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개특위 선거제도 개정안의 '민의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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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득표율과 의석수 비율의 불일치..."민주·국힘 거대양당 독식체제의 개혁을"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가 42일 후로 다가왔다. 선거시작일은 5월19일이니 실제 선거전 돌입은 29일 남은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 정개특위의 개정안이 2021년 12월 공직선거법 지방선거구 획정안 제출기한을 한참 어기고 2022년 4월18일에야 발표됨으로써 각 지역은 이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선거 후보들은 아직 정확한 자기 선거구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역대 최악의 ‘깜깜이’ 지방선거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주권자인 우리는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지역 일꾼을 뽑기 위해 노력해보자.

대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심해야 하는 장이라면 지역의 미래를 논의하고 만들어가는 장이 지방선거이다. 대구경북의 정치는 앞으로 가기보다 뒤로 가고 있는 듯하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의 9개 단체와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어제 발표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현역(단체장·지방의원)중 후보 부적격자 명단'과 그 선정 배경을 보면 자괴감이 든다. 기초단체장은 2명, 광역의원은 8명, 기초의원은 대구 8개 구·군의회 전체 111명 구의원 가운데 무려 66명이 부적격자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정당별로 보면 기초의원 부적격자 비율은 국민의힘 66.1%, 더불어민주당 46.5%, 무소속이 83.3%이다.
 
대구 현역 구청장, 지방의원 후보 부적격자 발표 기자회견(2022.4.1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현역 구청장, 지방의원 후보 부적격자 발표 기자회견(2022.4.1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반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지방의회의 의원 활동이 매우 저조하였다.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무능한 지역정치에 대해 부끄러움과 함께 앞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 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지역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진보정당도 있고 진보적 정치인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을 정치 현장에서 보기는 매우 어렵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문제는 선거제도이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는 현행 지방의회 선거제도가 득표율과 의석수 비율이 불일치, 승자독식을 보장하는 구조이며 이 때문에 지방의회에 소수정당이나 정치신인 진입이 어려운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러한 문제는 2018년 지방선거의 서울시의회의 선거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광역비례대표 선거에서 정당득표율 50.92%를 획득하고 의석수는 102석을 차지했다. 의석점유율은 92.73%에 달했다. 민의가 왜곡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지방선거제 개혁을 꾸준히 요구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서울시의회' 선거결과
출처: 하승수 「2018 한국사회 정치개혁을 위한 열쇠말」 2018 한국사회포럼 발제문 p5
출처: 하승수 「2018 한국사회 정치개혁을 위한 열쇠말」 2018 한국사회포럼 발제문 p5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치개혁공동행동을 꾸려 10대 정치개혁과제를 제안해 왔다. 이번 지방선거를 맞이해서는 원탁회의를 통해 지방선거 관련 정치개혁안을 마련하여 4월4일 941개의 시민사회단체의 이름으로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시민사회는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확대 및 2인 선거구 분할 금지’, ‘지방의회 비례의원 확대’, ‘지방의회 지역구 공천 여성할당제 의무화’, ‘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 ‘국회 정개특위 연장 또는 하반기 국회에서 정개특위 재구성’, ‘국회의장 산하에 정치개혁 범국민(시민) 논의기구 설치해 정치개혁 추진’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정치개혁의 요구에도 4월15일 국회정계특위는 ‘한 뼘’ 나아간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전국 11개 선거구에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3∼5인 선거구) 시범 도입 ▲선거구 쪼개기 금지 ▲광역의원 정수, 기초의원 정수 증원 등이다. 먼저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는 11개 지역구(서울 서초갑, 서울 성북갑, 서울 동대문을, 서울 강서을, 경기 용인정, 경기 남양주병, 경기 구리, 인천 동구, 대구 수성을, 충남 논산금산계룡, 광주 광산을)에시범 도입된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26조 제4항 후단의 '4인 선거구 분할 가능' 조문 삭제, '선거구 쪼개기'가 금지된다. 아울러 광역의원 정수는 39인, 기초의원 정수는 51인이 각각 증원되었다.

이번 정개특위의 개혁안은 3~5인 중대선거구 전면도입 등 정치개혁공동행동 등 시민사회가 요구한 대부분의 개혁안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가장 불비례성이 심한 광역의회 선거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불합치결정에 따른 인원조정만 있었고, 오랫동안 제기되어온 단체장 결선투표제와 성평등 공천 확대, 지역정당 허용 등의 요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대구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개혁 촉구 기자회견(2022.3.29.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개혁 촉구 기자회견(2022.3.29.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선 말미에 전면적인 지방선거 정치개혁을 당론으로 약속한 더불어민주당과 사실상 협상을 거부해온 국민의 힘은 정치개혁에 뜻이 없고 현재의 민의를 왜곡하는 구조의 존재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기초의회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확대와 선거구 분할 금지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는 무산되었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의 정치적 다양성 확보는 더불어민주당이 열쇠를 쥐고 있다. 대구, 경북을 제외한 모든 시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각 시도의회에서 3~4인 중대선거구제 획정을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시도의회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독소조항인 제26조 제4항을 이용해 4인 이상 선거구를 분할하지 않도록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나서면 되는 것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 개혁과 정치개혁 당론을 표방한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정치개혁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거대양당 독식체제를 바꾸는 개혁을 하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정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남은주 칼럼 32]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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