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에 있는 사립대 영남대학교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주제로 한 달력을 배포해 논란이다.
캠퍼스에 박정희 동상을 설립해 논란을 빚더니, 이번엔 달력을 수천부 제작하고 전달해 뒷말이 나온다.
달력을 받은 일부 교직원들은 수령을 거부하거나 본부에 반납할 예정이다.
"독재자", "대학 강탈자", "친일" 등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는 특정 정치인을 대학이 굳이 달력으로까지 제작해 기리는 것은 "불쾌하다",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영남대(총장 최외출)에 16일 확인한 결과, 영남대는 지난해 12월 중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글씨 등이 담긴 벽걸이형 달력 2,800부와 탁상용 달력 3,700부 등 모두 6,500부를 제작해 교수·교직원·동문 등에게 배포했다.
대학 측은 지난해 10월 학교 홈페이지에 '2025년 영남대학교 캘린더 제작' 입찰공고를 냈다. 제작에 필요한 예산은 모두 4,034만8,000원으로 책정했다.
달력을 보면 '새역사를 창조하자'(1월) '민족중흥의 길'(2월), '참되고 씩씩하게(5월)', '교육은 국가의 기반'(9월) 등 박 전 대통령의 친필 글씨가 실렸다. 글씨는 영남대 소유물과 국가기록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학교 설립자로 볼 수 없다"는 비판과 함께,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는 학교에서 논란이 있는 사람의 기념물을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분회장 권오근)는 달력을 받은 뒤 조합원들에게 "반납을 희망하면 노조로 다시 가져오라"고 공지했다. 반납된 달력은 현재 노조 사무실에 보관 중이다. 다음 주쯤 학교 본부에 돌려줄 예정이다.
권오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장은 16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학교로부터 받은 달력을 늦게 확인하고 노조 조합원들에게 반납을 원하면 다시 가져오라고 공지한 상태"라며 "학교로부터 달력 100여부를 받았지만 수령한 조합원은 절반 정도고, 이 중에서도 상당 부분이 반납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사회의 인사들과 최부자집이 세운 영남대의 역사를 학교 측이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는 것 같다"면서 "박정희를 설립자로 내세운 부분은 영남대의 설립 정신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영남대 A객원교수는 이날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학내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텐데, 특정 정치인의 휘호를 실은 달력을 받으니 당혹스러웠다"며 "불편했다"고 말했다.
역사단체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친일·독재 행위를 들며 교육기관에서 기념할 인물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이날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계엄을 3번이나 선포하고, 친일 행적이 있는 박정희는 미래 세대가 기념하고 모범으로 삼을 인물이 전혀 아니다"라며 "학생들을 교육하는 공적 기관인 영남대가 시대에 맞지 않는 박정희 옹호로 학교의 명예를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영남대 측은 해마다 학교를 소재로 한 달력을 만들어 왔고, 올해만 주제를 설립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영남대 홍보팀 관계자는 "매년 영남대 박물관 소지 유물이나 학교 전경 등을 담은 달력을 만들어 왔는데, 올해는 설립자 박정희 선생을 주제로 한 것뿐"이라며 "달력을 배포한 부서들이 현재까지 달력을 회수했거나 반납받은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영남대학교는 지난해 10월 23일 경산시 대학로 280 영남대 캠퍼스 내 천마아너스파크에 높이 2.8m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웠다. 학교 동문인 이돈 영남대 미주총연합동창회장이 "설립자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해달라"며 대학에 발전기금 4억여원을 기탁했다.
이에 영남대 민주동문회는 "박정희는 영남대의 설립자가 아닌 강탈자"라며 "독재자의 동상을 학교 내에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때문에 지난해 11월 10일 영남대 박정희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철거"를 요구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