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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박정희 동상'에 계란·밀가루 세례...동문들 "역사의 죄인, 동상 철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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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경산캠퍼스에 2.8m 박정희 동상
"설립자 기념"...동상 건립 18일 만에 굴욕
민주동문회 10일 학내에서 기자회견 열어
동상에 '죄인' 피켓 걸고 검은 천으로 덮어
설치 과정 공개, 최외출 총장 파면 등 요구
"대학교 설립자? 10원 한푼 안낸 강탈자"
"헌정질서 파괴한 친일·독재자 동상 안돼"
대학 직원들, 경찰 신고...후속 조치할 듯

경북 경산시에 있는 영남대학교 캠퍼스 안 박정희 동상이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는 굴욕을 당했다.

대학 설립자를 기념한다며 대학 측이 황금빛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한 지 18일 만이다. 

계란과 밀가루를 던진 장본인은 영남대를 졸업한 동문들이다. 이들은 "박정희는 영남대 설립자가 아닌 강탈자"라며 "영남대는 친일, 독재자의 동상을 캠퍼스에서 즉각 철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남대 한 동문이 박정희 동상에 밀가루를 뿌리고 있다.(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 한 동문이 박정희 동상에 밀가루를 뿌리고 있다.(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 박정희 동상에
영남대 박정희 동상에 "역사의 죄인"이라는 피켓이 걸렸다.(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 민주동문회(회장 이형근)는 10일 오후 영남대 캠퍼스 내 천마아너스파크(경산시 대학로 280)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반민족 행위자이자 독재자인 박정희 동상 설치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최외출 총장과 영남대는 박정희 동상을 즉각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동문회는 "박정희 독재정권이 국가 권력을 이용해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강탈한 뒤 강제 합병했지만, 박정희 사망 후 영남대를 취득한 박근혜씨가 1988년 각종 비리를 자행하다 발각됐을 때 스스로 밝혔듯 '단돈 10원도 영남대에 낸 적이 없고, 학교의 주인도 아니다'라고 인정했다"며 "이는 박정희가 영남대의 설립자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 시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남대는 박정희 동상 설치가 정당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면 비밀리에 기습적으로 관련자들만을 초청해 행사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널리 알려야 했다"면서 "이렇게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동상 설치를 진행하고도 동상 설치의 정당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박정희 동상 철거 ▲박정희 동상 설치 과정·내용 전면 공개 ▲최외출 총장 파면 등을 요구했다.

'영남대 박정희 동상 설치 규탄 기자회견'(2024.11.10.영남대 천마아너스파크)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 박정희 동상 설치 규탄 기자회견'(2024.11.10.영남대 천마아너스파크)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 민주동문회 회원들이 박정희 동상에 검은 천을 씌우고 있다.(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 민주동문회 회원들이 박정희 동상에 검은 천을 씌우고 있다.(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형근(국사학과 91학번) 영남대 민주동문회장은 "어떻게 교육기관에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동상을 세울 수 있단 말이냐"며 "군사 쿠데타로 독재와 학살을 자행했던 자의 동상을 학교 구성원과 국민들의 힘으로 철거되는 날까지 노력하겠다"고 규탄했다.

권오근(철학과 81학번)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장은 "대학의 본질이 진리를 탐구한 진리의 정당인데도,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장본인의 동상이 세워졌다"면서 "정치 권력에 기대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세워진 동상은 즉시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남대 동문들은 기자회견 뒤 '역사의 죄인'이라고 적힌 피켓을 동상에 걸고, 계란 4개와 밀가루를 던졌다. 이후 동상을 검은 천으로 덮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왼쪽부터) 이형근 영남대 민주동문회장, 권오근 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장(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이형근 영남대 민주동문회장, 권오근 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장(2024.11.1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 경비 직원들은 민주동문회가 동상에 계란과 밀가루를 던지자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집회 신고 여부와 주최 측을 확인한 뒤 돌아갔다. 대학은 후속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영남대는 지난 10월 23일 영남대 천마아너스파크에 '설립자 박정희 동상'을 세우고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식에는 최외출 총장을 비롯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보수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돈 영남대 미주연합총동창회장이 "대학 설립자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해달라"며 발전기금 4억여원을 기탁해 지난 4월부터 건립을 추진했다. 높이는 2.8m다. 30cm 기단에는 "영남대 설립자 박정희 선생"이라고 적혔다.

한편, 영남대 전신은 1947년 경주 최부자집의 최준(崔浚.1884~1970) 선생이 세운 대구대학과 1950년 최해청(崔海淸.1905~1977) 선생이 설립한 청구대학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67년 두 대학을 강제 합병해 영남종합대학을 발족시키며 영남학원 법인을 만들었다. 1981년부터 2011년까지 정관 1조에는 박정희가 교주로 명시돼 있었다.

1979년 박정희 사망 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교주 박정희 유족이라는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사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씨 의붓아들 조순제씨의 각종 비리가 드러나 1988년 국정감사를 받았고, 박근혜씨는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재단 정상화를 위해 종전법인에게 이사 추천권을 부여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설립자 유족이라는 이유로 박근혜씨에게 이사 7명 중 4명 추천권을 줬다. 이후 '새마을장학생 1기'인 최외출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가 지난 2021년 제16대 총장에 올랐다. 최 총장은 내년 2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제17대 총장 공모에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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