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박정혜(40) 해고노동자가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한 지 500일을 맞았다.
국내 최장기 고공농성 중인 박씨를 포함해 공장에 남은 7명의 해고자들은 국회 등 정치권에 "문제 해결"을 요구해왔지만, 고공농성 1년 반가량이 지난 아직도 이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6.3 대선'을 앞둔 지금, 후보들은 해묵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있을까.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민주노동당 경북 선거대책위원회에 21일 확인한 결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정당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2곳이다.
민주당은 중앙당 노동위원회와 을지로위원회 등에서 고용승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민주노동당은 권영국 후보가 지난 20일 구미공장에서 해고자들을 만났으며, 외투자본 규제를 위한 법안 제정을 중앙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수 민주당 경북선거대책위원장은 "한국옵티칼 문제는 중앙당 노동위원회, 을지로위원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소통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엇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실질적인 해결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며 "사측에서 교섭에 임하지 않고 있으니, 제도적 보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진태영 민주노동당 경북선거대책위원장은 "토지 무상 임대와 각종 지원, 혜택을 받으면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자의 권리·생존권을 외면하는 기업이 외투자본"이라며 "외투자본이 먹튀할 경우 노동자의 고용승계 등에 대한 지원법률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권영국 후보는 지난 20일 한국옵티칼 고공농성장에 방문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였다"면서 "중앙선대위 공약에서 외투자본의 먹튀 방지 공약이 빠졌을 경우 강하게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사안을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 경북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잘 모른다"며 "한번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황재선 개혁신당 경북선거대책위원장은 "그간 사정을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 "문제 해결 노력은 해야 할 텐데, 구체적인 방법이나 대안에 대한 고민을 못 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사안을 알아보겠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대선 후보들이 농성장에 찾아와 문제 해결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외투자본을 규제할 수 있는 '먹튀방지법'을 제정해 더 이상의 피해자를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위원장 양경수), 금속노조(위원장 장창열)는 21일 오후 경기 평택시 한국닛토옵티칼 앞에서 '고공농성 500일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을 포함해 700여명이 참석했다. 민주당 이병진(경기 평택시을), 진보당 전종덕(비례대표) 국회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자리했다.
노조는 "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외국인투자기업의 먹튀를 바로잡고자 고공으로 올라갔다"면서 "하지만 500일의 시간 동안 사측은 철저히 노동자의 생존을 외면하고 비판 여론을 무시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사측은 공장 문을 열고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광장의 민주주의에서 일터의 민주주의까지 실현하자는 시민의 열망에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은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500일이 지났지만, 공장 옥상에 얼마나 더 있어야 하냐는 걱정이 많이 든다"면서 "한국닛토옵티칼도 분명히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는데, 이를 회피하고 노동자들에게만 전가하는 부분이 화가 난다"고 밝혔다.
특히 "후보들에게 바라는 것은 고공농성 중인 해고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이라며 "왜 옥상에 올라갔는지를 봐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외투자본의 먹튀를 방지하는 법이 제정돼야지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 후보들은 노동자들을 위한 법안을 공약으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환 지회장은 "사회대개혁이라는 메시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공농성 중인 사업장에 대한 문제 해결부터 먼저 해야 한다"며 "대선 후보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목소리를 들어보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당장 와서 '문제를 해결하겠다. 건강이 악화되기 전에 내려오자'고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닛토덴코 그룹의 한국 자회사로 LCD 편광 필름을 납품했다. 지난 2003년 구미4국가단지에 입주했다. 지난 2020년 공장 화재로 사측이 공장 청산을 통보하자 노동자 210명 중 19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를 거부한 노동자 7명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닛토덴코 다른 자회사 한국닛토옵티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박정혜, 소현숙 두 해고노동자는 지난해 1월 8일부터 공장 옥상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였다. 소현숙 조직부장은 지난 4월 27일 "건강 악화"를 이유로 476일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현재는 박정혜 수석부지회장만 남아 500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측은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관되게 해고자들의 고용승계와 야당·노동계의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