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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선수 페미 공격과 핑크마스크
[남은주 칼럼] 젠더 인식으로 보는 도쿄올림픽
2021년 08월 11일 (수) 11:54:41 평화뉴스 남은주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코로나19로 한해 미뤄지고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 비장애인들의 도쿄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020 도쿄올림픽은 48.8%의 여성이 참여하는 대회 사상 첫 번째 ‘성평등 올림픽’이 될 것을 공언했었다. 어느 해보다 다양성과 성평등에 대한 이슈가 많았던 도쿄올림픽의 젠더이슈를 두 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돌아보자.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 학대’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 혼성전으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안산(20·광주여대) 선수는 '숏컷(쇼트 커트)'+여대라서 ‘페미’라는 공격을 받았다. 금메달까지 반납하라는 도 넘은 이 공격의 증거는 ‘오조오억’,‘웅앵웅’ 단어사용과 걸그룹 마마무의 팬이라는 것, 배우 이주영의 SNS 팔로잉 등이다. 이주영 배우는 SNS를 통해 여배우라는 말은 여성혐오적 단어라고 언급했던 배우이다.

이후 한국양궁협회 자유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지켜달라는 글과 공격하는 8천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이 과정에서 한지영 신체 심리학자의 제안으로 진행된 ‘#여성_숏컷_켐페인’은 하루 만에 6,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이런 힘든 과정에서도 안산 선수는 3관왕이 되었다. 외신들은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에 대해 ‘성차별적 학대’(sexist abuse) 혹은 ‘온라인 학대’(online abuse)로 명명하고 한국의 페미니즘 혐오에 대해서도 보도하였다.

   
▲ 사진 출처. KBS 뉴스 <"안산은 페미니스트, 금메달 박탈하라"...도넘은 온라인 혐오>(2021.7.30) 캡처

이번 사건은 GS25 포스터 사건과 이어져 있어 더욱 증폭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 요소를 찾아내고, 그것을 페미니즘이나 메갈리아 사이트와 연결하고, 이런 상징물(?)을 쓰는 것에 대해 빗발치는 항의를 하는 것이다. GS25 외에 서울경찰청, 무신사, BBQ, 평택시, 전쟁기념관, 메가커피 등 여러 기업에서 같은 일을 겪었고, 사과했다. 더욱이 포스터를 만든 직원은 의도적이지 않았다고 분명히 몇 번이나 이야기했고 징계를 받을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받았다. 이런 ‘일부’ 소비자들의 요구에 기업이 무기력하게 징계를 한 것이다.

미국 펜싱 남자 대표팀의 핑크 마스크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과는 사뭇 다른 연대의 사건도 있었다. 미국 펜싱 에페 남자 대표팀 제이크 호일, 커티스 맥도월스, 예이서 라미레즈는 7월 30일 열린 단체전 16강전 일본경기에서 핑크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반면 후보 선수인 앨런 하지치는 검은 마스크를 했다.

왜 그랬을까?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하지치는 2020 도쿄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했으나 2013~2014년 컬럼비아대학 시절에 있던 성폭력 가해 행위에 대해 피해자 3명이 폭로를 했다. 미국 스포츠 인권기구의 조사에 의해 대학 시절 이와 관련한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려졌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하지치는 불복하여 항소했으나 올림픽에는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팀의 호일 등 3명의 선수는 비록 하지치와 함께 단체전에 출전하지만, 그의 편이 아니라 피해자와 연대한다는 뜻을 마스크 색깔로 보여준 것이다.

하지치와 같은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으면 어떤 조치가 내려졌을까. 한국체육계의 선택이 궁금하다.

   
▲ 이브티하즈 무하마드(35.Ibtihaj Muhammad) 미국 세이버 펜싱 선수의 트윗(2021년 7월 30일). 그는 히잡을 착용하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미국 최초의 선수다. "미국 남자 에페 펜싱팀은 성추행 피해자를 위한 응원의 표시로 도쿄올림픽 개막전에서 분홍색 마스크를 착용했다...입장을 표명한 팀에 경의를 표한다"

‘#여성_숏컷_켐페인’과 핑크마스크의 의미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 학대’는 유명인들과 시민들의 지지로 인해 더 이상의 피해가 가지 않고 정리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GS25 포스터 사태 이후로 소비자로서의 효능감이 높아진 일군의 네티즌들은 경향신문의 보도(8.10)에 의하면 ‘신남성연대’의 조직적인 활동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아직 끝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성공 가도를 달리던 ‘젠더갈등’, ‘남성혐오주의자=페미니스트’의 프레임은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을 통해 그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연예인과 셀럽들의 인증샷과 발언들은 문제를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미국 펜싱 에페 남자 대표팀의 핑크 마스크 소식은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건 지원과정에서 피해자의 편에 서거나 최소한의 중립이라도 지키기 보다 가해자의 편에 서거나 2차 가해 행위를 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피해자에 대한 연대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선수들의 행동은 성평등을 향한 구체적인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변화하고 있는 젠더인식, 바뀌어야 할 올림픽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다양한 의사 표현하였다. 독일 여자 필드하키 대표팀의 니케 로렌츠 주장은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가 담긴 밴드를 찼고, 미국 여자 포환던지기 선수 레이븐 손더스는 억압받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연대의 메시지로 ‘X자 시위’를 하기도 했다. IOC는 징계를 검토했지만, 미국올림픽위원회는 “증오, 혐오가 아닌 평화적인 방식으로 인종적·사회적 정의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다”며 징계를 거부했다. 손더스의 행동을 계기로 선수들의 정치적·사회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도쿄 올림픽에서 여성선수들은 선수복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을 공론화했다. 독일 여자체조 대표팀은 이번 도쿄올림픽에 원피스 수영복 형태의 기존 유니폼 대신 몸통부터 발목 끝까지 덮는 형태의 ‘유니타드’를 입고 출전했다. 여성 체조선수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끝내기 위해서 이다. 도쿄올림픽 TV 중계 주관 방송사 대표도 “여자 선수들의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지 않겠다”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성평등하게 바뀌어야 하는 올림픽을 위한 과제는 IOC 집행위원의 여성 비율 확대, 유니폼이나 경기 규칙 등 참여 환경 개선, 더 근본적으론 여학생들의 스포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 등이다. 이에 대해 IOC는 6월30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파리에서 열린 세대평등포럼에서 2024년까지 올림픽의 성평등 기치를 강화할 것을 공약했다.

먼저 ‘2024 파리올림픽에서 완전한 젠더 평등’(남녀 선수 비율 50:50)을 이룰 것과 다음으로 ‘유해한 사회적 규범, 성 고정관념 및 관행을 깨기 위해 모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성평등하고 공정한 묘사를 보장할 것’ 그리고 ‘스포츠 조직의 여성 대표성을 가속화 하고, 의사 결정 기관에서의 여성 대표성을 최소 30% 달성할 것’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근대 올림픽에는 여성 참가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2021년 올림픽은 젠더인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남은주 칼럼 24]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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