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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의 오래된 미래
백경록 /『협동조합의 오래된 미래 선구자들』(윤형근 저 | 그물코 | 2013.5)
2013년 12월 27일 (금) 10:45:04 평화뉴스 pnnews@pn.or.kr

지난 10월에 책 3권을 사놓고 2권은 그나마 읽기 시작했는데 아예 한 장도 보지 못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서평을 쓰기로 약속을 잡으면서 고작 생각했던게 그렇게 해놓으면 '책은 다 읽겠지' 라는 아주 단순한 결론이었는데 약속기한이 다가오면 올수록 책 한권을 읽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구나 정말 두 번 다시는 이런 약속은 안해야지 등의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아마 생애 최초의 책 소개이기도 하고 생애 마지막 책 소개이기도 할 것 같다. 일단 이 책의 저자와 조금은 아는 사이니 좀 빗나가더라도 용서해주실거라고 믿고 싶은데 그렇게 될는지는...

이 책은 협동조합의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 또한 협동조합법의 시행을 보면서 많은 기대와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대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하겠지만 우려는 장밋빛 환상보다 '우리는 공동체를 만들어갈수 있는 존재들인가? 우리는 협동할수 있는 사람들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할때즈음 '공동체'가 이 사회에 미래라고 생각하고 선배들과 '공동체?'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건 '나는 공동체적 인간이 아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글을 쓰는 시점에 대구시청에 전화를 해서 등록된 협동조합이 몇 개 정도인지 물어보니 125개라는 답을 받았다. 책을 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사회에도 협동조합의 열풍이 불고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고, 정부, 지자체들이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사회서비스 분야에 협동조합을 도입하려고 앞을 다투고 있다. 시민의 자발적이고 자치적인 협동을 통해 전개되어야 할 협동조합이 이래도 될까 싶은 걱정마저 들 정도다...(중략)...협동조합이 꿈꾸는 이상은 뒷전이 되어버리고 법적 제도적 지원만을 기대하거나 사회적 의미와 무관하게 협동조합이 한 시절 유행으로 끝나 버리지나 않을까"

물론 125개 협동조합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협동조합이 세상에 등장하던 시절부터 최근까지 선구자들이 협동조합운동을 통해 무엇을 성취하려고 했는지 그들의 생각과 사상 실천에 대한 내용등을 종합하여 펴낸 입문서(역사 입문서)를 단원마다 종합할 능력은 본인에게 없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한가지 길은 봤던 것 같다.

책의 몇가지 내용을 소개하고 나서 그 이야기를 하겠다. 협동조합 사상의 출발의 배경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하루 14시간이 넘는 노동과 터무니 없이 낮은 임금, 굶주림과 더러운 빈민가, 당시의 도시는 사람 살 곳이 못되었다. 시커먼 매연과 쓰레기 더미, 빈곤은 악덕과 질병을 가져왔다. 콜레라와 장티푸스가 만연했고 수많은 부랑아. 범죄자가 양산되었다. 아이들과 여성들은 자본가들에게는 더없이 부려먹기 좋은 상대였다. 그들은 아침 6시부터 시작되는 14시간 이상의 노동과 최악의 근로조건에 아무런 저항도 할수 없었다. 인류를 신세기로 이끈 산업혁명은 수많은 사람들을 '문명화된 야만' 상태로 내몰고 있었다"

협동조합의 아름다운 성공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운동이 이러한 열악한 삶을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는 것은 우리가 꼭 새겨야 될 내용이 아닌가? 소비자협동조합운동의 전형이 된 로치데일의 시작을 알리는 호리요크의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참을수 없는 궁지에 몰린 어느날 밤"

19세기 들어서면서 노동자들은 열악한 삶을 벗어나려는 생존의 실험들을 시작한다. 노동조합운동과 사회적의 운동, 그리고 협동조합운동이 등장한 것이다. 초기에 이 운동들은 서로 얽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호리요크의 말(1841년)을 한번 들어보자.

"사회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요원한 지점을 바라보게 하는 망원경과 같은 것이지만, 협동조합운동은 적진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침략해 가는 평화의 세력이다"
이 말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협동조합운동의 초기 선구자들은 대개 이와 비슷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고 아마 저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  

책의 중반을 훌쩍 넘기면 몇몇의 나라가 나온다. 간략하게 두명의 이야기만 들어보자.
일본의 생협의 역사를 만들어놓은 가가와 도요히코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사회 성원이 착취를 벗어날 수 있는 상호우애의 의식적인 자각없이 완전한 협동조합의 운용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산업조합운동에는 심리적인 요소와 윤리적인 요소, 그리고 교육적 요소라는 세가지 측면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몬드라곤의 호세 마리아 신부는 "지금 바로 새로운 체제를 건설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할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해야 한다...(중략)...새로운 체제가 만약 인간적이라면, 다원적이고 자유롭고 광범위한 영역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어떤 체제가 선택된다하더라도 그것은 교육, 노동, 인간의 존엄에 대한 인식의 기초 위에 놓지 않으면 안된다"

370페이지에 달하는 수 많은 인물들과 역사를 일일이 소개할 수 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수 없는 협동조합 원칙들에 대해서 일일이 소개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또 그러한 협동조합들에 대해 일일이 비평할 수 있는 지혜가 본인에게 있지도 않다. 다만 경쟁사회 속에서 협동보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만을 강요받았던 우리에게 먼 과거부터 또 여러나라 선구자들의 내용 속에서 공히 이야기하는 건 교육에 대한 끊임없는 강조였다. 우리는 협동을 배우지 못했으며 공동체를 위한 자발적 희생도 배우지 못했고 삶도 그렇지 못하다. 당장 협동조합을 만들고 성공하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협동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교육이 먼저 진행돼야 되며 협동조합을 만들어가면서도 그것은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가난과 질병, 악덕과 무기력이 200년 전 영국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사회만 보아도 양극화로 인한 가난의 심화와 세계 최고의 자살률, 늘어만 가는 청년실업과 병든 노인들, 양산되고 있는 신용불량자들과 고리채와 별반 다를바 없는 대부회사들의 악덕, 묻지마 범죄가 만연하고 구제금융 이후 정리해고가 시행되면서 사회시스템으로부터 낙오에 대한 공포가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정글을 벗어나 돈이 아니라 '공동체적 유대와 호혜의 사회관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을 외치고 있다.

'협동조합' 참 어렵다. 하지만 대안은 여기에 다시 있지 않은가?
책을 덮고 나서 두 가지의 내용만 머릿속에 맴돈다.
참을수 없는 궁지에 몰린 어느 날 밤,
"지금 할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해야 한다"

   





[책 속의 길] 116
백경록 / 대구YMCA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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