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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53일 한국옵티칼...법원, 해고자 손배가압류 4억 "취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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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옵티칼 사측, 해고노동자 10명 상대로 손배가압류 제기
'노동자 압박' 노조 반발→이의신청, 가압류 신청 '기각'
재판부 "임금 수준·손해 기여 정도 고려...보전 필요성 부족"
철거방해금지 가처분...해고노동자 부동산 등 강제경매 우려

박정혜, 소현숙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 2명이 공장 옥상에서 농성 중이다.(2024.2.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혜, 소현숙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 2명이 공장 옥상에서 농성 중이다.(2024.2.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경북 구미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4억원 손해배상 가압류를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신청1단독(판사 강경호)은 지난 26일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지회장 최현환) 조합원 8명이 한국옵티칼 청산인을 상대로 낸 가압류 이의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이 지난해 8월 사측이 해고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가압류 인용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가압류 결정은 보전의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 이유로 ▲사측이 해고자 개인에게는 가압류신청을 했는데도 노조에는 하지 않은 점 ▲가압류 결정이 난 뒤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점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손해 기여 정도,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 금액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되는 점 등을 들었다.

앞서 한국옵티칼 측은 지난 2022년 10월 구미공장 화재를 이유로 청산을 통보하고 희망퇴직을 받았다. 노동자 210명 중 19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지만, 17명은 이를 거부하고 회사에 남았다. 사측은 노동자 10명을 상대로 '손배가압류'와 '공장철거 방해금지 등 가처분'을 냈다. 해고노동자들의 공장 철거 방해로 손해가 발생한다면 이를 보전하기 위해 가압류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법원은 지난해 8월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해고노동자 10명의 부동산과 전세보증금 등 모두 4억원의 가압류를 인정했다. 노조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9월 이의신청을 냈다. 노조가 낸 이의신청이 이번에 인용되면서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고용승계 없는 공장철거 반대"...구미 한국옵티칼 공장 앞 결의대회(2024.2.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고용승계 없는 공장철거 반대"...구미 한국옵티칼 공장 앞 결의대회(2024.2.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노조는 이의신청 결과를 환영했다. 하지만 사측의 '공장철거 방해금지 등 가처분'에 따른 간접강제금이 집행되면 해고노동자들의 부동산 등 재산이 강제경매에 놓일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법원은 지난달 10일 한국옵티칼 측이 금속노조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 개인 등 15명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이 농성 등 철거공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이를 어길 시 1회당 노조 200만원, 조합원 개인 50만원을 사측에 지급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재판부의 가압류 취소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재판부 판단을 보면 사측의 가압류신청이 노동자 개인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은 손배가압류 남용을 근절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무시하고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다"며 "가압류를 비롯한 손해배상·가처분 시도를 지금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현환 지회장이 "농성장 사수"를 외치고 있다. (2024.2.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최현환 지회장이 "농성장 사수"를 외치고 있다. (2024.2.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이의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은 좋은 결과지만, 현재 간접강제금이 부과돼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도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을 하고 있는데, (이의신청 결과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재구 한국옵티칼 청산인은 "가압류 이의신청 결과가 나와도 크게 바뀐 것은 없다"면서 "법원에서도 굳이 가압류를 하지 않아도 사측에서 손해를 보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 보상받을 수 있지 않냐는 쪽으로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승계는 불가하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납품하는 일본 '닛토덴코' 그룹의 자회사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지난 2003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했다. 청산 결정에 반대한 노동자 11명은 회사의 희망퇴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평택 '한국닛토옵티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년 넘게 공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8일부터 박정혜(39)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42) 조직2부장 등 해고노동자 2명이 공장 옥상에 올라 53일째 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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