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침산동의 한 빌라에서 보증금 15억원을 가로챈 전세 사기 임대인이 구속됐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와 북부경찰서에 25일 확인한 결과, 북구 침산동 전세 사기 빌라 임대인 40대 A씨에 대해 대구지법이 지난 24일 구속 결정을 내렸다.
16가구 피해자들이 지난해 5월 북부경찰서에 A씨를 사기죄 혐의로 고소한 지 8개월 만이다. 경찰은 오는 26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6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기본적인 증거 수집이 돼 있는 점을 이유로 기각했다.
북부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지난해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과 청구 시기를 조율했다"며 "수사를 종결하고 내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빌라의 전세 사기 피해자는 모두 17가구다. 피해자만 39명이고, 피해 액수는 15억5,000만원에 이른다. 피해자 대부분이 20~40대 청년이거나 신혼 가구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임대인 A씨가 소유권을 가진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어 명도소송(주택인도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신탁회사는 지난해 8월 피해자들에게 명도소송 소장을 보냈다.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17가구 가운데 16가구에서 소송이 진행된다. 이중 3가구는 지난해 12월로 예정됐던 명도소송 일정을 3월로 연기했고, 13가구는 아직 재판 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법원이 신탁회사의 손을 들어줄 경우 '강제퇴거' 조치가 이행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집에서 쫓겨나게 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전세사기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는 신탁사기 피해자들에 대해 법원이 명도소송을 1년 유예하거나 정지할 수 있게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 사업자로부터 신탁사기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들은 임대인 구속을 반기면서도 명도소송 중지·연기를 위해 '전세사기 특별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 정태운(33)씨는 "법원 앞에서 1인시위도 하는 등 임대인 구속을 위해 노력했지만 기각됐을 때 절망했다"면서도 "늦었지만, 이제라도 구속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인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구속하고, 강력한 처벌만이 피해자들을 위한 길"이라며 "명도소송 전에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 보증금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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