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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화된 경북 '영덕 신규원전' 재추진?...주민들 "절대 안돼, 전력계획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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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신규 원전 2기 도입 등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국회 상임위 통과...부지 미확정
과거 취소된 영덕·삼척 거론돼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반발 
"위험, 지역민 희생 강요 말라"
영덕군 "아직 확정된 바 없다"

4년 전 백지화된 경북 영덕군 신규 원자력발전소를 정부가 재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2기 도입이 포함되자, 과거 신규 원전 건설이 취소된 영덕군과 강원도 삼척시가 유력한 건설 후보지가 아니냐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은 신규 원전 부지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영덕군은 정부가 계획을 발표했을 뿐, 부지가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 찬반 의견을 밝힐 시기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반발했다. 영덕군과 인근 동해안 일대 주민들은 "위험한 원전을 짓겠다면서 또 지역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며 "청정지역에 원전은 절대 안된다. 전력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있는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 /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있는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 /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산업통상자원부에 26일 확인한 결과, 산업부는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2037년~2038년에 각 1.4GW 설비용량의 신규 원전 2기를 도입하는 방안이 담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전기본)을 보고했다. 국회는 상임위를 열어 11차 전기본을 통과시켰다. 

산업부는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대형 신규 원전 2기 추가 건설 등이 포함된 11차 전기본을 지난 21일 확정했다. 정부가 전기본 안을 최종 확정하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는 이후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절차에 들어간다. 원전을 짓기 위한 환경성 평가를 비롯해 주민 여론, 방사성폐기물 처리,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신규 원전 부지로 과거 건설이 취소된 영덕군과 삼척시를 거론하고 있다.  

영덕 천지1·2호기는 지난 2021년 4월 12일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사업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기조에 맞춰 10년 만에 철회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6월 15일 천지원전 사업 종결을 이사회에서 의결했고, 산업통상자원는 2021년 4월 천지원전 예정구역 고시를 해제했다. 

특히 영덕의 경우 2016년 주민투표에서 91.7%가 '유치 반대'에 표를 던지며 원전 유치를 거부했다. 앞서 2019년에는 강원 대진원전 2기에 대해서도 고시를 해제하고 신규원전 사업을 백지화했다. 

경북 영덕, 포항 등 주민들이 영덕군청 앞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 추진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당장 백지화하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2025.2.27) / 사진.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경북 영덕, 포항 등 주민들이 영덕군청 앞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 추진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당장 백지화하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2025.2.27) / 사진.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신규 원전 증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 '12.3 비상계엄' 이후 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재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러다가 산업부가 갑작스럽게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증설을 포함시키고 국회 상임위까지 이를 통과시키자 신규 원전 건설이 힘을 받게 됐다.  

영덕군 관계자는 27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산업부가 수급계획(11차 전기본)을 발표했을 뿐 구체적으로 원전 부지나 장소를 언급하지는 않은 상태"라며 "일부 언론들이 앞서나가 영덕군을 건설 부지로 언급한 것이지, 일단 정부나 지자체로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도 없고, 내용도 나오지 않아 이렇다할 입장이 없다"면서 "과거 건설을 추진하고, 백지화하는 과정에서 호되게 당해 현재로서는 군수님은 물론 영덕군에서도 '찬성', '반대' 입장을 정해놓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11차 전기본 계획 자체를 철회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와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등 15개 단체는 27일 영덕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 후 '이 땅에 더 이상 신규 핵발전소는 안된다'는 것으로 민심이 모아졌다"며 "영덕 주민들은 이런 뜻을 모아 지난 2015년 주민투표에서 91.7% 투표율로 '핵발전소 유치 반대' 입장을 전했고, 지난 2021년 백지화 성취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탈핵로드맵 수립하라", "신규핵발전소 결사반대" 영덕군청 앞 피켓팅(2025.2.27) / 사진.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탈핵로드맵 수립하라", "신규핵발전소 결사반대" 영덕군청 앞 피켓팅(2025.2.27) / 사진.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그러나 "친위 군사쿠데타로 나라가 위기에 처한 이때 윤석열 정부는 자연재해에 취약해 위험한 핵발전소를 또 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게다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야합을 통해 이를 확정했다"고 규탄했다. 또 "예정 부지로 청정지역 영덕과 삼척이 거론되고 있다"며 "영남에는 이미 많은 핵발전소가 밀집해 고통받고 있다. 지역민 희생 위에 핵발전소를 지어선 안된다.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박혜령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과거 건설이 추진됐다가 취소된 영덕이 후보지로 유력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만약 언론 말대로 재추진한다면 '반대' 뜻을 밝힌 영덕군민 민심을 역행하는 것이다. 절대 재추진을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등 8개 환경단체도 지난 26일 삼척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핵발전소 추진 내용을 담은 정부의 11차 전기본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과 에너지정의행동 등 전국 38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종교환경회의와 탈핵시민행동은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차 전기본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2038년 대한민국에는 소형 원자로를 포함해 모두 36기 핵발전소가 가동된다"며 "지금보다 무려 10기나 더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 대비 핵발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이고, 789건의 사고 고장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전국을 핵발전소로 뒤덮는 11차 전기본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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