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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원전 13기에 방폐장까지?...고준위특별법 통과에 주민들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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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사용후 핵연료의 영구 저장시설인 '방폐장'을 지을 수 있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 국회는 지난 27일 본회의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상정해 국회의원 300명 중 225명이 재석한 가운데, 찬성 190표, 반대 8표, 기권 27표로 이른바 '고준위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각 원전 부지 내에 임시 보관하고 있는데, 오는 2031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가 이르게 되자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법이다. 그 동안 관련 법이 없어서 원전 폐기물들은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했다. 특별법이 통과돼 중간 저장, 영구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을 신설할 수 있게 됐다. 원전 부지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도 설치 가능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국회 표결(2025.2.27) / 사진.국회TV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국회 표결(2025.2.27) / 사진.국회TV
경상북도 경주시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 사진.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경상북도 경주시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 사진.한국원자력환경공단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고위험 사용후 핵연료 영구처분시설 건설 방안을 마련한다. ▲국무총리 소속의 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를 밟는다. 이어 ▲방폐장 유치 지역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 시 주변지역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됐다. 

사용후 핵연료를 영구히 처분하는 시설을 마련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은 멈춰야한다. 때문에 오는 2050년까지 중간 저장 시설, 오는 2060년까지 영구 폐기 시설 짓도로 규정하는 게 특별법의 핵심이다. 여야 합의에 따라 법이 통과되면서 정부는 부지 선정 등 관련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 하지만 부지 선정과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놓고 앞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비슷한 논란과 갈등 때문에 지난 2016년 11월 관련 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 국회 본회의 문턱을 통과하는데 9년이 걸렸다. 

방폐장(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 부지 선정 갈등은 4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간다. 방폐장 후보 지역은 지난 1986년 경북 울진, 영덕, 영일에 이어 1990년 충남 안면도, 1994년 굴업도, 2003년 부안이다. 정부는 수십년간 방폐장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주민 반발 또는 부지 내 활성단층 발견 등의 이유로 철회했다. 다만 지난 2005년 경주에서 주민 투표를 거쳐 고준위가 아닌 중저준위 방폐장을 겨우 지을 수 있었다.

이 밖에 가동 중인 원전 26기는 습식·건식 방식 임시저장시설을 원전 내 부지에 만들어 사용후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 중이다. 포화 시점은 오는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월성원전은 2037년으로 예상된다. 

원전업계는 특별법을 반기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사정은 다른다. 특히 국내 가동 원전 26기 중 13기가 몰린 경북지역의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현재 경북에는 경주(5기) 월성 2~4호기, 신월성 1~2호기, 울진군(8기) 한울 1~6호기, 신한울 1~2호기 등 모두 1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고준위특별법은 거래 대상이 아니다. 고준위 특별법 폐기하라"...탈핵시민행동과 종교평화회의 '고준위특별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2024.5.16.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 사진.환경운동연합
"고준위특별법은 거래 대상이 아니다. 고준위 특별법 폐기하라"...탈핵시민행동과 종교평화회의 '고준위특별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2024.5.16.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 사진.환경운동연합
"고준위특별법 폐기하라" 환경운동가가 핵폐기물을 끌어안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고준위특별법 폐기하라" 환경운동가가 핵폐기물을 끌어안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줄곧 "특별법 폐기"를 요구해 왔다. 원전에 이어 방폐장까지 떠안으라는 것은 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특별법 통과를 찬성하던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탈핵' 기조를 유지해오던 더불어민주당까지 이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이번에 특별법을 가결시켰다. 

국내 최다 원전에 방폐장까지 떠안게 될 위기에 놓이자 지역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지역 희생을 강요하는 법"이라며 "법 폐기가 어렵다면 차기 정부로 넘겨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홍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5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특별법의 필요성에 공감해 문재인 정부 당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국회에서 간담회를 몇 차례 진행했지만,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며 "결국 핵산업계의 필요에 의한 법안인데 경주의 경우에는 중저준위에 이어 저장시설만 더 늘어나게 됐다. 너무 양심 없는 후안무치한 법안으로 이번 특별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적으로 법 폐기가 불가능하다면, 지역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인 '부지 내 저장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특별법 조항에서 삭제하고, 차기 정부에서 관련 위원회를 신설해 공론화를 거쳐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원전 인근 주민들의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희생을 강요하는 지금의 특별법이 현재 정부에서 시행되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 경상북도(도지사 이철우) 역시 특별법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환경단체와는 180도로 다르다. 이번 특별법이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용량을 설계수명 중 발생한 예측량으로 한정하고 있어, 원전 수명을 연장할 수 없게 되자 노후 원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라는 것이다.

현재 월성원전은 30년의 설계수명을 갖고 있다. 월성원전 2호기는 오는 2026년 11월, 3호기는 2027년 12월, 4호기는 2029년 2월 운영허가가 만료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원전 수명을 10년 더 연장해 계속 운전을 추진한다. 경북도 역시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특별법이 시행되면 수명연장은 불가능하다. 

경북도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저장용량 기준 보완이 필요하다"며 "최초 허가된 설계수명에 맞춘 것을 달리할 수 있도록 국회에 지속적으로 개정을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우 지사는 "법 통과에 감사하지만 계속 운전을 위해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행정력 쏟겠다"고 했다.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이영수)도 5일 성명서를 내고 "경북도가 '원전 저장시설 용량을 조정할수 있도록 개정안을 건의하겠다'는 것은 원전 인근 주민의 피해를 방치하겠다는 것"이라며 "폐기물 용량을 넘기면서까지 부지 내에 계속 저장하는 것은 도민을 무시하는 불통행정으로, 노후원전 가동 중지를 포함해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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