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투기업 '한국옵티칼' 노동자들, 구미공장 철거 맞서 '고공농성'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4.01.0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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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2명 8일 오전 공장 옥상에서 무기한 농성 시작
공장 화재 '청산' 통보→노동자 193명 희망퇴직·17명 거부
"고용승계만이 유일한 해결책...최선 다해 싸울 것"
한국옵티칼 "법인 달라 승계 불가" / 시 "접촉 시도"


경북 구미 외국인투자기업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청산에 반대하는 노동자 2명이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지회장 최현환)는 8일 오전 6시 40분 박정혜 수석부지회장, 소현숙 조직2부장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무기한 고공농성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노동자 2명이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2024.1.8) / 사진. 금속노조
노동자 2명이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2024.1.8) / 사진.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로, 일본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투기업이다. 2003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토지 무상임대,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2022년 10월 구미공장 화재를 이유로 사측은 한 달 만인 11월 4일 청산을 통보했다.

사측은 청산을 통보한 뒤 노동자 21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19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사측은 이들에게 1년치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노조는 회사가 공장 화재를 이유로 문을 닫자 노조는 '먹튀(먹고 튄다)' 의혹을 제기했다. 1,300억원 가량의 화재보험금으로 공장을 다시 지어 운영할 여건이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나머지 노동자 17명은 희망퇴직을 거부해 지난해 1월 30일부터 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2월 1일부로 근로관계가 종료됐고, 다음날인 2일부터 해고자 신분이 됐다. 현재 11명의 노동자가 남아 농성 중이다. 노동자들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닛토덴코의 또 다른 자회사 '한국닛토옵티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경북 구미시에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2024.1.8) / 사진. 금속노조
경북 구미시에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2024.1.8) / 사진. 금속노조

노조는 지난해 4월 회사를 상대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했지만, 경북지노위는 노조 측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불복해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청구했으나 중노위도 신청을 기각했다. 사측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지난해 8월 철거공사 방해 금지 가처분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제소한 상태다.

구미시 건축심의위원회는 지난 12월 7일 한국옵티칼 공장 건물 해체 허가 신청을 심의했고, 조건부 의결 결정을 내렸다. 공장 해체 공사 시 건축물 전도 방지 방안·구조 도면 보완 등을 조건으로 의결했다. 구미시는 오늘(8일) 오후 공장 철거를 승인했다.

노조는 8일 입장문을 내고 "고공농성은 온몸으로 해고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높은 곳에 고립되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싸우고 싶다. 외투, 먹튀 자본에게 지금까지 당한 수많은 노동자에게 당당히 승리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닛토그룹은 고용승계만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투쟁을 지지하는 동지들은 함께 공장을 지키는 바리케이트가 돼 달라. 이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일본 '외투기업'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소유한 '닛토덴코' 홈페이지
일본 '외투기업'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소유한 '닛토덴코' 홈페이지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지회장은 "고용승계는 회사의 의지 문제"라며 "구미에서 납품하는 물량을 평택공장으로 옮겼다. 닛토덴코는 손해 보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구미에 있는 숙련된 노동자를 평택공장에 고용해 일을 시키면 되는데, 왜 거기서 신규 채용을 하면서까지 고용승계를 안 한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미시도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하는 위험한 상황을 고려하지도 않고 철거를 승인한 것도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측은 "평택공장과 구미공장은 서로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고용승계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불이 나 설비가 다 타버려 남은 것이 없는 상황에서 공장을 설립하고 설비를 투자해 고객사 인증을 받으려 하면 3년이 걸린다. 본사에서 이런 부분을 따져 폐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구미시 노동복지과 관계자는 "지난해 닛토그룹을 방문해 공장 재가동을 요구했고, 공문을 보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건의도 했다"며 "오늘도 직원을 보내 평택닛토옵티칼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민주노총 경북본부·구미지부는 오는 9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앞에서 고공농성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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