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이마를 다친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 응급실 3곳을 떠돌다 과다 출혈로 숨졌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응급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당시 의료진들이 사건 1년 만에 검찰로 송치됐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대구시가 의료대책을 내놓은지 2년째. 응급실 뺑뺑이는 여전하다.
특히 비수도권 중에서는 3년째 응급실 뺑뺑이 건수가 400여건을 넘어 지방 최다 오명을 잇고 있다.
■ 대구경찰청에 25일 확인한 결과, 지난해 4월 이마 관자놀이 부분에 열상을 입은 환자 A씨(40대 남성)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겨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과 관련된 지역 병원 의료진 6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지역 종합병원 3곳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과 응급구조사 2명에 대해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로 넘겼다. 사건을 이첩 받은 대구지검은 추가 사실과 증거 확보를 위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검찰의 요청에 따라 경찰은 현재 이 사건관 관련해 보완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에 따르면, 40대 남성은 지난해 눈과 귀 사이에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며 대구 한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해당 병원 의료진들은 "성형외과 진료가 필요하다"며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다른 병원 2곳에서도 치료받지 못했다. 그렇게 2시간 30분 동안 응급실을 돌다가 심정지로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한 결과 사망 원인은 '열상 등으로 인한 과다 출혈'이다.
■ 이처럼 응급실을 전전하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숨지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지역에서 여전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63.광주 서구을) 국회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119 구급대 재이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월 일부터 8월 20일까지 119 구급대로 환자가 이송됐은나 병원이 거부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된 사례는 전국 3,597건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가 63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이 508건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대구는 449건으로 세번째로 재이송이 많았다. 인천은 244건이다. 경기도와 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하면 비수도권 가운데 대구가 지방에서 응급실 뺑뺑이 건수가 가장 많았다.
특히 대구의 경우 1차 재이송은 427건, 2차 재이송은 20건, 3차 재이송도 2건이나 됐다. 환자들이 병원을 옮긴 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은 '전문의 부재'다. 대구의 경우 222건이 의사 부족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병상부족은 51건, 입원실 부족 14건, 중환자실 부족은 2건이다. 이 밖에 환자와 보호자의 변심 15건, 주취자는 4건, 1차 응급처치에서 완료는 7건, 기타는 111건이다. 서울(222건), 경기(251건) 등 수도권 역시 '전문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조사됐다.
올해 설 연휴 기간 동안 119 구급대 재이송 건수 역시 대구가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았다. 양부남 의원이 지난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설 연휴 119 구급대 재이송 건수는 전국 104건이다. 경기도가 29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대구가 18건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양부남 의원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응급실 뺑뺑이 피해는 여전하다"며 "환자가 실려오더라도 의료진이 없어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 공백 장기화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할 실효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겠다며 대구시가 '책임형 응급의료대책'을 2년째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다. 특히 '의료대란' 1년째 전문의 부족으로 인한 지역 의료 현장 상황은 더 악화되는 모양새다.
대구 응급실 뺑뺑이 건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22년~2023년 669건으로 17개 시.도 중 7.1%를 차지해 수도권을 제외하면 지방에서 가장 많았다. 2024년에도 수도권 이외에 지방 최다를 기록했다.
대구시는 응급실 뺑뺑이를 막아보겠다며 지난 2023년 8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책임형 응급의료대책'을 발표했다. 환자 이송에서 진료까지 응급의료체계 전 과정을 포괄하는 내용이다. 같은 해 7월부터 '대구 응급환자 이송·수용지침'을 마련해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다.
▲응급환자 발생 시 119 구급대가 전화 문의로 응급의료기관에 수용 가능 여부를 의뢰하던 것을, 초응급 중증환자의 경우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병원을 선정하고 통보 후 즉시 이송하고, 응급의료기관은 환자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중증 응급환자는 '구급상황관리센터'가 2개 응급의료센터로 문의한 뒤 2개 센터 모두 수용 곤란하다고 할 경우 6개의 응급의료센터로 환자 증상을 동시에 전송하는 '다중이송전원협진망'을 가동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센터 6곳에서 수용 응답이 없는 경우에는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치료 이력과 이송 거리, 병상 상황 등 기준에 따라 직권으로 이송 병원을 선정하고 통보해 선정된 병원은 반드시 환자를 수용하도록 했다.
▲경증환자의 경우에는 119 구급대에서 종합 상황판을 확인한 뒤 응급의료기관급 병원으로 전화 문의 없이 이송할 수 있도록 했다.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줄이고 진료 수용 불가 상황을 가능하면 없애 치료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대구소방안전본부와 6개 응급의료센터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대구혁신 100+1'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최초 대구 책임형 응급의료대책을 추진해 응급화자 이송시간을 단축 성과를 달성했고, 10분 내 이송 2.4%(55.2%→57.6%) 상승, 장시간 이동 37건 감소했다"고 밝혔다.
■ 하지만 지역 보건단체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선전용이 된 대구 책임형 응급의료대책"이라며 "의료대란에 대구시의 대책이 제대로 작동되고는 있나? 응급실 3곳을 돌다가 사망하는 환자가 여전히 발생하는데, 기존 대책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난 20일 성명에서 "응급실 뺑뺑이가 여전하고, 의료현장이 붕괴돼 고통받는 상황에서도, 대구시는 응급의료대책 추진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선전하고 있다"며 "분초를 다투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상황에서 시민이 죽어가도 대구시는 자화자찬 홍보만하니 시민은 불안하다"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이민정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 팀장은 "2023년부터 지침을 마련하고 중증응급의료 환자들은 해당 망으로 이송하고 있다"며 "골든타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기화된 의료 갈등으로 의료체계가 어려운 것은 대구뿐 아니라 전국의 공통 상황"이라며 "워낙 의료계 상황이 안좋다 보니 어려움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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