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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에게 검찰의 애완견이라 해도 가만있는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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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칼럼]

 

 이상하다. 이재명이 지난 14일 맘먹고 검찰 취재기자들 앞에서 ‘여러분들은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조작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질책해도 당사자들은 가만히 있다.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앞에 도착한 뒤, 몰려든 기자들에게 ‘오늘은 언론인 여러분께 한 말씀 드리겠다’며 즉흥적이 아닌 작심한 듯 정리된 생각을 또박또박 나열했다. 요지는 ‘동일한 사건의 다른 판결이 있는데도 한 번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 언론’, ‘객관적인 사실이 나와도 관심을 갖지 않는 언론’,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는 언론’, 그래서 ‘언론인 여러분은 진실을 보도하기는 커녕 정보를 받아 왜곡조작하는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것이었다.

‘시시비비 불편부당 직필정론’, 이런 기자정신의 기자들에게 권력의 ‘감시견’이 아닌 ‘애완견’은 이 얼마나 치욕적인 말인가. 이를 바로 앞에서 듣고도 반발없이 받아 적을 뿐 가만히 있다는 것은 기자들도 그렇게 해왔음을 인정한다는 뜻인가. 부끄럽지만 수긍한다는 의미인가. 

사진 출처. KBS뉴스 「"소설 창작 기소"·"애완견 망언"…이재명 기소 공방」(2024.6.15)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 「"소설 창작 기소"·"애완견 망언"…이재명 기소 공방」(2024.6.15) 방송 캡처

 이런 이재명에게 국민의힘 대변인은 바로 ‘감옥행을 피하려는 전형적인 범죄자의 모습’이라고 힐난했다. 여당 쪽의 당권 후보들도 즉각 반응했다. ‘독재자 예행연습’(나경원), ‘희대의 망언’(안철수), ‘시대착오적 언론관’(윤상현), ‘조폭같은 막말’(유승민)이라며 맹비난했다. 이들은 검찰에 대해서는 문제점이 없다고 보는 듯 언급하지 않았다. 차기대선도 염두에 둔 이들이기에 다소 의외였다. 만약 나중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실제로 밝혀질 경우 이런 말들은 자신의 말의 책임으로 돌아가게 되므로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대표 김용진)가 취재보도하는 ‘뉴스타파’는 지난달 하순부터 ‘대북송금 X파일’을 연재하고 있다. 그동안 국정원 문건, 쌍방울 내부자 폭로, 증인매수 의혹 등을 실었다. 

 여당 쪽의 비난에 대해 야당 쪽도 반박했다. ‘기××’라고 하지 않은 ‘애완견’이란 표현도 격조높은 말이라고 한술 더 떴다. 

 기자들은 왜 가만히 있는가. 윤 정부 이후 MBC ‘바이든 날리면’사건, 방통위원장 방송장악, KBS YTN 사장교체 이후 시사프로그램 폐지 등의 언론탄압으로 언론이 크게 퇴보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기자협회, 전국민언련네트워크 등 언론단체들도 과거와 달리 언론이 퇴행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크게 떨어졌다. 프랑스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지난 5월3일 ‘2024년 세계언론자유지수’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언론자유는 전세계에서 62위를 기록했다. 작년 47위보다 15계단 하락했다. 이보다 더 떨어질 때도 있긴 있었다(이명박 2009년 69위, 박근혜 2016년 70위). 그러나 2006년 노무현때 31위로 역대 최고기록을 올렸고 문재인때도 41-43위를 유지했었다. RSF는 이에 대해 “한국의 몇몇 언론사들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 위협을 받았다. …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지만 언론인들이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평가했다(시사저널 참조).

사진 출처. 미디어오늘 「윤석열 정부 2년 만에… 세계 언론자유지수 62위 '추락'」(2024.05.03) ⓒ미디어오늘 이우림
사진 출처. 미디어오늘 「윤석열 정부 2년 만에… 세계 언론자유지수 62위 '추락'」(2024.05.03) ⓒ미디어오늘 이우림

 그런 가운데 일부 보수신문은 교묘하게 검찰을 편들면서 이재명을 매도하는 논조로 객관화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검찰 공소장을 분석했다면서 따옴표한 제목을 달면서 ‘이 대표가 누구에게 전화해 “다음에 평양에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하려고 했으나 통화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적혀있다. 했다는 건가, 안했다는 건가. 언론문장론을 전공한 사람도 긴장하지 않으면 넘어가기 쉬운데 대부분 독자는 틀지어진 이들 기사에 백번 공감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재명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 들어 5차례 기소된 그가 오랫동안 자신을 수사해온 국가권력기관인 검찰에 대해 대놓고 조작왜곡을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는 어떤 욕심이나 마음도 모두 비운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안 그렇다면 언론에 대놓고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출입기자를 상대로 그렇게 말할 정치인이 어디 있겠는가. ‘기자들은 자존심도 없구나 애완견 소리 듣고도 조용하네’ 어느 신문 댓글 중 하나다.

 3일뒤인 17일, 뒤늦게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3단체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과도한 망언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3단체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을 비판하며, 언론자유를 누구보다도 지지한다고 강조해 온 더불어민주당에서 드러낸 저급한 언론관이자 막말이기에 더욱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언론이 문제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유영철 칼럼 33]

유영철(兪英哲) / 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언론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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