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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노동자를 살릴 '국회 청문회' 개최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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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동은(의사)
한국옵티칼 고공농성 595일째
해고자 박정혜 50.2도 '폭염' 견뎌...
5만명 '청문회' 국민청원, 국회 답해야

50.2도. 경북 구미 산단 문 닫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 고공농성장의 기온. 해고자가 600일 가까이 농성을 하고 있다.(2025.8.16) / 사진.김동은
50.2도. 경북 구미산단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의 고공농성장의 기온. 해고자가 600일 가까이 농성을 하고 있다.(2025.8.16) / 사진.김동은

불타버린 공장 옥상에서 595일째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 박정혜 부지회장의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 매주 더 나빠지고 있다. 햇볕 속 자외선에 노출되어 붉게 탄 얼굴은 점점 더 수척해간다. 

몸보다 마음의 상처가 훨씬 더 심각하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달라진 것이 별로 없고 해결책을 갖고 다시 공장을 찾아오겠다던 고용노동부 장관은 소식이 없어 실망감이 크다.

구미에는 광복절 연휴 내내 폭염이 이어졌다. 기온이 35도를 기록한 지난 토요일, 공장 옥상의 온도는 오후 5시가 넘었음에도 무려 50.2도를 기록했다. 차광막 아래 앉아 있는데도 숨이 턱턱 막혔다.

혈압 측정 등을 마치고 햇볕에 달아오른 철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데 왠지 모를 불안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이번에는 정말 혼자 내려오면 안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폭염 속 '하늘 감옥'에서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박정혜 부지회장을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40) 금속노조 한국옵티칼 부지회장이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2025.7.2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40) 금속노조 한국옵티칼 부지회장이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2025.7.2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 공장 옥상에서 박정혜 해고노동자가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 공장 옥상에서 박정혜 해고노동자가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2025.8.16) / 사진.김동은

닛토덴코는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음에도 나누려 하지 않는다. "국회 차원에서 돕겠다. 옥상에 오르면서까지 하고 싶었던 얘기를 국회의장으로서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 지난해 12월 3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들을 만나서 한 말이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노동 관련 가이드라인에도 노동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 등을 명시하고 있어 이를 온전히 이행해야 합니다." 지난 6월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게 보낸 친서의 내용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악덕 먹튀 외투기업 '닛토덴코'는 해고노동자들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우리 국민 5만1,204명은 지난 6월 15일, '한국옵티칼 고용승계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국민 동의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7월 18일 국회 환경 노동위 전체 회의에 청문회 안건이 상정되었고, 청원 심사 소위원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소위원회에서 의결만 하면 본회의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청문회 소위원회 회의가 열릴 기미 조차 없다.

어이없게도 그동안 국민 5만 명 이상 서명해 청원한 대부분의 안건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되었다고 한다. 지난 20대 국회에 올라온 국민 청원 207건 중 41건만 논의 되었고, 최종 채택된 건 단 4건뿐(채택율 1.9%)이라고 한다.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들어주어야 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국민 청원 건 논의를 단 한건도 하지 않았다니 국회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595일째 목숨을 건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민들이 요청한 청문회를 서둘러 열어야 한다. 국회에서 박정혜 부지회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 일본 악덕 기업 '닛토덴코'의 잘못이 무엇인지 청문회를 통해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시민 모두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오늘도 구미는 폭염이다. 이제 정말 시간이 많지 않다. '하늘 감옥'에서 600일 가까이 사투 중인 국민, 박정혜 부지회장을 국회가 나서 살려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안건보다 더 시급히 처리해야 할 안건이 있을까?

조속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간절히 기도한다.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지난해부터 한국옵티칼 고공농성장에 올라가 진료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불볕 더위가 시작된 이후에는 대구경북인의협 진료사업국장인 김동은 교수가 1~2주 마다 농성장에서 박정혜 부지회장의 건강을 확인하고 있다.-편집자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납품하는 다국적기업 일본 '닛토덴코' 한국 자회사다. 2003년 구미 산단에 입주했으나 2022년 공장 화재로 공장 청산을 통보했다. 노동자 210명 중 19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거부한 노동자 7명은 평택 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박정혜, 소현숙 두 해고자는 지난해 1월 8일부터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소현숙 조직부장은 올해 4월 27일 건강 악화를 이유로 476일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현재는 박 수석부지회장만 남아  595일째(8월 25일 현재)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구미 공장과 평택 공장의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다.

 

[기고]  김동은 /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대경인의협 진료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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