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묻는다. 언제까지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5.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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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구 학생ㆍ시민 200여명 침묵시위..."대한민국의 침몰, 이제 국민이 심판할 것"


학생과 시민 200여명이 마스크를 낀 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손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짧은 글이 적힌 팻말을 들고, 또 다른 손에는 국화꽃을 든 채 슬픈 얼굴로 말 없이 행진을 이어간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를 벌이는 청년들(2014.5.10.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를 벌이는 청년들(2014.5.10.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구해줄테니 가만히 있으라. 해결해줄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 그 결과가 이렇게 처참하다면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언제까지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정말 아직도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영남고교 2학년 이모(17)군은 이같이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군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동갑내기 친구들의 희생을 보며 "정부와 어른들에 대한 신뢰는 이제 깨졌다"며 "배신감만 든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가 대구에서도 열렸다.

대구 침묵시위에는 중.고교생등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했다(2014.5.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침묵시위에는 중.고교생등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했다(2014.5.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25일째인 10일 저녁 대구백화점 앞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추모・실종자 무사귀환 염원・정부 규탄 침묵시위'가 시민 2백여명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됐다. 이들은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가만히 있으라'는 글이 적힌 피켓과 국화꽃을 든채 1시간 가량  침묵시위・행진을 벌였다.

특히 이날 침묵시위에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대구에서 열린 추모집회 가운데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대학생과 고교생 등 10-20대 청년들이 참석자의 주를 이뤄 눈길을 끌었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는 사고 당시 "격실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선장의 안내방송과 사고 발생 후 실종자를 한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비판하는 침묵시위다. 앞서 지난달 말 서울에서 시작해 경상북도 구미시와 경기도 안산시(5일), 전라북도 전주시(6일)에서 진행됐고, 10일에는 대구뿐만 아니라 안산과 포항, 제주도에서도 이어졌다.

마스크를 끼고 동성로 일대에서 침묵시위를 하는 시민들(2014.5.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마스크를 끼고 동성로 일대에서 침묵시위를 하는 시민들(2014.5.10)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이날 대구 침묵시위를 제안한 것은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휴학생 김민정(28)씨로, 김씨는 청와대 홈페이지를 비롯한 페이스북 등에 침묵시위를 열자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후 이 글에 호응하는 대구 시민들의 댓글이 수십건 달리면서 이날 침묵시위가 열리게 됐다.

김씨는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도 침몰했다"면서 "이 사고뿐 아니라 수 없는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계속 가만히 있으면 죄 없는 국민들만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와 뭐라도 하자고 제안하게 됐다"고 침묵시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가만히 있으라는 말 한마디로 국민을 짓밟으려하는 이 정권에 분노한다"며 "추모분위기를 넘어 사고의 장본인들을 향해 분노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날 시위에는 시민 2백여명이 참여했다(2014.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시위에는 시민 2백여명이 참여했다(2014.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침묵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강희(44)씨는 "수백명의 국민을 수장시킨 박근혜 정부는 무능과 무책임을 넘어 국가라는 존재의 의미를 아예 잃었다"며 "사고 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 박근혜 정부"라고 지적했다.     
박희수(23)씨는 "이번 사고로 무너져 내린 대한민국의 현재를 봤다"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또 "사고를 전하는 언론인의 보도 행태를 보고 더 절망감을 느꼈다"면서 "정부도 언론도 모두 가만히 있으라. 이제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준(36)씨는 "국가가 하라는 대로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희생된 꽃들 앞에 그렇게 다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구조를 기다리며 가만히 있었던 어린 넋들을 위로하고 그들로부터 반면교사 삼기 위해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약속하겠다. 우리가 가만히 있기만 하면 이 사고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힘 없는 국민은 가만히만 있기에 이제 지쳤다"고 했다.  

초등학생도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에 참여했다(2014.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초등학생도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에 참여했다(2014.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6일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0일 저녁 9시 현재, 탑승자 476명 중 275명이 숨지고 29명이 실종됐으며 172명이 구조됐다고 집계했다.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시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의 피해가 커 슬픔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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