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 후 계속 갈등을 빚는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의 향방을 논의하는 대구시민 토론회가 열렸다.
동상 건립 절차의 문제점 지적과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동상을 세워 기념할 인물인지 등을 따졌다.
'박정희 우상화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상임공동대표 엄창옥)'와 육정미(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대구시의원, 민주당 대구시당, 조국혁신당 차규근 국회의원, 진보당 윤종오 국회의원은 10일 오후 대구시의회에서 '박정희 동상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시민토론회를 열었다.시민 30여명이 자리했다.
이정우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가 주제 발표에 나섰고, 최봉태(변호사) 대구시민헌법학교 고문, 육정미 대구시의원, 허소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 정한숙 조국혁신당 대구시당 여성위원장,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엄창옥 대표 사회로 2시간 넘게 토론을 진행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정우 교수는 10가지 이유를 들어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동상 반대 이유로 ▲친일파 ▲기회주의자 ▲무한 권력욕 ▲반민주 독재 ▲반통일 민족대결 ▲경제 부흥 거짓, 경제 망친 장본인 ▲부패 ▲부동산 투기 ▲반여성적인 도덕성 ▲포악성을 들었다.
그는 "친일파 중에 친일파, 쿠데타 장본인 민주주의 적인 박정희 동상을 대구에 세운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박정희 동상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자신의 대권 가도를 위해 세웠던 실패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정희 동상으로 인해 대구는 보수 온상의 오명을 쓰고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조속히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대구역 광장 그 자리에 대구의 자랑이자 자부심인 독립투사 이상화나 문인 현진건, 화가 이인성이나 이쾌대, 노동운동가 전태일 동상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최봉태 고문은 "동상을 세우기 전에 토론하고 합의 후 세우는 게 정상"이라며 "하지만 홍 전 시장은 공공부지에 동상을 세우면서 절차를 무시해 공공성을 훼손했다. 때문에 현재 갈등이 발생했다" 지적했다. 동상 건립 찬반과 관련해서는 "최소한 헌법을 짓밟은 자를 추앙하는 동상을 세워 기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박정희는 쿠데타로 헌법을 짓밟았다. 공동체 규범을 파괴한 것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인민혁명당 조작 사건을 비롯해 박정희 시대에 얼마나 많은 사법 피해가 있었냐"면서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돼 피해자 상처가 겨우 치유되는 과정인데, 대구시가 공적 자금으로 가해자 동상을 세운 것은 제2의 가해"라고 비판했다. 특히 "헌법을 위반한 사람을 찬양하는 행위는 반헌법적"이라고 꼬집었다. 국채보상운동, 2.28학생민주운동 등 '대구의 정신'과 비교해 박정희 동상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쓴소리도 했다. 최 고문은 "독립운동가들이 나라를 구하는 바로 그 정신이 대구 정신의 본질"이라며 "일제강점기 일본군 장교를 한 것도 반성하지 않는 박정희의 정신과 대구 정신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더군다가 대구의 상징적인 장소에 동상을 세우는 것은 대구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민 1만4,754명이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라는 내용의 조례안을 주민 발의했지만, 대구시의회가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 현실도 비판했다. 최 고문은 "살기 바쁜 시민들이 집행부 조례를 무효화해달라고 서명한 행위는 주권자의 행위"라며 "더 무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대구시의회의 유일한 민주당 1석, 육정미 대구시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떠나 주민들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조례를 만들고 그런 동상을 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재 국가철도공단이 대구시를 상대로 철거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대구시의회가 조례를 상정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인의 명명한 기념사업 조례는 안된다"면서 "다른 지자체들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지, 000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는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허소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전직 시장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부적절한 인물을, 부적절한 장소에 일방적으로 동상을 설치했다"며 "무책임하게 대권놀음에 동상을 세우고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단순하게 동상을 철거하면 좋겠지만 중앙정부와 행정안전부, 대구시, 대구시민들의 힘 모두 거기에 닿지 않는 것 같다"면서 "결국 정치와 권력을 통해서 풀 수 밖에 없다. 시민들의 지지를 확보해야 논란의 사업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의원 중 3분의 1이라도 민주당이 당선된다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다양한 시의회를 구성한다면 국민 세금으로 지은 공공장소의 다양성 수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한숙 조국혁신당 대구시당 여성위원장은 "공공조형물은 시민 모두의 의견을 담아야 하는데, 박정희 동상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게다가 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박정희는 성차별적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청계피복노조와 YH무역 등 에서 여성노동자들에게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강요한 인물"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집권 정당인 민주당이 이 문제와 관련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조형물에 대한 법적, 제도적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며 "필수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독일은 나치, 스페인은 프랑코 정권 등 각 국가가 독재정권에 대한 조형물 설치나 찬양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면서 "우리도 일일이 대응할 일이 없도록 법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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