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대구의료원'...코로나에 더 절실한 '지역 공공의료' 강화할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3.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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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용역 결과 "설립 타당" 2027년 완공 목표...'동북권' 500병상, 예산 3천억 예상
시민단체 "부정적 정치요소·인력부족 우려, 범시민기구 꾸려 해결...시장출마자 공약화"


'제2대구의료원' 설립이 공식화됐다. 대구의료원이 문 연지 107년 만에 두번째 공공병원을 짓는다. 

21일 대구시에 확인한 결과, 대구시는 제2대구의료원 설립 기본계획을 오는 2023년부터 수립한다. 중앙 정부 부처와 협의를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는 면제해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이어 오는 2024년 제2대구의료원 설계를 거쳐 2025년에 공사에 들어가,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 서구에 있는 대구시 산하의 공공병원 '대구의료원' 전경 / 사진.대구의료원
대구 서구에 있는 대구시 산하의 공공병원 '대구의료원' 전경 / 사진.대구의료원

의료원 규모는 최소 400~최대 500병상을 계획 중이다. 예산은 부지 매입비를 제외한 건축과 장비비에만 최소 2,200억원~최대 3,200억원을 책정하고 있다. 의료원 부지는 현재 대구의료원(서구 평리로 157)이 있는 '서남권(서구, 남구, 달서구, 달성군)'이 아닌 중구, 동구, 북구, 수성구를 포함하는 '동북권'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장소는 객관적인 부지 선정 과정을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코로나19 발생 1년째인 지난해 2월 18일 설립 추진을 본격화했다. 의료계·공공의료 전문가·시민단체 등 19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려 논의를 했다. 작년 7월 13일부터 올해 3월 9일까지는 용역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제2대구의료원 설립은 필요하고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가장 큰 이유는 ▲대구의 높은 취약 인구 비율과 경북지역 환자 유입으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특·광역시 기준 기초생활 수급자 3위, 장애인 비율 2019년 기준 1위, 2020년 기준 고령화 2위)다.  
 
대구의료원은 1914년 대구부립 전염병 격리병사를 계기로 출범해 107주년을 맞았다. / 사진.대구의료원
대구의료원은 1914년 대구부립 전염병 격리병사를 계기로 출범해 107주년을 맞았다. / 사진.대구의료원

최저 수준인 300병상 이상 종합병상 수와 응급병상 수 등 ▲부족한 의료 공급으로 인한 시민 건강 부정적 영향, 의료자원 불균형으로 인한 의료 이용 격차·지역간 불평등 발생도 설립 추진 이유다. 

인구 10만명당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병상수는 2021년 기준, 부산 223.6개, 대전 220.0개인 반면 대구는 68.5개에 불과하다. 중증응급환자 최종 치료 시간은 2019년 기준, 대구는 1,049시간으로 긴 반면, 부산은 966시간, 광주는 862시간, 서울은 728.9시간으로 훨씬 짧았다.

여론도 설립 추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대구시가 지난 2021년 대구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제2대구의료원 건립에 대해 응답자의 66.7%가 '설립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의료 정책과도 손발이 맞았다. ▲정부는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지역 책임 의료기관을 설치해 공공의료 거버넌스 강화를 추진한다. 이와 관련해 대구는 서남권에는 지역 책임 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이 있지만, 동북권에는 책임 의료기관이 없어 설치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브리핑에서 '제2대구의료원' 설립 추진을 발표했다.(2022.3.16) / 사진.대구시
권영진 대구시장이 브리핑에서 '제2대구의료원' 설립 추진을 발표했다.(2022.3.16) / 사진.대구시

이뿐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실제 상황에서 대구의료원의 큰 역할이 두번째 지역의료원 필요성을 대변했다. ▲감염병 위기 대응에서 시민에 대한 1차 안전망 역할을 했고, 취약계층에 대한 진료 공백을 늦춰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적정 수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제2대구의료원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권영진 시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공공의료 확충 차원에서 제2대구의료원 설립을 추진한다"며 "조만간 공론화를 거쳐 최종 건립에 이르기까지 시민과 함께 공공의료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제2대구의료원 건립" 제20대 대선 대구시민단체 요구안(2022.1.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제2대구의료원 건립" 제20대 대선 대구시민단체 요구안(2022.1.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사회는 환영했다.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대구참여연대·대구경실련·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등 대구지역 30여개 단체가 모인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대구시민행동'은 16일 성명에서 "설립 추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권 시장은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해 부정적인 정치적·행정적 요소들을 타개해야 한다"며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강력하게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또 "제2대구의료원 설립 범시민 추진기구를 구성해 민관의 실질적 협치로 시민 염원을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대구경북보건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내고 "정책이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6월 지방선거 모든 대구시장 후보 출마자들은 제2대구의료원 건립 공약화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현재는 대구시가 제2대구의료원 설립을 밝힌 상태지만, 앞서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원한 역사가 있었다"면서 "만약 시민 건강권을 볼모로 잡는 일이 발생한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는 17일 논평에서 "시민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는 지역의료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설립 추진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에 "대구의료원과 같은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이 없도록 의료 인력을 미리 확보해 감염병 대비 인프라를 확충하고 중증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처치 역량을 담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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