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 압박에 시달리던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대표 정태운)에 7일 확인한 결과, 지난 5월 1일 남구 대명동의 한 다가구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인 30대 여성 A씨가 사망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5월 전세보증금 8,400만원을 내고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 2021년 4월 계약이 만료될 때 추가로 2년 연장을 했고, 2023년 전세 계약이 끝나자 임대인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A씨는 선순위 근저당권으로 전액·일부 변제를 받기 어려운 다가구주택 후순위 세입자인데다가, 소액임차인에도 해당되지 않아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
A씨는 지난 4월 12일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로부터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상 '피해자 등'으로 인정받았다. 사흘 전인 4월 9일에는 법원으로부터 거주하고 있던 집에 대한 경매개시 결정이 나온 사실을 확인한 뒤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다세대주택의 피해자는 모두 13가구에 이른다. 피해 금액은 13억900만원이다. 가구당 평균 1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말 임대인을 사기죄 혐의로 남부경찰서에 고소했고, 경찰은 지난 5월 1일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책위가 파악한 전국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는 A씨를 포함해 현재까지 8명이다. 대구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책위는 오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자의 유서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와 여당은 비극적 상황을 막기 위해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7일 성명을 내고 "고인을 포함한 전국의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피해자들을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전 재산을 잃고 전세대출금 상환, 퇴거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해 반쪽짜리 특별법의 금융지원대책, LH(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매입 등 피해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고인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며 대책위 활동으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했다"며 "하지만 고인은 사망한 당일에도 임대인이 월세를 요구하며 퇴거 압박과 인터넷 선을 자르는 등의 괴롭힘이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특히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에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태운 전세사기 대구 피해자 모임 대표는 "피해자들이 이 사건으로 많이 분노하고 있다"며 "또 다른 희생자가 나타나면 분노를 참을 수 있을까 우려스렵다"고 밝혔다. 특히 "피해자들이 죽어나가는 동안 정치권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 생각이 있으면 피해자들을 만나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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