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배경과 발단
2차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은 2006년 여름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체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2006년 7월 13일 이스라엘이 전투기와 탱크를 이용하여 레바논의 도시를 공격한 사건이다. 이스라엘에서는 '2차 레바논 전쟁', 아랍권에서는 '7월 전쟁‘이라고 부른다. 글쓴이는 팔레스타인을 중심으로 한 서남아시아 지역 전체의 역사적 맥락에서 ’제6차 서남아시아 전쟁‘이라고 부른다. 7월 12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침입하여 8명의 군인을 살해하고 2명을 체포하였다. 이스라엘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협상을 통해 해결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아니하고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대대적인 무력공격을 감행한다.
국가상비군이 체계를 잡지 못한 약소국 레바논에 대하여 세계 최상위권의 군사강국 이스라엘이 전투기 등 최점단 장비를 활용하여 군사시설과 민간 시설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 폭격을 하여 수많은 민간인 피해를 발생시켰다. 전쟁 초기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게릴라전에 고전하여 별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은 민간인과 민간시설을 전투원, 군사시설과 구별하지 않는 무차별 폭격을 가하였다. 이스라엘은 연일 레바논 주요거점에 대해 폭격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레바논 피난민들이 타고 있던 버스가 폭파되는 등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였다. 아랍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난민 무단 폭격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으며 미국과 영국도 유감을 표명했다.
전쟁의 진행경과
이스라엘은 자국 군인 구출이란 명분으로 레바논 침공을 감행했지만 헤즈볼라의 게릴라전에 휘말려 고전했고 이에 대한 분풀이로 백린탄을 비롯한 폭탄이나 포탄으로 마구잡이 포격과 폭격을 실행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체의 분노어린 반격을 우려하여 시아파 구역만 공습하는 치밀함과 악랄함을 보였다. 그 덕분에 수니파 및 마론 기독교도 같은 다른 레바논 종파들이 주로 거주하는 구역은 전쟁에 휘말리지 않았다.
2006년 8월 12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의 휴전 결의안이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해 채택되었으나 이스라엘은 남부 레바논에서 공격을 계속했다. 같은날 이스라엘은 24명의 군인을 잃었다. 24명 중 5명의 군인들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의 헬리콥터를 격추하였을 때 죽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에 대한 분풀이로 레바논 남부의 시아파 거주 지역에 백린탄을 사용하는 무차별 공습을 행하였다. 백린탄은 '과도한 상해나 무차별한 영향을 초래하는 특정 재래식무기의 사용 금지 또는 제한에 관한 협약’(특정재래식무기 금지협약)의 제3의정서에 규정된 “민간인을 대상으로 주로 물체에 불을 놓거나, 화상을 입히기 위해 고안된 무기”, 즉 소이병기(Incendiary Weapons)에 해당한다. 이러한 무차별 폭격을 알자지라를 비롯한 언론이 그대로 중계하며 국제 여론을 반이스라엘로 돌려놓았다. 결국 국제연합이 개입하여 교전은 8월 14일 중단되었지만 종전일을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가 종료된 9월 4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과 효과적인 전략으로 이스라엘 정규군에 사실상 승리하였고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여론을 장악하며 준정부 조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2006년 레바논 전쟁은 기존의 아랍-이스라엘 대결 구도가 아닌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첫 대리전으로 평가된다. 전후 레바논 남부의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이 증강되었고 그 일환으로 한국에서도 동명부대를 파견하여 현재까지 주둔 중에 있다.
전쟁의 결과
전쟁은 레바논에서 거의 대부분이 민간인 피해자들로 구성된 최소 1,287명의 사망자와 4,054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레바논 군인들 사망자는 43명에 불과한 반면, 최소 1140명의 민간인이 살해되었으며, 그 중 30%는 12세 이하 어린이였다. 헤즈볼라는 그들 전투원 중 74명이 사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무방비의 도시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자행되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4명의 유엔 전문가와 1명의 레바논 주재 유엔 임시군(UNIFIL) 소속 병사를 살해하였다.
이스라엘은 목적이던 군인 2명을 구출하지도 못했고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알자지라를 비롯한 언론에서 레바논 민간인들의 피해 상황을 보도하던 와중에 이스라엘군이 알자지라 중계팀을 공습하였고 이에 대응한 분노 어린 알자지라의 비난 보도로 이스라엘은 여론전에서 완패했다. 미국 방송들이 열심히 방어를 해 줬지만 결국 중립을 지키던 레바논 다른 종파 구역들도 이스라엘의 백린탄 등의 무기를 문제 삼으면서 나설 움직임을 보였고, 이스라엘은 장기전에 염증이 나 결국 150명이 넘는 전사자 및 다수의 부상 피해를 입으며 굴욕적으로 철수해야 했다. 헤즈볼라에게 반격을 당하고 물러선 전쟁이라 이스라엘에겐 패배나 다를 바 없는 굴욕으로 남았다.
헤즈볼라는 이 전쟁으로 아랍 세계의 영웅같은 존재로 부각되었으며, 이후 선거에서 승리하여 레바논 집권여당이 되었다. 덕분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선거 승리에 기여한 공로자라는 비아냥을 들었고 체포된 군인 2명도 모두 사망한 상태라 협상 끝에 시신만 겨우 돌려받는데 그쳤다. 결국 자국 군인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단 할루츠 이스라엘군 총참모장은 사임하였다.
전쟁에 대한 법적 평가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이 전쟁의 발단은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스라엘 병사의 살해 및 체포 사건이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즉각 철수하였고, 이스라엘은 복수를 다짐하며 레바논을 폭격하고 지상군을 투입하여 침공한다. 국제법적으로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평가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를 자위권의 행사로서 적법한 것이라 강변한다. 자위권 행사로서 무력공격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유엔헌장 51조와 관련 규정이 정한 요건, 즉 현존하는 무력공격을 격퇴하기 위한 임시의 전쟁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자위권을 행사하는 국가는 이를 즉각 유엔에 보고하고, 사태의 해결을 위하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헌장 7장에 정한 조치를 이행할 때까지만 자위권 행사로서 전쟁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레바론 비정규군에 해당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를 살해, 체포한 직후 철수를 한 상황이므로 “무력공격의 현존”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레바론 침공은 국제법적으로 단죄받아야 할 “침략”에 해당하는 행위이지 자위권 행사로서 적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즉 6차 서남아시아 전쟁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이 그 본질이며, 국제형사법으로는 “침략의 죄”에 해당하는 전쟁범죄 행위이다. 그 전쟁을 기획하고 지휘한 고위급 정치인과 군인들은 모두 국제형사법정에서 침략범죄로 처벌을 받아야 할 전범들이다.
위와 같이 전쟁 개시 자체가 불법으로서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것과 별도로 전투 과정에서 수많은 국제인도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였다.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별하지 않은 이스라엘의 폭격과 포격으로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이는 제네바 협약과 헤이그 협약을 주된 내용으로 구성된 국제인도법, 즉 전쟁수행의 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범죄행위이며 그 실행자들과 지휘자들, 모의자들은 모두 국제형사법정(ICC)에서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 국제협사법의 법리이다. 한편 이스라엘 영토 내로 로켓을 발사하여 민간인 사망자를 발생시킨 헤즈볼라의 행위도 민간인 보호 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한 전쟁범죄 행위이다. 그러나 늘 그러하듯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일방적 이스라엘 엄호를 하는 탓으로 전범들을 현실적으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인 살상 행위에 대하여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해서 민간인 사상자를 늘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적 근거가 부족한 일방적 주장이며, 설사 전투그룹이 군사적 목적으로 민간인을 앞세워 상대방의 공격을 무디게 하는 행위를 한다 할지라도, 자위권 행사의 요건인 긴급성이 없는 전쟁 상황에서 민간인 공격을 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1986년 5차 서남아시사 전쟁에서 사브라샤틸라 대학살로 대표되는 전쟁범죄를 저질렀듯이 2006년 6차 서남아시아 전쟁에서도 여러차례에 걸쳐 수많은 민간인을 살해하였으므로 역시 전쟁범죄자의 국가로서 단죄되어야 한다.
[기고] 성상희 / 변호사. 생명평화아시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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