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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대장동 게임
[김윤상 칼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경쟁은 개혁 대상
2021년 11월 01일 (월) 11:01:20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오징어 게임>은 공평한 경쟁?

456억 원의 상금을 노리고 경쟁을 벌이는 영화 <오징어 게임>과 엄청난 개발이익을 노리고 경쟁한 현실의 ‘대장동 게임’이 화제다. 우선 <오징어 게임>부터 보자. 게임 참가자들을 감시·관리하는 ‘가면남’의 대장 격인 ‘프론트맨’(이병헌)이 이렇게 말한다.

이 게임에서는 모두가 평등해. 참가자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공평하게 경쟁하지. 바깥세상에서 불평등과 차별에 시달려온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여기서 경쟁이 공평하다고 하는 것은 물론 게임 참가자들끼리만의 이야기다. 참가자 위에 ‘가면남’, 또 그 위에 ‘브아이피’라는 세 계층으로 이루어진 이 사회에서, 계층 간에는 공평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층 간 불공평은 일단 접어두더라도, 게임 참가자끼리의 공평한 경쟁이 보장되는 게임이라면 좋은 게임일까? 사회제도를 오징어 게임처럼 설계해도 될까?
 
   
▲ 사진 출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021) 방송 캡처

경쟁을 그리고 경쟁만을 강조하는 세상

영화에서처럼 패자가 바로 살해당하는 극단적인 경쟁을 좋다고 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패자는, 죽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만만치 않은 고통을 겪기 마련인데, 경쟁을 찬양하는 사람이 차고 넘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예로 들어보자. 이준석 대표는 2019년에 발행된 대담집 <공정한 경쟁>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이런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의 원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아요. …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보는 것이죠. … 저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다시 도약해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식 자유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받아들이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석 대표는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의 원리”를 당연하게 또 바람직하게 여긴다. 좀 과하게 표현하면 ‘정글처럼 패자가 죽는 게임도 좋다.’가 된다. 이준석 대표가 별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경쟁을 그리고 경쟁만을 강조하는 세계관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배어있고, 특히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유익한 경쟁이 되기 위한 세 조건

좋은 사회제도는 개인의 이익이 사회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제도다. 개인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방임하거나 보호한다면 당연히 나쁜 제도다. 이때 사회의 이익과 해악을 평가하는 기준은 정의와 효율이다. 이런 기준에 드는 사회제도의 대표적인 예로 교과서에 나오는 시장경제를 들 수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시장에 맡기면 다 잘 된다.’라고 주장하는 시장만능주의 혹은 방임 지상주의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시장경제 이론의 원조인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예를 들었듯이,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은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상품을 생산한다. 이들 가게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가성비 높은 상품을 공급하려고 애쓴다. 또한 시장경제는 생산물의 사적 소유와 대등한 교환을 보장할 때 제대로 작동한다. 이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시장경제는 효율적이면서 정의롭다.

그렇다면 좋은 사회제도는 경쟁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생존 본능을 가진 생물이, 자원이 유한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을 하게 된다. 인간 역시 생물이므로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경쟁이 정의와 효율이라는 두 기준을 충족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로, 사회에 이익이 되는 건설적 경쟁이어야 한다. 둘째로, 경쟁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 셋째로, 패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정한 경쟁’은 많이들 거론하지만 ‘건설적 경쟁’이라는 조건은 간과하는 수가 많다. (‘패자에 대한 배려’는 글 끝에서 소개하는 졸문을 참조해 주십시오.)
 
   
▲ 사진 출처. KBS 시사기획 창 '대장동 게임'(2021.10.17) 방송 캡처

대장동 게임은 ‘지대 뜯어 먹기’ 경쟁의 비극

대장동 사태도 개발이익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빚어낸 결과다. 개발사업의 이익에는 개발자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도 있고 사업자의 행위와 무관하게 땅값 상승과 개발 허가에서 생기는 이익도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후자를 ‘지대’(rent)라고 부른다. 부가가치는 사회의 총생산을 늘리지만, 지대는 그렇지 않다. 지대 소득은 단지 타인 또는 사회의 몫을 가져오는 이전소득에 불과하며, 개인의 지대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사회가 얻는 이익은 없다.

지대의 사유화를 허용하는 사회에서는 지대를 얻기 위한 경쟁 즉 ‘지대 추구’(rent-seeking) 경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경쟁은 사회에 이익이 되지 않으면서 경쟁 비용만 소모하므로 비효율적이다. 또 지대 소득은 남의 몫을 가져와서 얻는 이익이므로 물론 정의롭지도 않다. 지대의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발생한 지대를 환수하는 제도라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대장동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대 추구’ 게임은 ― 달리 표현하자면 ‘지대 뜯어 먹기’ 경쟁은 ― 아예 생기지 않는다.

정치의 임무는 좋은 사회제도를 만들고 나쁜 사회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마침 대통령 선거가 진행 중이다. 후보들이 정치란 무엇인지, 좋은 사회제도는 어떤 것인지,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 분명히 인식해주기를 바란다. <오징어 게임>이나 대장동 게임이 일상화된 참담한 현실을 혁파할 수 있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추가 설명] 경쟁이 갖추어야 할 셋째 조건인 ‘패자에 대한 배려’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른 글을 참고해 주십시오. "국민 공동자산': 헨리 조지의 위대한 발견"(2021.9.6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 109]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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