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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1년, 고공농성 한달...한국옵티칼 '고용승계 거부', 설 지나 철거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4.02.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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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투기업 구미공장 해고자 11명 1년째 투쟁
'철거방해금지' 인용, 법원 16일 강제집행 예고해
공장 내 노조 사무실→고공농성장도 강제철거 우려
사측, 평택 공장 '고용승계' 거부 "의무 없어, 법대로"


사흘 뒤면 설 연휴다. 해고노동자들은 고향 대신 한겨울 공장 옥상에서 설 명절을 보낸다.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박정혜(39), 소현숙(42) 해고노동자 2명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구미 공장 옥상에서 지난 1월 8일부터 한달 가까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일본 외국인투자기업인 '한국옵티칼'과 모회사인 일본 '닛토덴코'는 여전히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2일 해고된 노동자 11명의 투쟁은 설 연휴를 넘겨 길어진다. 게다가 사측이 설 연휴 뒤 텅빈 공장 부지 내 노조 사무실 강제철거를 예고해, 고공농성장도 철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인 해고자 2명 (2024.1.9)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인 해고자 2명 (2024.1.9)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한국옵티칼 노사와 구미시에 6일 확인한 결과, 설 연휴 뒤인 오는 16일 노조가 점유하고 있는 구미 공장 내 노조 사무실 인도에 대한 강제집행이 진행된다. 지난달 10일 법원의 '철거방해금지 가처분' 인용에 따른 것이다.

법원 집행관들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노조 사무실의 모든 집기와 물품을 가져가겠다고 노조 측에 통보했다. 노조는 개인물품에 대한 정리 기한이 필요하다며 설 연휴 뒤 철거는 불가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 집행관은 "통상 2주 기한의 강제집행 인도 연기가 가능하다"며 오는 16일 오전 10시를 시한으로 못 박았다. '민사집행법' 제136조는 "부동산 점유자가 인도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채권자는 집행관에게 집행을 위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조는 설 연휴를 거쳐 열흘 뒤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과 함께 경찰 등 공권력이 투입돼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사무실 뿐만 아니라 고공농성장을 지키기 위해 대응할 방침이다.
 
'한국옵티칼 고용승계' 촉구 기자회견'(2024.2.6.태평양 앞) / 사진.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한국옵티칼 고용승계' 촉구 기자회견'(2024.2.6.태평양 앞) / 사진.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구미 공장 밖에서는 해고자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 

금속노조와 '블랙리스트 이후', 녹색정의당 등 118개 시민사회단체는 6일 오전 한국옵티칼 구미 공장 청산 법률대리를 맡은 서울 종로구 '법무법인 태평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자들에 대한 공권력과 용역을 투입하는 강제집행에 반대한다"며 "사측은 구미 공장 해고자들을 평택 공장으로 고용승계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오는 16일 수백명 용역 직원들과 공권력이 한국옵티칼하이테크로 향한다"면서 "공장 지붕에 오른 2명의 여성노동자를 포함해 11명의 해고자들을 가처분 강제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짓밟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닛토덴코가 해고자들을 평택 공장으로 고용승계를 결단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라며 "구미시도 이미 '평택 공장으로 고용승계가 해결책'이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해고자 11명의 고용을 책임지지 않고, 사태를 파국으로 끌고 가는 것은 할 짓이 아니지 않냐"며 "고용승계 없이 강제집행은 어림없다"고 규탄했다.
 
이지영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장이 발언 중이다.(2024.2.6) / 사진.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이지영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장이 발언 중이다.(2024.2.6) / 사진.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이지영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장은 "사실상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계속하게 해달라는 해고자들의 요구를 사측은 외면하고 있다"며 "사측의 침탈을 막고 고공농성 중인 두 해고자를 지키는 인간 바리케이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양경규 녹색정의당(비례대표) 의원은 "사측은 평택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해고자들의 소박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사태를 방관하는 정부와 고용노동부, 정치권 모두 반성해야 한다"면서 "대정부 질문을 통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해결책을 묻겠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한국옵티칼은 경기도 평택 공장에 3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노조는 해고자들을 고용승계하지 않고, 신규 인력을 채용한 것은 "부조리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사측은 구미 공장 해고자들의 평택으로의 고용승계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옵티칼 한 관계자는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평택 공장으로의 고용승계 의무가 전혀 없다"며 "(모회사)닛토덴코 본사도 법대로 처리하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강제철거와 관련한 물리적 충돌 우려에 대해서도 "법대로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또 "경찰 측에도 지속적으로 '강제 해산시켜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철거 승인은 다 받았고, 인도가 진행되면 철거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철거방해금지 가처분 인용 결과에 따라 이를 위반한 노조에 대한 '이행강제금 청구' 여부에 대해서는 "(공장)철거를 못하고 있는 만큼 회사에 손실이 발생해, 그 부분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사측이 실제로 해고자들에게 이행강제금을 청구해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손해배상 금액 4억여원에 더해 해고자들이 부담할 배상금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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