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투기업 '한국옵티칼', 구미공장 폐업·해고...노조 "먹튀, 구미시 해결"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2.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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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또덴코', 20년간 토지 무상임대·세제 혜택
공장 화재 '청산' 통보→노동자 150여명 정리해고
김장호 시장 등 사측 면담 "재가동·사업 유지" 요구
사측 "철수", 폐업 전 1년치 임금·130명 희망퇴직
노조 "영업이익 수백억, 고의 청산" / 시 "재취업"


토지 무상임대 50년, 법인세·취득세 감면. 지자체 혜택을 누리던 '외국인투자기업'이 또 문을 닫는다.

경북 구미산단에서 20년간 LCD 편광필름을 생상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던 일본 '닛토덴코(닛토(Nitto)그룹 계열사)' 100% 지분소유의 외투기업 (주)한국옵티칼하이테크다. 작년 10월 구미공장 화재를 이유로 사측은 한달 만에 청산을 통보했다. 노동자 150여명은 갑자기 정리해고 대상이 됐다. 
 
"금호강을 자연 그대로" 대책위 피켓팅(2023.2.1.대구시청 산격청사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금호강을 자연 그대로" 대책위 피켓팅(2023.2.1.대구시청 산격청사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LCD 편광필름 등을 생산하는 기업 / 사진.닛토 그룹 홈페이지
LCD 편광필름 등을 생산하는 기업 / 사진.닛토 그룹 홈페이지

매년 수백억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 화재를 이유로 문을 닫자 노조는 '먹튀(먹고 튄다)' 의혹을 제기했다. 국내로 오며 각종 혜택을 받고 배당금만 수천억 챙겨 국내 사업을 철수하는 식이다. 외투기업 '먹튀' 논란은 대구(한국게이츠), 경북 영천(다이셀코리아) 등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지역 경제 타격과 대량해고다. 한국옵티칼 노조도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구미시에 대책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지회장 최현환), 금속노조 구미지부(지부장 김준일), 구미참여연대, 구미YMCA 등 8개 단체가 참여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의청산 철회·고용보장 쟁취를 위한 구미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1일 구미시 4공단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화재 석달 전 생산량 확대를 위해 회사는 노동자 100명을 신규채용했다"며 "그렇기에 노동자들은 화재 이후 공장 재가동을 믿고 기다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돌아온 건 청산과 폐업"이라며 "일본 본사 결정이라며 '회사 내부 사정 변경을 이유'로 노조와 교섭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또 "희망퇴직금을 받고 나가라고만 강요했다"며 "20년간 청춘을 받쳐 일한 공장에서 단지 불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아침에 청산하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도조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외투기업 고의 청산, 구미시가 해결" 한국옵티칼 구미공장 앞(2023.2.1) / 사진.금속노조 구미지부
"외투기업 고의 청산, 구미시가 해결" 한국옵티칼 구미공장 앞(2023.2.1) / 사진.금속노조 구미지부

특히 ▲작년 10월 4일 화재로 생산동 공장이 전소했지만 1,300억원이라는 화재보험금이 있고 ▲2003년 산단 입주 후 연매출 4천억원으로 성장해 닛토덴코가 20년간 가져간 배당금만 3,643억원(연182억원)으로, 불이 났다고 한달만에(2022.11.4.) 청산을 통보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투기업의 갑작스런 청산과 먹튀 행각이 지역사회에 준 충격은 크다"며 "심각한 고용 불안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투기업의 무책임한 먹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도 구미시는는 외자유치에만 매달려 구미공장 고의 청산에 뒤짐만지고 있다"면서 "지역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과 고용 안정을 위해 구미시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사와 구미시의 말을 1일 종합한 결과, 청산 통보 후 사측은 노동자 147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최종 13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사측은 이들에게 1년치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노동자 17명은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고의 청상 철회·고용 안정 보장"을 촉구했다. 사측은 조만간 관리공단에 정식으로 폐업을 신청할 예정이다.  

구미시는 나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닛토 그룹 전무이사, 상무이사 등을 만났다. 구미시 인사들은 지금까지 사측과 모두 4차례 면담을 가졌다. 공장 재가동, 사업·고용 유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피해가 커 정상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사실상 한국 내 사업을 철수하는 것은 이미 결정된 확정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의 청산 철회, 고용보장 촉구 기자회견'(2023.2.1) / 사진.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의 청산 철회, 고용보장 촉구 기자회견'(2023.2.1) / 사진.금속노조 구미지부

사측이 정식으로 폐업을 신청하면 구미시는 이후 접촉을 통해 또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해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다른 공단에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재취업 소개 등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박경민 구미시 기업투자과 팀장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여러 노력을 했다"며 "하지만 폐업은 사실상 결정난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어 "계속 접촉하겠지만 정 안되면 재취업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번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한국닛또덴꼬 측은 "계열사의 일이라 우리가 답할 문제가 아니다"며 "입장이 있다면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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