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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인사' 검증보도, 엇갈린 잣대
조선.매일.영남 '대통령 동정 초점' / 한겨레.경향 '인사검증 무게'
2013년 03월 12일 (화) 10:00:49 평화뉴스 pnnews@pn.or.kr

대통령-국민 시각 평행선

박근혜 정부 출범 2주일. 그런데 시작부터 국민들에게 그다지 밝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부재, 군 쏠림·검증 안 된 인사, 어김없이 무너지는 공약. 모든 것은 시작이 가장 좋다는데 박근혜 정부는 그 시작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국민들은 복지확대와 경제민주화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데 박근혜 대통령에게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굳은 표정밖에는 국민에게 비치는 그 무엇이 없다. 그래서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이 달리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낙마한 총리후보 김용준에 이어 언론에 오르내렸거나 오르내리고 있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후보,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 언론은 이들에 대해 무슨 말을 어떤 기준으로 했을까?

먼저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에 대해 최근 언론이 쏟아놓은 말들을 정리해본다.

   
   
   
▲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 관련 보도.사설 내용

무슨 말 어떻게 했느냐가 보도 관건

언론이 다룬 말들을 단순히 건수를 기준으로 볼 필요는 없다. 무슨 말을 어떤 기준으로 했느냐, 즉 할 말을 했느냐 하는 것에 눈길을 주면 그만이다. 그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 비추어보면 조선일보의 「김병관, 로비스트 否認…靑, 장관임명 강행할 듯」은 박근혜 대통령 의중을 읽고 있는 듯하다.

   
▲ <조선일보> 2013년 3월 9일자 정치(6면)

왜냐하면 이후 나온 신문 기사·사설이 국민의 비판여론과는 담을 쌓은 듯 ‘강행’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경향, 3. 12. 6면, 「박 대통령, 김병관 장관 임명 ‘숨고르기’」 등). 또 같은 계열로 간주되는 매일신문의 기사 「김병관 ‘버티기’ 청와대는 임명 강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바로 이 점에서 두 신문 모두 권부인 박 대통령 동정에 초점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경향신문> 2013년 3월 12일자 정치(6면)
   
▲ <매일신문> 2013년 3월 9일자 종합(2면)

국민의 여론동향은 기사에 별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영남일보의 기사 「김병관 “국가 위해 무기업체 입사/아파트는 투자 목적…2개만 성공”」도 같은 맥락. 표현을 조금 달리 했을 뿐이다. 검증을 받는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의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데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 <영남일보> 2013년 3월 9일자(4면)

‘초록은 동색’ 끝내 들춰

그러나 경향신문·한겨레의 기사에서는 독자들은 무엇을 읽을 수 있나?
무엇보다 검증에 충실하다는 사실이다. 그 검증은 김병관 장관 후보가 국회에 낸 자료의 진실 여부, 취재에서 드러난 사실, 감사원과 같은 정부기관의 자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겨레는 국방부의 ‘김병관 구하기 노력’(「국방부 ‘김병관 구하기’…질문지 발뺌하다 “실수로 유출”」)을 넘어 감사원의 묵은 기록을 뒤졌다(「김병관, 미스트랄<프랑스산 대공유도미사일> 도입 관련 감사원서 ‘징계’ 요구받았다 」).

   
▲ <한겨레> 2013년 3월 11일자 종합(3면)
   
▲ <한겨레> 2013년 3월 11일자 종합(1면)

나아가 한겨레는 새누리당의 기류를 통해 박 대통령의 ‘통치’라는 근본에 접근하고 있다. 「“도덕성보다 자질” 새누리도 ‘옹호론’」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얼핏 ‘통치’=‘정치 실종’이란 점에서 엇박자 모양새 같지만 ‘초록은 동색’이란 경험칙의 예외가 아니란 점을 드러내보였다. 이런 보도 태도는 매일신문, 영남일보, 조선일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심리적 심층보도

   
▲ <경향신문> 2013년 3월 9일자 종합(3면)

경향신문은 「①무기중개 의혹 “군 상대로 로비한 것 아니냐” “로비했다면 당장 사퇴”」에서 검증보도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키고 있다. 경향신문의 검증 시리즈는 앞으로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데 밑바탕 국민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의 동향도 놓치지 않는다. 「박 대통령, 김병관 장관 임명 ‘숨고르기’」 기사는 ‘통치’를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기본 태도를 읽으면서 ‘통치’ 이후를 국민들에게 영화의 예고편처럼 지켜보게 하고 있다. 심리적 심층보도라 할만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기명기사 「김병관, 군 지휘체계 무너뜨리지 말고 사퇴를」를 통해 최선의 방책은 김병관 장관후보의 자진사퇴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 마디로 국민을 위한 검증 보도에서 조선일보, 매일신문은 한 쪽 눈을 감았고 영남일보는 피검증자의 나팔수 구실을 했다고 볼 수 있다.

   
▲ <경향신문> 2013년 3월 5일자 오피니언(29면)

군맥인사 다중 폐해 우려 한 목소리

김병관 장관후보 청문회를 지켜본 신문들은 대개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 하나는 박 대통령의 인사가 유독 육사 중심의 군맥으로 다수 채워져 있어 정부 내 다른 부처와 손발이 맞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겨레는 이 점을 ‘단순한 군사대응 차원을 넘어서 복잡하고 다변화된 외교안보 환경에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보대통령’ 박 대통령의 발목을 특정 군맥이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특정 군맥의 득세는 그 자체로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 국정원 등 권력 핵심부를 모두 육사 출신이 장악한 것은 현 정부의 권력 지도가 완전히 박정희 대통령 시절로 돌아갔음을 떠올린다. 차지철 경호실장-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시절도 떠오른다’(「‘육사 전성시대’의 폐해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매일신문도 「군출신 쏠림 인사, 부작용 우려 된다」에서 반복하고 있다.

   
▲ <매일신문> 2013년 3월 4일자 오피니언(27면)

‘청문회무용론’ 국민여론 거스르지 말라 충고

다른 하나는 특정 군맥의 득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 예측과 같은 맥락이지만 김병관 장관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김병관 국방장관 불가, ‘안보 대통령’이 결단해야」는 청문회에서 드러난 김병관 장관의 부정적 자질을 들어 박 대통령이 김병관 장관 후보를 임명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일신문의 사설 「국방장관 임명 강행, 부작용만 커진다」는 ‘김병관 후보자가 박근혜정부 초대 내각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그마저 장관에 임명한다면 정권의 도덕성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사설은 김병관 장관후보가 임명되면 ‘하나마나한 국회인사청문회. 대통령이 무시하는 청문회는 뭣 하려고 하느냐’라는 국회인사청문회 무용론이 국민 사이에서 제기될 텐데 박 ‘대통령이 (국회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될 정도로 국민의 뜻을 거르스면서까지 자신의 의도만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또 군 통합과 사기가 위협받을 위험성과 함께 영이 서지 않을 수 있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사설은 김병관 장관후보 검증에서 드러나는 의혹을 ‘불미스럽다’고 하고 ‘국민 분열 행동’으로 가치판단을 내린 점에서 이 신문이 김병관 장관후보 검증 자체를 죄악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부 주요 인사에 대한 검증이야말로 인사의 첫 걸음임이라는 국민 공감대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국민통합을 위한 노력을 외면하겠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줬다.

   
▲ <경향신문> 2013년 3월 11일자 오피니언(3면)
   
▲ <매일신문> 2013년 3월 11일자 오피니언(27면)

김종훈 전격 사퇴-국민, 실망 넘어 배신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후보로서 정부 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언론이 보도해온 김종훈 장관후보의 전격 사퇴는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사퇴하고서도 배신감을 불러일으킨 ‘사태’였다. 더욱이 그가 박 대통령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것으로 언론이 그 동안 보도해온 터여서 하루 전날 박 대통령에게 통보하고 다음 날 사퇴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박 대통령 정부의 인사과정에 깊은 의문 부호를 던지게 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후보와 관련된 보도를 살피면 다음과 같다.

의혹 꼬리 자르려 ‘사퇴’?

박 대통령 정부 안에서 확실하고도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온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후보 김종훈에 대해 국회에서는 인사청문회에 대비해 많은 준비를 해왔고 언론도 이에 뒤질세라 취재경쟁을 벌여왔다. 그것은 김종훈 장관후보가 미국중앙정보국(CIA)과의 긴밀한 관계, 2중국적, 1조원에 이르는 재산 등으로 국회는 물론 언론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김종훈 장관후보가 ‘스스로 사퇴’함으로써 박근혜 정부는 ‘정상적 출범’에 또 한 번 타격을 입었다. 김용준 총리 후보 사퇴에 이은 악수인 것.

김종훈 장관후보는 CIA와의 긴밀한 관계, 2중국적, 1조원에 이르는 재산, 사생활 문제 등에 더해 미국국적을 포기하면 1000억원에 이르는 국적포기세를 내도록 2008년부터 내도록 한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언론 매체들은 보도하고 있다. 국적포기세는 미국이 2008년부터 200만 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한 미국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국적을 포기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의 모든 자산을 양도한 것으로 보고 15%의 국적포기세를 부과하고 있다. 김종훈 장관후보가 국적을 포기하면 미국인으로서 받던 세금혜택이 사라지고 거기에 국적포기세라는 세금폭탄을 피할 수 없는 것.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외에도 김종훈 장관후보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들이 소유한 예금, 건물, 자산 등에 대해 공개하고 해명해야 한다. 그가 CIA와 깊은 관계에 있다는 것은 CIA가 설립한 군산복합기업‘인큐텔’의 이사로 재직했고, 2000년에는 CIA의 자문회의에 참가한 사실을 가리킨다. 결국 김종훈 장관후보는 기득권을 포기하느니 박근혜 정부에서 떠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조선> 보도, 이중 플레이

   
▲ <조선일보> 2013년 3월 5일자 정치(2면)

이런 맥락에서 언론보도를 보면 왜 김종훈 장관후보가 ‘전격사퇴’를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뿐더러 ‘정부조직개편 혼선에 실망’했으며 ‘정치에 환멸’을 느꼈다(조선일보, 「정치에 환멸·사생활 루며에 쇼크…“조국헌신 꿈 산산조각”」)는 그의 사퇴의 변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사퇴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란 것은 대다수 언론 보도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보도에서 얼른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다. 조선일보의 엇갈린 보도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조선일보는 위 기사에서 김종훈 장관후보의 사퇴의 변을 따옴표(“ ”)로 다음과 같이 인용 보도했다.

김 전 후보자 본인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이해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서 국회는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를 둘러싼 정부 조직 개편안 논란과 여러 혼란  황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고 했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 났다”며 대통령의 명령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웠다“고 했다.

   
▲ <조선일보> 2013년 3월 6일자 정치(6면)

그런데 조선일보는 「김종훈의 ‘조국헌신’…이렇게 가벼운 것이었나」 기명 기사에서 김종훈을 위한 변명을 나름대로 쏟아내면서도 태도를 바꿔 다음과 같이 그를 극한에 가까운 언사를 사용해 비판했다.

또 하나는 “조국에 헌신하겠다”던 다짐이 단 보름 만에 포기되고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가벼운 것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어느 게 암까마귀고 어느 게 수까마귀?

조선일보는 김종훈의 전격 사퇴 기자회견을 막강한 배포망을 통해 국민들에게, 그것도 ‘대통령의 명령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이라고 어느 것이 암까마귀이고 어느 것이 수까마귀인지 모르도록(주객전도) 인용기법을 사용해 싸잡아 비난해놓고는 미국의 정치검증은 ‘이웃의 평판까지 물을 정도로 엄격하다’면서 김종훈 장관후보를 다그치고 있다. 국적도 불명한 김종훈 장관후보인데 말이다. 그렇게 문제 있는 김종훈을 장관후보로 내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언론답지 않은 언론플레이가 아닐 수 없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후보의 버티기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후보 사퇴에서 드러난 뚜렷한 진실 두 가지-하나는 국회인사청문회와 언론의 검증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분위기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둘째는 검증은 이웃의 평판까지 물을 정도로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실보도 자세-천년 전 코끼리 조각한 장인에게서 배울 것

   
▲ 대구광역시 북구 대학로 경북대 야외박물관의 코끼리 석상

대구광역시 북구 대학로(산격동) 경북대학교 야외박물관(월파원)엘 가면 천년 도 더 된 코끼리 석상-길이 1 미터가 조금 넘는-을 볼 수 있다. 비록 검은 이끼가 끼고 옆구리에 금이 갔어도 앉아있는 코끼리 모습은 분명하다. 옛 장인-선인들이 이 석조 동물이 다른 게 아니라 코끼리란 것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조각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정부의 인사 검증-어느 정부, 누구의 인사라도-을 보도하는 언론은 천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코끼리 본디 모습(진실)을 전한 옛 장인들에게 진실보도의 기법을 묻고 또 물어야 하지 않을까.

커닝을 해도 성적으로 인정하고, 도둑질을 해도 훔친 물건은 도둑의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면 어느 누가 그 것을 법과 도덕으로 지킬 것인가. 정직하지 않은 인사, 눈 감은 검증보도를 국민들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

   





[평화뉴스 - 미디어창 223]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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