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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고 활동가는 사람밖에 모른다
박석준 /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김성근 저 | 이와우 펴냄 | 2013.3)
2014년 01월 03일 (금) 10:56:59 평화뉴스 pnnews@pn.or.kr

작은 단체지만 대표를 맡고 있다 보니 흔히 말하는 ‘리더’가 되었다. 물론 성공과 출세를 뜻하는 ‘리더’와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리더’로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은 기업처럼 실적과 이윤을 내는 것이 우선이 아니고, 장사처럼 많이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바로 사람을 남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내 마음을 몰라줘 야속하고, 어떤 이는 사소한 오해로 감정이 틀어지고, 어떤 이는 공을 많이 들여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때가 있다. 이런 와중에 진심이라는 에너지는 방전되어 가고, 알맹이는 쏙 빠진 껍데기만 남은 형식적인 관계만 남게 된다. ‘대표’, ‘간부’라는 직책에 따르는 책임감만으로 버틸 뿐이다. 이런 과정을 겪고 있던 즈음,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라는 책은 나를 돌아보고 다시 다잡게 하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가볍게, 그리고 진지하게 읽기에 안성맞춤이기도 하고 말이다. 

   
책의 저자인 ‘김성근’은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한국 프로야구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퇴물이 된 선수를 재활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전력을 최대한 쥐어짜내 약팀을 강팀으로 만들어 내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존경받는 야구인 중 하나다.

하지만 승부에만 집착하는 재미없는 야구, 선수 혹사 논란, 타협 없는 대쪽 같은 성격,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어느 곳에서 속하지 못하는 재일교포인 탓에 빛나는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항상 정리해고 되는 어찌 보면 ‘마이너 인생’에 불과하다.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흔한 자기 계발서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각 선수와의 에피소드와 편지를 토대로 담담하고 진실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감독 김성근’ 그의 인생이 그랬듯, 이 책에는 성공과 출세가 아니라 사람이 중심에 있다.

특히 이 책은 ‘리더’를 ‘활동가’, ‘운동가’로 바꿔도 무방할 만큼 사회단체 활동과 딱딱 들어맞는 구석이 꽤나 있다. 1장의 내용만 보더라도 소제목 ‘1%의 가능성을 찾아서’의 내용은 ‘중용’으로, ‘받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헌신’으로, ‘나태함과 긴장감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서’서는 ‘열정과 직관’으로 ‘난 내 자신에게 가장 혹독하다’는 ‘원칙’으로 단번에 정리될 만큼 활동가가 자질과 덕목에 딱딱 맞아 들어간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열 개 중에 하나만 잘해도 그는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다.”
“애정이 있어야 오랜 관심을 기울일 수 없다. 오래 관심을 기울어야 그의 감추어진 재능이 보인다.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다. 찾을 수도 없다.”
“모든 분야를 세심하게 보고 변화에 민감하지 않으면 리더가 될 수 없다. 남에게는 헌신하되, 자신에게는 혹독한 것이 리더의 참 모습이다.”


김성근이라는 인물의 이미지가 그러하듯 윤리 선생님처럼 다소 고리타분해 보이지만 너무도 당연하고 또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것도 힘들 판인데 또 뭘 갖춰야 한다고 하니 리더는 진짜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가 보다. 또 리더는 미래를 들여다보는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이것을 ‘진(診)’이라 표현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현상을 바라보는 세 가지 눈이 있다고 말한다. 그저 보는 ‘견(見)’, 자세히 들여다보는 ‘관(觀)’, 가장 깊은 곳까지 볼 수 있는 ‘진(診)’이 있으며 이 중에서 ‘진(診)’이 리더가 가져야 하는 눈이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이 바로 진(診)의 눈이다.

헌신하고, 준비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가져서 리더의 ‘만랩’을 찍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단순한 결합에 그치게 된다. 저자는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진짜 리더이고, 리더에게 인내는 필수라 말한다. 인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인정받기 위해 이기심을 가지기 때문이라 한다. 참 공감 가는 구절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급증으로,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매섭게 몰아붙이고 모든 것을 대상화하고, 수단화한다. 작은 결과조차도 자신의 몫으로 찾아오기 위해 수많은 권모술수가 판을 치고, 이전투구를 벌인다. 이게 다 가장 중요한 사람을 지워버리니 생기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핵심이다. ‘사람’과 ‘그 사람’은 다르다. ‘사람’은 개성 없는 백 명을 말하는 거고, ‘그 사람’은 개성 있는 한 사람을 말하는 거다. 유일무이하게 ‘그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다.”
“진실만 있으면 어떤 경우, 어떤 사람하고도 보이지 않는 실로 이어지게 된다. 나는 리더로서 선수들을 챙길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게 행복하다. 선수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역으로 절실하게 고마운 것이다. 절실한 순간을 끌어안는 사람은 영원한 순간을 차지할 수 있다. 리더는 사람을 살려야 한다. 리더는 절대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책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결론은 ‘사람’이다. 나에게 ‘그 사람’은 ‘동지’이고, 진실은 ‘진심’이다. ‘동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심’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돈이면 다되는 세상이라지만, 사람은 돈을 주고 살수 없다. 사람 없는 조직과 공동체는 공동화(空洞化)될 뿐이다. 김성근 감독이 말하는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지만, 내가 되고 싶은 활동가는 사람밖에 모르는 바보다. 2014년 새해에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선 ‘그 사람’을 ‘진실’로 만나야겠다. 

   





[책 속의 길] 117
박석준 / 함께하는대구청년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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