치료는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라면서 "전세 사기 피해로 임차보증금뿐 아니라 삶에 대한 희망까지 빼앗긴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가해 임대인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함께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구 침산동 전세 사기 피해자 정태운(33)씨는 선고 결과에 대해 "검찰의 7년 구형도 많이 부족했는데, 5년은 더더욱 적다"면서 "죽기 살기로 임대인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 요구했지만, 일부만 인정됐다"고 한탄했다. 또 "임대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4번 기각된 결과가 징역 5년이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서민을 지옥 속으로 넣은 값어치가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 김승진 변호사(법무법인 맑은뜻)는 "지난 1년간의 수사 기간과 공판 절차 기간 동안 피고인은 끝없이 무죄를 주장했다"며 "임대인에 대한 5년의 실형 선고는 피해자들이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북구 침산동 전세 사기 임대인 A씨는 이 빌라에 사는 입주민 17가구(모두 39명)의 전세보증금 15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 대부분 20대에서 40대 청년이거나 신혼 가구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5월 임대인 A씨를 사기죄 혐의로 북부경찰서에 고소했고, 경찰은 수사 끝에 올해 1월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2월 14일 A씨를 구속 기소했고,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신탁 전세사기'란 임대업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가진 신탁회사 동의 없이 자신이 임대 권한이 있는 것처럼 속여 불법으로 세입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 시 등기부등본상 소유자가 신탁회사일 경우 신탁원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인터넷으로는 확인이 불가하기 때문에 직접 등기소에 방문해 발급받아야 한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