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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맞다
[유영철 칼럼]
2021년 08월 30일 (월) 11:48:49 평화뉴스 유영철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하도 많은 사람이 언론중재법에 대해 말과 글을 쏟아놓으니 이게 도대체 어디로 흘러갈지 어떻게 결말이 날지 모를 정도다. 대세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잘못됐다는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과연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취지가 무엇이고 골자가 무엇이길래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탄압하는 법이라고 하는지, 그렇다면 왜 이 같은 법을 민주당은 그토록 죽기살기로 개정하려하는지, 과연 대세가 옳은 것인지, 논점이 범벅이 되어 이제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나 헷갈릴 정도다. 그래서 이대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도 큰 문제가 되고, 그런 시도가 없었다는 듯 폐기해도 근원은 남아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될 것 같다. “어떻게 하나?”이다.  

 당초 언론개혁의 한 방안으로 언론중재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취지는 단순하다. 허위 가짜뉴스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언론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게 전부다. ‘언론중재법’이라고 약칭하지만 ‘언론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며 언론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데에 무게중심이 있다. 개정법의 규정은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KBS '질문하는 기자들Q' <언론중재법 개정안 개혁 VS 통제>(2021.8.15) 방송 캡처

 언론의 허위 가짜뉴스는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실례로 황토팩을 생산하는 ‘참토원’이라는 중소기업은 2007년 10월, 황토팩에서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한 TV프로그램의 고발방송으로 인해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공장직원 100여명이 일시 해고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해 11월 황토팩은 식약청의 실태조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았다. 2008년 5월, 법원은 “황토팩에서 검출된 물질은 황토자체에 포함된 산화철”이라며 ‘정정 및 반론보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어서 참토원은 방송사를 상대로 2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참토원 부회장인 탤런트 김영애 씨는 “수면제를 먹지 않고는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 같은 죄책감에 대인기피증에 걸릴 정도가 되었다.”고 말했었다.

 영천에 있는 ‘맥섬석GM’이란 중소기업도 2008년 3월, 한 방송사의 고발프로그램이 “맥섬석이 오히려 유해할 수 있고 맥섬석의 원적외선 방출량이 일반 돌과 다를 것 없어 효능이 없다.”고 고발했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뻗어가던 중소기업은 1년간 법원을 다니며 법적다툼 끝에 “국립 부경대 수산과학연구소의 실험결과 맥섬석은 인체흡수파장대인 9-11㎛에서 원적외선 방사율이 가장 높다.”는 내용의 반론보도 등을 2차례 받아냈다. 그때 피해기업은 편파적인 방송으로 200억원대의 재산손실과 명예훼손을 당했다면서 “우선 10억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었다. 이밖에도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는 많을 것이다. 2004년 6월 ‘쓰레기 만두’라는 선정적인 프레임이 가미된 허위보도로 인해 만두업체 사장이 한강에 투신하는 비극이 초래되기도 했었다.

 이 같은 허위보도 가짜뉴스로 인한 개인이나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징벌적으로 배상해주기 위해 언론중재법은 개정되어야 하고, 이 같은 언론피해구제법 개정으로 언론사는 취재보도를 하면서 한 번 더 확인하고 제보를 받더라도 철저한 크로스체킹과 확실한 근거 등을 통해 진실을 보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게 법 개정의 선의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점점점점 언론중재법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괴물이 되어갔다. 고의성 중과실 허위보도 등의 기준이나 정의의 모호성이 지적되었다.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라는 자구(字句)에 대한 해석도 구구하였다. 특정집단의 언론통제 구실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그리고 당초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권력문제’가 대두되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재갈법’으로 둔갑해갔다. ‘언론징계법’이라고도 불리게 됐다. 퇴임 후의 문재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도 했다. 내년 대선을 겨냥한 언론옥죄기 법이라고도 했다. 내년 대선이후 효력이 발생한다고 해도 급류는 막을 수 없었다. 권력과 관련된 상상들이 나래를 폈다. 그러한 상상이 증강현실로 다가오면서 언론에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란 추정이 팽배해졌다. 권력에 대한 추측성 보도는 물론, 권력비리에 대해 선도언론이 보도한 것을 인용보도 하는 것과 복제보도 하는 것도 충분한 검증이 없는 한 허위·조작으로 분류된다는 해석도 나왔다. 바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침해 및 탄압으로 연결됐다. 기자협회, 언론학회, 민변, 관련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외국의 ‘국경 없는 기자회’도 참여했다.

   
▲ <한겨레> 2021년 8월 18일자 4면(언론중재법)

 언론중재법 반대의 프레임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옮겨오면 법 개정을 추진하는 당국은 두 손을 드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자꾸 주장할수록 그것은 언론자유 표현의 자유를 속박하고 탄압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쪽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최대의 가치인 ‘언론의 자유 · 표현의 자유 · 알권리’는 언론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고수해야할 지선(至善)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는 위대함 이상이다. 펜타곤 문서를 입수하여 통킹만 조작사건을 폭로하고 민주당본부 도청(盜聽)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언론의 개가도 미국의 보장된 언론자유에 기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언론자유를 논하면서 미국의 언론자유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만큼 오래전부터 언론자유가 보장된 나라도 없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얼마 안 되는 1791년 수정헌법 제1조를 제정했다. 제1조 중 언론자유를 얘기할 때 회자되는 것은 “의회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언론자유를 향유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수정헌법 제1조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국은 선동방지법(1798년)을 제정하여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언론인을 처벌하면서 탄압하긴 했다.

 언론 또한 상업적이었고 수익을 위해 선정적이었다. 황색저널이란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 미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1942년 언론자유위원회를 결성하여 언론의 자유를 유지하면서 언론의 책임을 다하는 방안을 4년간 연구했다. ‘자유롭고 책임있는 언론’이란 제하의 허친스보고서를 내놓았다. 시카고대 총장이자 위원장인 허친스의 이름을 딴 이 보고서는 ‘정부가 언론에 개입하지 않는 원칙, 자율적인 규제와 언론의 질적 제고, 선정주의 배격과 경영 합리화, 상호비판과 전문성 제고’ 등의 방안을 마련하여 언론에 권고했고 언론은 이를 반영해 나갔다. 언론의 ‘사회책임이론’의 모태가 되었다.

 선언적 의미이긴 하나 언론자유에 관한 수정헌법 제1조의 제정 정신, 명문화된 언론자유의 기상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1964년에는 언론자유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설리반(Sullivan)’이라는 공무원이 ‘뉴욕타임즈’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설리반 사건’의 재판을 맡은 브레넌(Brennan) 대법관은 언론의 손을 들어 주었다.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는 명예훼손적인 비난이 허위임을 알면서, 혹은 이를 무시하면서 공표할 때 (비로소) 성립한다.”, “현실적 악의의 원칙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 “따라서 공적 업무(공인)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수정헌법 제1조의 정신이 그대로 전승된 것으로 미국의 언론이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개정하고자 한 취지를 나는 인정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대 당을 포함, 가능한 한 많은 조직과 기관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기제를 조성하여 작동하는 데에는 실패를 했다. 언론사가 아닌 언론사의 기자들을 위한 법이 될 수도 있는데도 기자들의 모임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고, 한국 언론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는 법인데도 한국언론학회로부터 철회를 요구받고 있고, 평소 우군으로 분류됐던 민변 등으로부터도 배척을 받고 있다. 사전에 이들로부터 조언과 충고 등 지혜를 빌어 모든 경우를 망라하여 부족함도 메우고 모양도 갖추면서 지지를 이끌어냈다면 이렇게 어설픈 개정안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계획을 수립할 때 추진방법과 추진과정, 기대효과, 한계점, 보완할 점 등 일련의 기본요건에 대해 치밀하게 구상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나, 마음만 앞선 것 같은 이들 프로정치인들이 너무 아마추어 같아 맛이 씁쓸하다.

 언론은 이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언론의 일은 언론의 자율에 맡기는 게 상책인지도 모른다. 언론 스스로 자정에 의해 윤리성을 회복하는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언론자유라는 민주주의 최고의 가치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언론소비자들을 괴롭히더라도 ‘언론자유를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럴 때 과거 언론자유에 목말라했던 분들이 답답해서 내놓은 제안을 민주당은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군부독재시절인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대회를 열고 언론자유 쟁취를 다짐하다 해직된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기자출신으로 구성된 자유언론실천재단이 지난 23일 제안한 특위 구성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낼 방안이다.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이 지난 27일 사회적 합의기구를 마련하여 언론피해구제방안을 모색하자는 대안을 제시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하여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맞다. 이 모든 과정을 시민들은 다 안다. 민주당의 어설픈 입법 추진도 다 안다. 숨길 것도 부끄러워 할 것도 없는 일이다.

   







[유영철 칼럼 28]
유영철(兪英哲) / 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언론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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