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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박정희 동상' 학생들 찬반 논쟁..."설립자 맞나" 비판에도, 대학 건립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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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에타에 게시물 20여건
'반대' 의견 대다수 "학교 뺏은 사람, 우상화"
학과별 투표에서도 '건립 반대'가 더 높아
반면 "학교 설립자 못 만들 것 없다" 찬성도
총학생회 단대별 설문조사 "반대가 더 많아"
대학본부 "구성원 동의 확보 규정 없어, 추진"

경북 경산 영남대학교가 캠퍼스 내 '박정희 동상' 건립을 추진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학 설립자의 동상을 짓는 데 문제가 없다"는 찬성 측 입장과 "설립자가 아닌데 왜 동상을 건립하냐"는 반대 의견이 엇갈렸다.  

"대통령이기 이전에 우리 학교 설립자"...영남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상 설립에 찬성하는 글 (2024.9.25) / 화면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대통령이기 이전에 우리 학교 설립자"...영남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상 설립에 찬성하는 글 (2024.9.25) / 화면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학교 설립자도 아니고 뺏은 사람으로 동상을 만드는 것 찬반 투표를 하냐"...영남대 온라인 커뮤니티 동상 건립 반대 글(2024.9.25) / 화면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학교 설립자도 아니고 뺏은 사람으로 동상을 만드는 것 찬반 투표를 하냐"...영남대 온라인 커뮤니티 동상 건립 반대 글(2024.9.25) / 화면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영남대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25일 박정희 동상 관련 글 20여건이 게시됐다. 일명 '에타'는 국내 최대 대학생활 플랫폼으로 학교별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학생증 인증 없이는 가입할 수 없다. 

학 익명의 영남대 재학생은 박정희 동상 건립에 대해 "학교 설립자일 뿐인데 못 만들 것도 없지 않냐"며 찬성 의견을 게재했다. 또 다른 학생도 "대통령이기 전에 우리 학교 설립자"라며 건립을 긍정적으로 봤다. 

반면 또 다른 학생은 "학교 설립자도 아니고, 학교를 뺏은 사람의 동상을 만드는 것에 대한 투표를 한다는 게 한숨만 나온다"면서 동상 건립을 비판했다. 또 다른 학생도 "박정희가 위인인 것을 알지만, 왜 지금 동상을 세우고 우상화를 하냐"며 반대했다.

전체 게시글과 댓글 중 60% 가량이 동상 건립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일부 학과의 투표 결과를 올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2024.9.25) / 화면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일부 학과의 투표 결과를 올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2024.9.25) / 화면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일부 학과에서 진행한 '박정희 동상 설립' 찬반 투표 결과도 게시글에 올라왔다.

해당 글에 따르면, A학과에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은 4명인 반면, 반대는 49명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B학과에서도 투표를 한 결과 찬성 2명, 반대 12명이 나와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

영남대학교 총학생회도 9월 초부터 캠퍼스 내 박정희 동상 건립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4개 단과대별로 자체 투표를 요청했다. 각 단과대 내 일부 과들은 투표에 참여했지만 일부는 불참했다. 25일 현재 모든 투표를 종료해 최종 찬반 결과를 취합 중이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대학본부에서 요청해 동상 건립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반대 여론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투표자 수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정리해 이번 주 내로 본부에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터에 있는 박정희 동상 / 사진.평화뉴스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터에 있는 박정희 동상 / 사진.평화뉴스

실제 학생들 사이에서도 동상 건립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은 편이다.

영남대 휴먼서비스학과 23학번 이모(20)씨는 "학생들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며 "총학생회도 입찰이 끝난 뒤 뒤늦게 설문을 진행해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영남대학교가 어떻게 '박정희 대학'이 됐는지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설립자라는 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외교학과 23학번 권모(20)씨는 "대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 누군가를 기념하는 동상을 세우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했다.

새마을국제개발학과 20학번 전모(25)씨도 "한 개인이 기부한 돈으로 동상을 세우겠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학생들의 반대 여론이 큰 것을 감안하면서까지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영남대학교의 설립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영남대학교 개교 77주년 OX퀴즈 / 사진 출처.영남대학교
"영남대학교의 설립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영남대학교 개교 77주년 OX퀴즈 / 사진 출처.영남대학교

반면 영남대 측은 학생들 여론이나 투표 결과와 상관 없이 동상 건립은 이미 확정된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영남대 홍보팀 관계자는 "학생들의 등록금 등 교비를 사용해서 동상을 건립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 기금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동상 설립에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규정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개별적 의견들을 일일이 다 대응하기는 힘들다"며 "동상 건립에 대해 학생 설득 등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남대는 지난 4월 영남대 동문 A씨가 "영남대 설립자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해달라"는 취지로 대학에 발전기금 4억여원을 기탁하자 캠퍼스에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7월 '영남대학교 설립자 동상 디자인 설계 및 제작 용역' 입찰 공고를 냈고, 작가를 선정해 동상 제작을 진행 중이다. 설치 예정 장소는 대학본부 좌측 천마아너스파크 일대다. 높이 2.5m~3.5m 정도로 추정된다. 올해 안에 제막식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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