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고 학생·학부모들, 국정교과서 배포하면 "반송할 것"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3.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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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기간제교사 출근·교재 배부 예상...학부모대책위, 신입생들에 수거봉투 "이준식 장관 앞 반송 검토"


'부당한 역사 교과서 선정 철회' 피켓을 든 문명고 재학생(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부당한 역사 교과서 선정 철회' 피켓을 든 문명고 재학생(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산 문명고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교 측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배포할 경우 저항의 의미로 교재를 수거해 이준식(66)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일괄적으로 반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 학부모 대책위원회'는 "금주에 학교가 국정교과서 기간제교사 채용을 완료해 출근시키면 교재도 배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럴 경우 학생 동의 하에 모든 국정교과서를 일괄 수거해 봉투에 담아 이준식 교육부 장관 앞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학부모대책위는 교재 배포 시기를 금주로 보고 있다. 학교 측이 국정교과서 기간제교사를 채용했고 그가 출근하면 교재를 배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이들은 교재 반송에 동의하는 학생들의 '국정교과서 수거 봉투'를 모두 모아 이준식 장관에게 보내는 퍼포먼스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빠르면 15일, 16일쯤 교재 배포를 예상하던 지난 주와 달리 현재는 특정한 시기를 밝히는 것을 꺼리고 있다. 현재 문명고 신입생들은 검정교과서인 천재교육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국정한국사' / 사진 출처.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국정한국사' / 사진 출처.교육부

오일근 학부모대책위 대변인은 "올바르지 못한 역사를 가르치는 국정교과서에 대해 신입생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다"며 "한 달째 학교에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촉구하고 소송까지 벌이고 있지만 교장은 외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방적 교재 배포에 교재 반송으로 맞서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대책위는 이미 지난 2일 문명고 신입생 180여명에게 교재 수거 봉투를 나눠준 상태다. 

신입생 학무모 A(46)씨도 "학교가 채택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교과서 교육을 강행하려 한다"며 "일방적인 교육을 거부한다는 마지막 대응으로서 우리는 교재를 반송할 수 밖에 없다. 신입생들의 반대 입장은 흔들리지 않고 강하다. 학생들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명고 관계자는 "교사 채용은 끝났지만 아직 출근 날짜도 교재 배부 날짜도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교육 정상화를 위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일단은 두고보자"고 밝혔다.

문명고 신입생들의 입학식 당일 '국정교과서 철회' 시위 (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명고 신입생들의 입학식 당일 '국정교과서 철회' 시위 (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문명고는 지난달 중순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 시민사회로부터 지탄 받고 있다. 국정교과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강력하게 밀어붙인 역사 편향 교재일뿐 아니라 오류 수 백여곳이 발견된 '실패한 교재'기 때문이다.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역사를 배우는 문명고 신입생들은 입학식 당일 1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국정교과서 철회' 시위도 벌였다. 또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며 신입생 3명이 전학을 갔고 1명은 자퇴했다. 지난 13일에도 이모(16) 학생이 자퇴서를 냈다. 5명이 문명고를 떠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 5명은 이영우 경북교육감을 상대로 국정교과서 사용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오는 20일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한편 '문명고 한국사국정교과서 저지 대책위원회'는 오는 15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가량 경산 문명고 앞에서 시작해 경산시장까지 국정교과서 저지를 위한 촛불행진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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