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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고통 30년"...월성원전 인근 할머니의 청와대 국민청원
경주 양남면 나아리 주민 황분희(71)씨 청원글, 마감 나흘 전 2천여명 참여
원전서 1km 남짓한 마을에 8백여명, 이주 대상 구간서 빠져 '갑상선암', '삼중수소' 검출 피해 고발
2018년 02월 23일 (금) 14:45:48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인근 마을 70대 주민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이주 대책"을 요구했다.

30여년째 경주 양남면 나아리에 살고 있는 황분희(71)씨는 몇 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상선암에 걸렸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주를 비롯한 마을 주민 상당수는 5차례 조사에서 모두 체내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때문에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민들의 이주를 위한 '이주법 마련'을 호소했다.

황씨는 23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글을 올린 당사자가 맞다"며 "너무 답답한 마음에 문 대통령에게 청원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월성원전 인근마을 주민 황분희(71)씨가 올린 글 캡쳐

앞서 지난달 28일 황씨는 '월성원자력 인접 주민인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렸다. 마감일은 나흘앞으로 다가왔고, 현재까지(2월 23일 오후 2시 기준) 2,193명이 참여했다. 30일 내에 20만명이 참여하면 청와대가 직접 답할 수 있어 글을 올렸지만, 현실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황씨는 글을 썼다.

70대 어르신은 이 글에서 "원전 914m 울타리 안으로 사람이 살 수 없다"며 "저는 불과 그 기준에서 300m  더 떨어진 곳에 산다"고 했다. '원자력안전법'상 이주 대상 구간은 914m로 1km 남짓한 곳에 사는 주민들은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890여명의 인근 주민들은 계속 원전 근처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황씨는 "나는 갑상선암 환자가 됐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손주들 몸속에서는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면서 "물, 먹거리, 공기는 방사능에 노출됐고 주민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원전뿐 아니라 준저준위 방폐장, 고준위 폐기물 임시저장고까지 근처에 있어 주민들은 숨만 쉬어도 방사능 피폭에 노출되는 끔찍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이 고통과 공포를 끝내달라"고 애원했다.

   
▲ 나아리 주민들의 원전 계속운전 반대, 이주 촉구 천막농성(2016.9.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나아리 마을 바로 앞에서 보이는 월성원전 1~4호기(2016.9.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면서 "2년전 5.8 경주 지진이 나고부터는 더 살기 힘든 마을이 됐다"며 "이 마을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다. 주거권과 생명권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이주법을 개정해 달라"고 청원했다.

황씨는 31년 전인 1987년 나아리로 이사왔다. 그때는 원전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고 이런 피해가 생길거라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현실을 깨달은 촌부는 이제 '투사'가 됐다. 현재는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위원장 김진일)'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처음에는 '이주'만 요구하다가 이제는 '월성원전 폐쇄'에서 '탈핵'까지 요구하고 있다. 다른 주민들과 함께 3년 넘게 천막농성도 벌이고 있다.

한편, 경주를 지역구로 둔 김석기(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월성원전 등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반년째 상임위원회에조차 상정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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