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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맞서 592일째 고공농성...박정혜·소현숙 '올해의 보이스'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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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성 이슈 활동 개인·단체 선정
한국옵티칼 해고자들 포함 3팀
"한국 여성 노동에 중요한 화두"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정나영 조합원과 이지영 사무장이 '올해의 보이스상'을 대리 수상했다.(2025.8.21) / 사진.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정나영 조합원과 이지영 사무장이 '올해의 보이스상'을 대리 수상했다.(2025.8.21) / 사진.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부당해고에 맞서 592일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 여성 해고자들이 '올해의 보이스상'을 수상했다.

'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회'와 '한국여성재단'은 지난 21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에서 제27회 서울국제영성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의 보이스' 시상식을 열었다. 

수상자는 ▲박정혜(40)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43) 조직부장 ▲김후주(37) 남태령 아카이브·심포지엄팀 대표 ▲정진임(42)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3팀이다. 농성 중인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소현숙 조직부장을 대신해 노조가 대리 수상했다.

'올해의 보이스'는 서울국제영화제가 2019년부터 진행하는 시상식이다. 매년 수상자를 선정해 상금 100만원과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3년부터 한국여성재단과 협업하고 있다. 그해에 여성 이슈와 현안을 위해 활동하거나 목소리를 낸 개인과 단체들에게 상을 수여한다. 올해 7년째 시상식을 이어오고 있다.   

역대 수상자는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를 비롯해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 정치하는 엄마들, 청소년페미니스트 시민단체 '위티', 텔래그램 성착취 N번방 추적단 '불꽃',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임현주 아나운서 등이 있다.  

경북 구미 산단 불탄 공장에서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소현숙 여성 해고자들의 모습 /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경북 구미 산단 불탄 공장에서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소현숙 여성 해고자들의 모습 /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회와 한국여성재단은 한국옵티칼 두 여성 여성해고자를 2025년 '올해의 보이스'에 선정한 이유에 대해 "박정혜, 소현숙 두 사람은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을 통해 한국 사회가 여성 노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인투자기업이 20년간 혜택을 받다가 책임 없이 떠난 상황에서 1년 넘게 고공농성을 했다"며 "새 정부와 사회 전체가 여성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고, 앞으로 어떤 노동의 미래를 그려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다"고 했다.   

남태령 아카이브·심포지엄 팀 김후주 대표에 대해서는 "내란 정국 속에서 청년들과 여성, 소수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방식의 연대를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줬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에 대해서는 "정보 공개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확산시켜 온 활동가이자,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소속으로 광장을 안전하고 평등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부장은 대리 수상 소감을 통해 "2022년 공장 화재 후 정리해고되어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600일 가까이 싸우고 있다"며 "쉽지 않았지만 함께 버틴 조합원들과 연대해 준 시민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올해의 보이스상'은 개인이 아닌 한국옵티칼 모든 동지들과 연대의 힘이 주신 상"이라며 "노동자의 삶을 지키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일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부가 앞장서 달라. 옥상에서 내려가는 그날까지 힘차게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앞서 21일 보도자료에서 "'노동자는 쓰다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고용승계하라'며 싸우는 이들에게 우리는 빚지고 있다. 이 상은 투쟁에 대한 위로다.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 외벽에 "고용승계"라고 적혀 있다.(2025.7.2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 외벽에 "고용승계"라고 적혀 있다.(2025.7.2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제27회 서울국제여성화제 홈페이지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납품하는 다국적기업 일본 '닛토덴코' 한국 자회사다. 2003년 구미 산단에 입주했으나 2022년 공장 화재로 공장 청산을 통보했다. 노동자 210명 중 19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거부한 노동자 7명은 평택 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박정혜, 소현숙 두 해고자는 지난해 1월 8일부터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소현숙 조직부장은 올해 4월 27일 건강 악화를 이유로 476일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현재는 박 수석부지회장만 남아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구미 공장과 평택 공장의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오는 8월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메가박스 신촌에서 진행된다. 다양한 목소리와 연대하는 여성들의 삶을 다룬 전 세계 38개국 138편의 여성 영화를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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