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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내가 누군지 알겠어?"...치매, 어머니의 그리운 일상
홍성철 /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오카노 유이치 글.그림 | 양윤옥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3)
2018년 08월 14일 (화) 12:12:39 평화뉴스 pnnews@pn.or.kr

글을 요청받고 먼저 생각난 책이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이다. 처음에 읽을 때는 그냥 글보다는 그림이 많아 읽었다. 사실 작년에 쓰러진 이후에는 글보다는 그림이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때를 생각하면 몸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고 멍하고 수동적이 되며 나 자신도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병원에 입원해서 1주일가량 있으면서 모야모야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모야모야병은 간단하게 말해 뇌혈관이 기형적으로 발생하는 병이다. 아직 결혼도 못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들이었다. 그렇게 1주일간의 입원 생활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 오른손과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았다. 오른손에 예전과 같은 힘을 되찾는 데 3개월가량 걸린 것 같다. 기억력은 지금도 힘들다. 어제 일을 잘 기억 못 한다. 내 이야기는 이쯤하고 책 이야기를 해보겠다.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는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와 그를 돌보는 아들의 이야기로 4컷 만화이다. 작품 전체에 깔린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시선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만화와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의 내용은 다 읽고 난 다음 여운이 많이 남았다.

   

아들로 나오는 작가 페코로스(오카노 유이치)는 도쿄에서 작은 출판사에서 일한다.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질 무렵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마쓰에)는 1923년 구마모토현 아마쿠사시의 농가에서 태어나 나가사키에 시집온 뒤, 남편의 술버릇에 시달리며 두 아들을 키워내고, 남편이 사망한 뒤에 서서히 시작된 치매 증상에 크게 당황하며 지내고 있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간 자그마하고 통통한 몸매의 할매라고 책은 소개하고 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가서 묻는다. "엄니, 내가 누군지 알겠어?" 어머니는 남동생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들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럼 히데요시(어머니의 아버지)"라고 대답한다. 아들은 자기 얼굴을 보이며 "자, 누구?"라고 물어보는 도중에 어머니는 잠이 든다. 이런 식의 4컷이다. 다음 화.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를 마주 보다 잠이 든다. 깨어난 어머니는 졸고 있는 아들의 대머리를 어루만지며 "유이치, 언제 왔다냐. 머리는 싹 벗어져서는. 네가 와줘서 참말로 좋다야"라고 말한다. 60이 넘어 머리가 벗겨진 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가슴 따뜻한 에피스드이다.

   
▲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중에서 / 사진. 홍성철

"아까 네 아버지가 찾아 왔었어". 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한마디 사죄할 게 있어서 찾아왔소. 생전에 고생만 시켜서 참말로 미안했소"라고 한다. 어머니는 "아휴, 천만의 말씀을, 어서 얼굴 드시우" 한다. 작가가 '우리 엄니, 치매 걸리셨나? 아부지는 진즉에 돌아가셨잖아'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얘, 유이치, 내가 치매에 걸려서 네 아버지가 나타난 거라면 치매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아버지 모자를 고쳐쓰며 "내 또 오리다" 하고, 어머니는 "여보, 꼭 와야 해요. 맛있는 술상차려 놓고 기다릴테니께"라는 8컷이 나온다.

   
▲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중에서 / 사진. 홍성철

이런 소소한 일상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보면 볼수록 작가는 어머니의 치매가 슬프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치매로 인해 다시 만나는 남편, 그로 인해 치매가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어머니, 치매로 그리웠던 모든 것이 다시 돌아와 행복해하는 어머니의 일상이 소소하게 담겨 있다. 치매로 어머니의 그리운 것들이 돌아오고 그리운 이들이 찾아오고 그로 인해 어머니는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이 책은 치매 노인들을 동글동글 너무 귀엽게 그렸다. 이들의 일상을 참 재미있게 그렸으며 너무 귀엽게 그려진 어머니와 대머리 작가의 일상이 너무나 아름답게 펼쳐져 작가가 어머니를 생각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치매 국가책임제가 추진 중이다. 치매 국가책임제의 주요 내용은 치매 지원센터 확대, 치매 안심병원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 의료비 90% 경감,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 치매 환자에게 전문 요양사를 파견하는 제도 도입이다.

작년 현재 우리나라 65세 인구는 708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13.8%를 차지하며, 2030년에는 24.5%, 2050년에는 38.1%로 증가할 그것으로 예상하고 이중 치매 인구도 증가하여 2030년에는 전체 노인의 10%인 127만 명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각 가정에서 치매 어르신을 돌봄으로써 가족 간의 갈등이 발생하여 가정이 붕괴, 자살 등으로 사회적 비용 또한 엄청나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국가에서 보조해 주고 돌봐주는 제도인 것 같다. 고령화 사회에서 필요한 제도인 그것만은 확실하나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사회적인 합의도 필요할 것이다. 나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

   
 






[책 속의 길] 145
홍성철 / 대구장애인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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