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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 급등, 이재명 정부도 못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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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투기적 가수요 놔둔 채 공급 확대하면 문제 더 키운다

 

최근 서울 집값이 비상이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며 불안감이 외곽지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후에 민주당이 정권을 놓친 이유로 집값 폭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 흔히 꼽힌다. 이재명 정부는 출발부터 난제에 부닥쳤다.

이재명 부동산 대책이 크게 후퇴했다

이번 21대 대선은 탄핵 정국에서 급하게 치러졌기 때문에 후보들의 공약이 3년 전 20대 대선 때만큼 자세하지 않았지만, 공약집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나타난 이재명 후보의 부동산 대책의 방향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세금으로 억누르려 하지 말자. 대신 살 만한 집을 구하려는 사람을 위해 충분히 공급을 해주자.”

20대 대선 때의 공약과 아주 달라졌다. 무엇보다,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가 사라졌다. 민주당 경선 후보로서 2021년 8월 3일에 발표한 부동산 공약 발표문은 이렇게 되어 있다.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토지거래세를 줄이고, 0.17%에 불과한 실효보유세를 1%선까지 점차 늘려가야 합니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 차단 목적의 교정 과세인 국토보유세를 부과하면 반발이 따르므로 이를 전액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해 조세저항을 줄여야 합니다.”

또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이해충돌을 막는 대책도 없어졌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장이 불신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부동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고위공직자부터 부동산으로 돈을 못 벌게 해야 부동산 정책의 완결성이 높아지고 국민 신뢰가 생겨 정책효과가 배가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비필수 부동산 소유자 고위직 임용과 승진 제한 등을 약속했으나 이번에는 거론되지 않았다. 그리고는 오로지 공급 확대만 제시하였다.

공급을 늘리기만 하면 집값 문제가 해결될까? 흔히 ‘집값’이라고 하면 매매가격만을 떠올리지만 전세가격과 월세가격도 같이 살펴야만 올바른 진단과 맞춤형 대책이 가능하다. 이들 가격의 변화에 따라 세 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해법을 찾아보자.

집값이 상승하는 세 가지 상황

[상황 1] 매매가격만 상승하는 상황이다. 투기 바람이 불면 이렇게 된다. 주택 매입 수요는 늘고 주택 소유자는 매각을 꺼리므로 매매가격이 가파르게 솟구친다. 동시에 임차수요는 줄고 주택을 매입한 다주택자는 임대하려고 하므로 전월세가격은 하락세를 보인다. 그 반대로, 투기 바람이 잠잠해지면 실수요자는 매입보다 임차를 원하기 때문에 전월세가격이 상승한다.

투기는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투자이므로 투기 이익을 없애면 투기적 가수요는 사라지고 시장에는 실수요만 남는다. 이렇게 시장이 정상화되면 지금껏 투기 대책으로 활용해온 각종 규제, 예를 들면 다주택 중과, 토지거래허가제, 투기지역 지정 등은 필요 없어지고,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에 접근”하는 것을 굳이 막을 이유도 없다.

<주간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지수 변동률 그래프>(2025.6.23 기준)

자료 출처.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2025.6.26)
자료 출처.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2025.6.26)

투기 이익을 없애는 수단으로는 양도소득세가 흔히 거론되지만, 그보다는 매입지가의 이자를 상회하는 토지 임대가치를 보유세로 매년 징수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필자는 이런 세금을 ‘지대이자 차액세’라고 부른다. 이재명 대통령이 20대 대선 때 제시했던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도 토지보유세 강화 수단이므로 역시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투기 대책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필자의 다른 칼럼을 참조해 주시기 바란다. (한국의 팬데믹 부동산 투기를 막을 백신 있다. / 2021.4.5 평화뉴스. http://www.pn.or.kr/news/articleView.html?idxno=18653)

[상황 2]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상승하지만 월세가격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 나타난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반면, 월세가격은 금리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이 쉬워질 때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금리와 대출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집값 대책만을 위해 손대기는 어렵다. 사정이 급해서 지금처럼 대출을 조이면 매입수요 억제에는 도움이 되지만 원인 치료는 못 한 채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상황 1]의 설명에서 언급한 ‘지대이자 차액세’를 징수하면, 금리와 대출이 변해도 매매가격은 상승·하락 없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효과는 [상황 3]에서도 같다.

[상황 3] 매매가격과 전월세가격이 다 상승하는 상황이다. 주택 실수요량과 공급량 간의 격차가 커지거나, 주택의 편의성・쾌적성이 높아지거나, 건축비가 오르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상황 3]은 정상적인 시장 반응이므로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기는 것이 좋다. 정부는 시장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역할을 하면 된다. 예를 들면, 주택 수급 간의 괴리가 시장에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경우에 민간의 공급 확대를 정책으로 지원한다거나, 시장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계층에 대해 복지정책 차원에서 공공임대주택, 청년주택, 신혼주택 등을 지원한다.

현실에서는 위의 세 가지 중 둘 이상의 상황이 같이 나타나는 수가 많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이상 만성적으로 [상황 1]에 처한 가운데 시기별·지역별·계층별로 다른 상황이 겹쳐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해법도 그에 맞춰야 한다. 즉, 부동산 불로소득이 없는 정상적인 시장을 조성하고 그 바탕 위에서 다른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사진 출처. KBS뉴스 「
사진 출처. KBS뉴스 「"집값 더 오를까"…불안심리에 꺼지지 않는 불장」(2025.627) 방송 캡처

신속하게 20대 대선 공약으로 돌아가야

20대 대선 때는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 현실을 [상황 1]로 진단하고 공약을 냈었는데 이번 공약을 보면 [상황 3]으로 진단하는 듯하다. [상황 1]을 그대로 둔 채 주택 공급을 늘리면, 과거에도 여러 차례 경험했듯이 오히려 투기의 불쏘시개가 되기 쉽다. 강남 아파트값이 주택 부족 때문에 오르는 게 아님을 누구나 아는데도,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대통령 핵심 참모들이 부동산 ‘투자’(?)를 하며 살아와서 그런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멘토인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의 예를 보자. 그는 2021년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 정책본부장이었다. 경기도 공직자 재산 등록에 본인과 가족 명의의 부동산 17건(약 59억 원)을 소유한다고 신고했는데, 논란이 일자 정책본부장을 사퇴하면서 “투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다음 날 “이재명 정부에서 부동산 투기는 없어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부동산 불로소득을 방치하는 지금과 같은 제도하에서 이런 해명이나 다짐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이한주 위원장은 대통령을 포함한 핵심 정책결정자들과 시급하게 의논해주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부동산 투자를 막을 길이 없고 세금으로 투기 이익을 환수할 의도가 없다’고 공언했으니, 투기 세력은 물론이고 불안한 영끌 세대까지 자극하지 않을까 두렵다. 어물거리면 투기 회오리에 정권을 날린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게 된다.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20대 대선 때의 부동산 공약을 되살리기 바란다.

[김윤상 칼럼 152]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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