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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에 들어선 2.8m '박정희 동상'...학생들 '반대'에도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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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아너스파크에 2.8m 황금빛 동상
비석에 '국민교육헌장'과 약력 등 기재
제막식에 최외출·김기춘 등 150여명
"민족 중흥에 기여, 설립자 뜻 기릴 것"
학생들 찬반 투표 결과, 반대가 우세
에타에도 "동상 건립 반대, 문제 의식"
총학생회, 의견 수렴해 입장문 발표

"독재자, 강탈자"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남대학교가 캠퍼스에 기어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웠다.

영남대학교(총장 최외출)는 23일 오전 경북 경산시 대학로 280 영남대 천마아너스파크에서 '영남대 설립자 박정희 선생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동상은 천마아너스파크 우측편 광장에 세웠다.

전체 2.8m 높이의 황금빛 박정희 동상이다. 박 전 대통령 모습을 본 딴 동상의 높이는 2.5m고, 동상을 세운 기단이 30cm다. 기단에는 "영남대학교 설립자 박정희 선생"이라고 적혔다.

동상 뒤편에는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동상 왼편에 놓인 비석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민교육헌장' 전문이, 오른편에는 박 전 대통령 약력이 새겨졌다. 

박정희 동상이 영남대 캠퍼스 내에 세워졌다(2024.10.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희 동상이 영남대 캠퍼스 내에 세워졌다(2024.10.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제막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동상 주위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2024.10.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제막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동상 주위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2024.10.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제막식에는 최외출 영남대 총장을 비롯해 박정희 동상 설립 비용을 부담한 이돈 영남대 미주총연합동창회장, 동상을 제작한 김영원 전 홍익대 조소과 교수, 한재숙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장, 이상천 영남대 11대 총장, 서길수 15대 총장이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박정희 유신정권의 '유신헌법' 기초에 참여한 김기춘 박근혜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보수 정치권 인사들을 포함해 모두 150여명이 이날 제막식에 참석해 동상 건립을 축하했다.

이 밖에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국민의힘 강대식(대구 동구군위군을), 김승수(대구 북구을),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김석기(경북 경주시), 조지연(경북 경산시) 국회의원 등 현역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제막식을 기념하는 축전을 보냈다.

영남대는 '설립자 동상 건립문'을 통해 "영남대학교 설립자인 박정희 선생은 조국의 근대화와 민족중흥이라는 원대한 꿈과 청사진을 국민에게 제시했다"며 "또 모든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을 세계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또 "명문 사학인 영남대를 설립해 민족중흥을 위한 동량(棟樑)을 양성하도록 했다"면서 "박정희 선생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후학들이 국가 발전에 공헌할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동상을 제작해 교정에 세웠다"고 밝혔다.

최외출 총장은 "박 전 대통령 동상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설립자 정신의 상징"이라며 "단순한 기념물이 아니라 영남대가 설립자의 뜻을 이어받아 학문과 실천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박정희 동상 왼편에 세워진 국민교육헌장 비석(2024.10.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희 동상 왼편에 세워진 국민교육헌장 비석(2024.10.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제막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동상 베일을 벗기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2024.10.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제막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동상 베일을 벗기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2024.10.23)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동상 건립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이돈 영남대 미주연합총동창회장이 "영남대 설립자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해달라"며 대학에 발전기금 4억여원을 기탁하자, 영남대는 이를 마중물로 삼아 동상 건립을 추진했다.

학생들과 영남대 민주동문회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영남대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게시된 지난 18일 총학생회 문의 사항 답변을 보면, 한 학생은 "동상 설립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낼 장소는 학생회밖에 없다. 최소한의 성명 정도는 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학생 권리를 대변하는 총학생회는 동상을 세우는 것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총학생회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영남대 총학생회는 "동상 설립에 대한 학생들과의 소통 부재, 본부 요청으로 시행한 투표 결과에 근거해 대다수 반대 입장인 것을 대학본부에 전달했다"며 "의견을 수렴해 입장문을 발표하겠다"고 답변했다.

앞서 영남대 학생 에타에는 "강탈자 기념은 안된다", "박정희는 영남대 설립자가 아니다"라는 동상 건립 반대 의견 게시글들이 여러 건 올라왔다. 또 총학생회는 찬반 투표 결과를 모아 대학본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영남대 민주동문회도 "독재 권력을 이용한 강탈자 동상 건립은 잘못된 일"이라는 입장을 냈다.  

'영남대학교 설립자 박정희 동상 제막식'(2024.10.23.영남대 천마아너스파크)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영남대학교 설립자 박정희 동상 제막식'(2024.10.23.영남대 천마아너스파크)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196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구(舊) 대구대학-청구대학을 강제 합병해 영남종합대학을 발족시켜 '영남학원' 법인을 만들었다. 1981~2011년까지 정관 1조에는 박정희가 '교주'(현재 설립자)로 명시돼 있었다. 1979년 박정희 사망 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교주 박정희 유족이라는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사장에 임명했다. 박정희·박근혜는 출연 재산 한 푼 내지 않고 영남학원을 장악했다.

하지만 1980년 학내민주화 열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후방으로 물러나 8년간 평이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최순실씨 아버지 최태민씨의 의붓아들 조순제씨 등 당시 박근혜 측근의 비리가 드러나 영남학원은 1988년 국정감사를 받았고 비리가 사실로 밝혀져 박근혜-최씨 일가는 전면 사퇴해 20년간 관선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됐다. 이후 2006년 노무현 정부는 '관선임시이사 해제 사학'으로 지정해 '정상화추진위'를 꾸렸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다시 '설립자의 유족'이라는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사 4명 추천권을 부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영남학원 이사 7명 중 당연직 이사 4명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천했다. 이들은 현재 모두 물러난 상태지만 영남학원에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이사 과반수가 구재단 '박근혜 사람'으로 구성돼 총장, 학장, 의료원장을 선출직에서 임명직으로 바꾸는 등 자신들이 원하는 인사를 영남학원 산하 기관에 임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새마을장학생 1기생'인 최외출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가 영남대 총장에 오르면서 의혹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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