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권 4개 대학이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수업을 재개한다.
그동안 의대 증원에 반발해 동맹휴학을 시작한 지난 2월부터 개강 연기·휴학 등의 방식으로 대처해 왔지만, 4월 중순이 지나면 1학기 학사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구권 4개 대학(경북대·영남대·계명대·대구가톨릭대)에 8일 확인한 결과, 경북대 의대는 오늘부터 의대 예과 1, 2학년과 본과 1, 2학년 수업을 재개한다. 또 본과 3, 4학년은 오는 15일부터 병원에서 임상실습에 들어간다.
경북대는 기존 20주였던 수업 일정을 16주로 줄였고, 7월 29일까지 1학기 수업을 마치기로 결정했다.
임상규 경북대 교무처장은 "의대 학생들이 대학 수업에 3분의 1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받도록 돼 있다"며 "본과 4학년의 경우 F학점을 받으면 당해 의사 국가고시를 칠 수 없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섞어 진행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영남대 의대는 지난 3월 25일부터 수업을 진행했다. 또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 강의를 녹화하고 있다. 또 방학을 최대한 활용해 8월까지 1학기 수업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영남대 의대 관계자는 "80~90%의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지만, 학교에 나오는 소수 학생이 있어 수업을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정상적으로 수업이 진행됐다면 6월 중순에 학기가 끝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현재로서는 방학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그에 맞춰 학사 일정도 빽빽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명대는 오는 15일부터 의대 수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본과 3, 4학년들이 하는 임상실습도 15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계명대 의대는 예과 1학년을 상대로 3월 25일부터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으나 지난 1일 학생들이 수업 참여 거부 성명서를 발표한 뒤로 수업이 중단됐다.
계명대학교 홍보팀 관계자는 "4월 15일이 의대 학생들의 유급을 방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며 "현재까지는 모든 수업이 개강 연기 형태였지만 오는 15일부터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학생 현황에 대해서는 "휴학계가 제출된 상태긴 하지만 정상 처리가 안 되고 있어 집계는 안 하고 있다"며 "학교에 공식 접수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대구가톨릭대도 오늘 오전 긴급회의를 진행해 오는 15일부터 수업을 재개한다는 계획을 세워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공지했다. 대구가톨릭대 홍보팀 관계자는 "의대 수업과 함께 본과 실습도 다 재개할 계획"이라며 "일정상 부담되긴 하지만, 집단 유급을 방지하기 위해 수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일 정부에 의대 증원 문제를 1년 유예하고, 2026학년도 적용을 목표로 위원회를 꾸려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강경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8일 오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 브리핑'에서 "1년 유예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된 바 없으며, 행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2천명 증원은 과학적 연구에 근거해 꼼꼼히 검토하고,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도출한 규모"라며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통일된 의견을 제시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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