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윤석열!

평화뉴스 유영철 칼럼니스트
  • 입력 2022.01.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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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칼럼]


 한때 그는 참 멋이 있었다. 권력에 충성을 거부하는 강직한 검사였다. 2013년 10월 국감장에서 그는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물었을 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지시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검찰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졌다. 외압이 심했다. 그는 정식 결재라인을 거치지 않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등을 감행했다. 항명이었다. 그는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하는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외압의 실체는 공안통인 황교안 법무장관도 포함된다고 했다.

 그의 소신 발언에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하극상이라며 반발했다. 국감에서 정 의원은 “검찰조직이 하다못해 세간의 조폭보다 못한 조직”이라며 증인인 그에게 “(그런) 조직을 사랑하느냐?”고 물었고 그는 “대단히 사랑한다.”고 응답했다. 이어서 “사람(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고 그는 그렇게 답했던 것이다. 국감장의 전국뉴스가 된 그의 소신발언은 소신있는 발언에 목마른 장안에서 화제가 됐다. 훗날 법무장관이 된 조국도 그때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짐작조차 못하면서 “윤 검사의 발언은 두고두고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며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는 또 국정원 수사에 관한 지휘·감독 위반사실을 지적받았을 때도 당시 여당의원들에게 “위법한 지휘·감독은 따를 필요가 없다. 누가 봐도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어떻게 따르냐?”고 소신있게 말했다. 그래서 “검찰에 윤석열, 경찰에 권은희, 우리는 희망이 있다!”거나, “권은희 윤석열, 목숨 걸고 우리가 지켜야 할 이름!”이라며 감동하기도 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 볼 적에도 이만한 검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각인이 됐을 것이다. 그런 만큼 그는 박근혜 정부하에서는 2014년 대구고검 검사, 2016년 대전고검 검사로 한직에 좌천을 경험한다. 시간이 많았을 이 좋은 3년간, 다음에 대통령이 되고자 했다면 공부를 좀 했었어야 했다. ‘학이사’(學而思 : 배우면서 생각하다)라고 각 분야 서적을 탐독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를 좀 가졌어야 했다.  

 그 후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출범하면서 강직한 어록의 주인공인 그를 눈여겨보았다는 듯 대전고검 검사에서 대번에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한다. 파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당 정권에서 그는 이명박 박근혜정부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하며 승승장구, 2년여 뒤에 진짜로 검찰총장에 임명된다. 상명하복 선후위계가 뚜렷한 검찰조직에서 9수만에 합격한 사람이 바라볼 수 있는 자리는 절대 아닌데도 현실은 상식을 초월했다. 축복받을 일이다.

 아시다시피 그 후 그는 그를 무시한 새누리당의 후신인 제1야당 국민의힘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그렇게 소신을 갖고 살아왔고 그로 인해 검찰경력 외에는 아무런 행정경력도 의회경력도 없는 그가 다선의 쟁쟁한 경력자를 물리치고 당당하게 대선후보로 선출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합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됐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지율도 매우 높았다.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이번에는 그를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에 임명한 민주당 정권의 반대편에서 정권교체를 외치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교체는 당연한 일이다. 그래야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요즘 맛이 간 듯하다. 너무 많은 지적을 받는 그의 부인의 허위이력 건이다. ‘춘풍추상’(春風秋霜 :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같이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게)이라는 말도 있지만 조국에게 들이대던 잣대와 같은 잣대여야 했다. 자신이 아닌 부인이긴 하나 그 특유의 강직한 결단이 있었어야 했다.

 폭언이다. 그동안 ‘1일1망언’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실언이 많았지만 요즘 부쩍 폭언이 심해졌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무식한 3류바보들’을 데려다 나라를 망쳐놨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를 향해 “중범죄가 확정적인 후보자”라고 했다. 그리고 당원들에게 “뭉치면 정권교체이고 흩어지면 국민약탈”이라고 했다. “정권을 회수하지 못하면 정말 한국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에 빠진다.”고 했다. 심지어 “대선도 필요없고 이제 곱게 정권 내놓고 물러가는 게 정답”이라고 했다. 3류바보, 중범죄, 국민약탈 등의 제시어에 의아할 따름이다.
 
사진 출처. MBC 뉴스 <"3류 바보"·"미친 사람들"‥거칠어진 윤석열의 '입'>(2021.12.31) 방송 캡처
사진 출처. MBC 뉴스 <"3류 바보"·"미친 사람들"‥거칠어진 윤석열의 '입'>(2021.12.31) 방송 캡처

 아무리 정권교체가 급선무이더라도 이렇게 품격없이 말해버리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정권교체가 꼭 필요하더라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 등 실책이 많더라도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됐다. 쿠데타로 집권한 정권이 아니다. 대통령이 탄핵당할 정도의 정부도 아니다. 정권교체는 사실과 근거에 바탕을 둔 논리적· 윤리적· 감성적 레토릭으로 유권자를 설득할 사안이다. 이토록 정권교체가 다급하면, 그런 그가 군부독재하에서는 어떻게 견디었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그가 정권을 어떻게 회수하는지 그걸 아는지도 모르겠다. 정권 내놓고 물러가는 게 정답이라는 단언도 어떻게 해서 추론하게 되었는지 그 발상의 회로를 모르겠다.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의 내막도 이해가지 않는다. 이런 난해한 폭언의 연속으로 인해 그 강직했던 이미지가 계속 증발되고 있다.

 근거없는 공약이다. 향후 5년내 원전을 30%대로 유지한다는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부족하고 위험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모르지만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원전비율 30%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폐로원전 수명을 고려할 때 6기정도를 더 지어야 한다. 월성원전은 사용후핵연료가 새고 있다는 문제제기까지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 비율을 유지할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원전 유지도 중요한 공약이 될 수 있지만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수반됐어야 했다. 자신 없는 분야는 언급하지 않거나 공부를 해서 파악하고 언급했어야 했다.

 오만하고 불손하다. 상대후보에 대한 것이다. 상대후보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사람하고 토론해야겠냐? 너무 같잖다.”라고 고시 몇 년 선배를 매도한다. 참 같잖은 언행이다. 기자회견에 대한 것이다. 기자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면 당사자는 기자들 입장에서 임해야 한다. 각 언론사를 대표해서 참석한 기자들은 자신이 궁금한 게 아니라 독자·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중심으로 질문한다. 그래서 기자들의 질문은 충분히 수용해야 한다. 부득이 답변을 줄여야 할 때는 합당한 이유와 함께 양해를 구하고 예의를 갖추고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그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본문만 간략하게 읽고 “그만” 손을 저으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이밖에도 많다.

 그는 검사였을 때가 가장 아름다웠을 지도 모른다. 공연히 몸에도 안 맞는 옷을 걸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이다. 앞으로 두 달 60여일, 많이 남았다. 일부에서는 ‘후보교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긴 하나 실현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당초 내세운 ‘공정과 상식’의 눈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매진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어떤 모습의 그를 대선후보로 그리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군자유구사’(君子有九思 : 군자는 아홉 가지 생각할 것이 있다), 음미해 보기 바란다.

 
 
 






[유영철 칼럼 29]
유영철(兪英哲) / 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언론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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