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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원전' 옆 주민들의 10년 싸움..."아픈 내 몸이 증거, 이주대책 도대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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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km 안 마을 주민들 농성 10년
914m 제한구역 제외→원전 옆 '꽁꽁'
"갑상선암·삼중수소...모든 정권 외면"
청와대 초청 받아도 여전히 미해결
상여행진에 1인시위·오체투지 발버둥
"윤석열 정부라도 이주·노후원전 폐쇄"

월성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사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의 천막농성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원전제한구역 914m 기준 대상에서 빠진 원전 1km 안 3개 마을 주민들은 10년째 "이주대책 마련과 노후원전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그 탓에 지난 2014년 8월 25일 월성원전 인근에 친 천막농성장을 2024년 9월 26일 현재까지도 접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원전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길어지는 싸움은 힘겹고 외롭기만 하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전 이주대책 천막농성 10년 대회'에 참여한 주민들(2024.9.21) / 사진.월성원전이주대책위10년추진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전 이주대책 천막농성 10년 대회'에 참여한 주민들(2024.9.21) / 사진.월성원전이주대책위10년추진위

전국 7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개인이 참여하는 '월성핵발전소 이주대책위원회 천막농성 10년 추진위원회'는 지난 21일 주민들이 10년간 천막농성을 벌인 경주 양남면 동해안로 671-6 월성원전 홍보관 인근에서 '천막농성 10년 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나아리 원전 인근 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진보당 소속 윤종오(61.울산 북구) 국회의원 등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나아리 주민들의 싸움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984년 월성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뒤이어 2호기, 3호기, 4호기 등 모두 6기 원전을 가동시키고있다. 주민들은 위험성도 모른채 원전과의 불안한 동거를 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이어 2016년 경주 지진이 발생하자 원전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정부와 한수원을 상대로 '이주 대책 마련'과 '노후 원전 폐쇄'를 촉구했다. 

"이주대책이 탄압 말고, 이주대책 마련하라" 월성원전 인근에서 행진을 펼치는 시민들(2024.9.21) / 사진.월성원전이주대책위10년추진위
"이주대책이 탄압 말고, 이주대책 마련하라" 월성원전 인근에서 행진을 펼치는 시민들(2024.9.21) / 사진.월성원전이주대책위10년추진위
"이주만이 살 길이다"...붓글씨를 쓰는 모습(2024.9.21) / 사진.월성원전이주대책위10년추진위
"이주만이 살 길이다"...붓글씨를 쓰는 모습(2024.9.21) / 사진.월성원전이주대책위10년추진위

최대 걸림돌은 '원자력안전법' 제89조 제한구역 914m 조항이다. 원전에서 914m까지는 정부가 이주를 지원하는 반면 915m부터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주민들이 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민들은 과학적 증거도 모았다. 소변 검사를 통해 삼중수소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양남면, 양북면, 감포읍 주민 체내 삼중수소 검출률은 89.4%로 원전에서 50km 떨어진 경주 시민 검츌률 18.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2015년 나아리 5세~19세 어린이·청소년 9명 등 주민 40명 소변검사에서는 모두에게 삼중수소(3H)가 검출됐다. 삼중수소는 암을 유발하는 인공 방사능 물질로 월성원전 같은 중수로 원전에서 발생한다.

이 같은 결과를 들고 경주시, 경주시의회,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 국회, 청와대를 찾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6년 9월 당시 국회의원 신분으로 농성장을 찾아 대책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어 대통령에 당선 된 뒤 주민들을 청와대 공식 행사에 초청했다. 그럼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상여를 지고 행진을 하고, 소송을 벌이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해도 주민들은 여전히 월성원전 옆 마을에 꽁꽁 갇혔다.   

주민 황분희 부위원장이 10년 대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2024.9.21) / 사진.월성원전이주대책위10년추진위
주민 황분희 부위원장이 10년 대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2024.9.21) / 사진.월성원전이주대책위10년추진위
'월성'이라고 적힌 그림 아래 원전 인근 마을 주민들의 얼굴이 담겼다. 10년 대회에 참여한 시민이 발언을 하고 있다.(2024.9.21) / 사진.월성원전이주대책위10년추진위 
'월성'이라고 적힌 그림 아래 원전 인근 마을 주민들의 얼굴이 담겼다. 10년 대회에 참여한 시민이 발언을 하고 있다.(2024.9.21) / 사진.월성원전이주대책위10년추진위 

황분희(77)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갑상선암에 걸린 아픈 내 몸과 어린 손주 몸속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이 원전 위험성을 알리는 증거"라며 "그럼에도 모든 정부가 외면했다. 여전히 이주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라도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울분을 토했다.  

나아리 주민 김진선(77)씨는 "원전 앞에서 이주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약속하고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이 지났다"며 "그 동안 함께 활동한 어르신 네 분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들은 생전에 '내일은, 모레는 (해결이) 안 되겄나' 말씀하셨지만 돌아가셨다"면서 "'너거가 좀 잘 해라'라고 말하시며 뒷일을 당부하셨다. 이제 내 차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10년이 넘었는데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그래도 전국에서 이리 와 주니 그만둘 수 없다. 여러분들이 좀 도와달라. 죽을 때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윤종오 국회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실제 이주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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