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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민주주의가 경쟁력이다"...홍덕률 총장의『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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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홍덕률 지음 | 한티재 펴냄 | 2025)

  대구대 홍덕률 전 총장이 최근 펴낸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은 개인적으로 매우 기다리던 매력적인 책이다.

 대학 출입기자를 오래한 나는 우리나라 대학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대구대가 우리나라 사립대학 가운데 최고다’라고 자주 강조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 근거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홍 전 총장 책을 흔쾌히 추천할 것이다.

 내가 그동안 대구대가 우리나라 사립대 중 최고이고, 대구경북지역에 대구대가 있는 것이 큰 영광이며, 지역사회가 대구대의 제대로된 가치를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입시 커트라인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간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대학은 아니다. 그 기준만으로 대학을 평가할 수도 없다. 

 우리는 그동안 대학을 너무 피상적으로 바라봤고 대학이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관념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대학 출입기자 때부터 늘 그 점이 아쉬웠다. 지역사회에 핵심적인 혁신기관이라할 대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대학과 지역사회간 상호교류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이 점이 늘 안타까웠는데, 홍 전 총장의 책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은 대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내용을 담고 있어 우리나라 대학혁신에 중요한 지침서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홍덕률 지음 | 한티재 펴냄 | 2025)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홍덕률 지음 | 한티재 펴냄 | 2025)

 내가 대구대가 사립대 가운데 최고라고 이야기하는 근거를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다. 

 대구대 교수들은 여느 사립대가 부러워할 정도로 자율성을 향유하고 있다. 그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대구대 교수들의 대학에 대한 애정, 학생들에 대한 열정, 지역사회와 국가혁신을 위한 다양한 대외활동 등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다.

 대구대 직원들 만족도 또한 다른 대학 구성원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대학을 신의 직장, 또는 신이 감춰둔 직장이라고들 하지만 지금은 다소 빛바랜 직장이 됐다. 대학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모집의 어려움 등으로 대학 근무여건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대도 다른 사립대처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직원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이 강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바로 내 대학, 우리 대학이라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위기가 닥치면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립대는 대학 자율성이 위축되고, 학내 거버넌스 체제는 무너지고 있으며, 법인 통제가 강화되면서 또다른 위기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달리 대구대는 총장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고, 한 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교수회의 기능도 정상적으로 회복했다. 건전한 직원노동조합이 활동 중이고 총학생회도 대학 거버넌스의 한 주체로 당당한 위상을 갖고 있다.

 대구대의 이런 장점, 매력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구성원이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돼 불의에 항거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학의 모습을 스스로 가꾸어 왔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간의 길고 긴 민주화의 여정을 구성원 모두 함께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홍덕률 전 총장이 펴낸 책인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은 대구대가 분규 속에서도 당당히 최고의 사학으로 성장한 그 긴 여정을 여과없이 담고 있다.

 1988년 당시 설립자의 장남인 이태영 총장이 신병치료 차 미국으로 가면서 학교운영에 공백이 생겨 학내문제가 잉태되기 시작할 때 홍덕률 총장이 신임 교수로 부임해 왔다. 그리고 기나긴 임시이사체제를 끝내고 대구대가 정상화됐을 시점인 2021년 6월 홍 전 총장은 대학을 떠났다. 공교롭게 홍 전 총장의 33년 3개월 대구대 재임기간은 대구대 민주화 과정이기도 하다. 홍 전 총장과 대구대는 운명처럼 엮어있는 것이다.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은 1993년 대구대 분규 시작부터 교수협의회 활동, 자신의 재임용 탈락과 해직, 교육부 임시이사 파견, 직선 총장 취임, 복직 등 파노라마 같은 대구대의 민주화 과정이 가감없이 펼쳐진다. 이후 총장으로서 법인 정상화에 힘쓰는 한편 대학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나선 과정을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구(舊) 재단측으로부터의 숱한 피고발, 죽음의 유혹, 벌금 1천만원 선고, 학생이 열어준 총장 취임식 등 상처와 보람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있다.

 대구대는 재단 분규와 민주화 과정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사립대학에서 보기 드물게 구(舊) 재단의 복귀를 막고 학교를 정상화한 빛나는 역사를 갖고 있는데 그 빛나는 여정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직선 민주 총장 옹립을 위한 교수 전면 대응 촉구와 감사원 감사 촉구를 위한 학생 결의대회. 4천여 명의 학생들이 운집했다.(1993.4.노천강당) /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 56p.
직선 민주 총장 옹립을 위한 교수 전면 대응 촉구와 감사원 감사 촉구를 위한 학생 결의대회. 4천여 명의 학생들이 운집했다.(1993.4.노천강당) /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 56p.
교수재임용 탈락 및 비리 재단 규탄 학생 집회(1993.4.노천강당) /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 84p.
교수재임용 탈락 및 비리 재단 규탄 학생 집회(1993.4.노천강당) /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 84p.

 홍 전 총장은 총장 재임 중 ’이루고 싶은 꿈‘이 대학만큼은 ‘민주주의가 경쟁력이다'라는 등식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절대 권력을 휘두르거나 비교육적인 방법을 동원하거나 소위 주인을 영입해 기업식으로 대학을 경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구성원이 비전을 공유하고 지혜와 열정과 능력을 모아 내 결국에는 경쟁력까지 구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경쟁력이 배반되는 개념, 즉 양자택일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당연히 함께 구현해야 하고 최소한 대학에서만큼은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홍 전 총장은 대학 경쟁력을 제고하고 재정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것은 전국의 모든 대학에 던져진 숙명적 과제였지만 민주적 거버넌스를 훼손하는 방식은 대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힘주어 말한다. 대학만큼은 민주주의가 경쟁력이라는 점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고, 실제로 이를 실천한 노력들을 책에 담았다.

 대구대가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부분이 바로 이 점에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무엇보다도 홍 전 총장이 총장 재임 때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라는 새로운 대학 브랜드를 내세우며, 학생 중심 대학 경영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 대학 사회에서는 낯설었지만, 그 후 많은 대학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홍 총장과 대학 구성원들의 이런 노력 덕에 대구대는 학내 민주화를 이루고, 학교 경쟁력을 강화했으며, 학생이 행복한 대학으로 우뚝 선 것이다. 

   홍 전 총장이 이 책을 출판한 것은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대구대의 긴 민주화 역사가 대구대만의 역사가 아닌 우리나라 사립대학에 주는 특별한 교훈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구대의 그 30여년 역사가 주는 교훈이 기록되고 기억돼야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집필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학제도의 근본문제, 대학 거버넌스체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뒤돌아 보게 한다. 

 홍 전 총장은 대구대의 이런 역사는 현재 정체성과 윤리와 교육의 위기를 함께 겪고 있는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문제를 풀어 가는 데도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대가 우리나라 고등교육계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1인칭 시점이지만 단순히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을 실은 것이 아니라 ‘역사는 기록하고 기억돼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기록과 기억에 무게중심을 두고 사실과 기록을 확인해 가며 대구대 민주화 역사를 담아 사료적(史料的) 가치도 높다. 사회학자로서 사실과 근거, 논리적 전개를 통해 대구대 민주화 과정을 담담한 필체로 펼쳐냈다.

 500페이지가 넘는 다소 방대한 분량이지만 대구대 33년 역사를 기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기에 기억을 되살리고 기록을 확인하고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 원고들이라 제작 과정에서 3분의 1을 덜어내야 할 때는 매우 아쉬움이 컷다고 한다. 어느 편린의 기억하나도 담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홍 전 총장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홍 총장은 33년여의 대구대 재직기간 동안 두 번의 경험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 번은 1993년 가을 법인에 의해 해직됐던 때다. 법인의 전횡과 비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는데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실은 외로웠다고 밝혔다. 그 때 홍 총장을 일으킨 것은 주위의 격려였다고 한다. 동료 교수들이 성금을 걷어 매월 생활비를 건네주었고, 189일이나 철야농성을 이어 갔다. 수천명의 학생들이 광장에 모여 해직이 부당하다며 원상회복을 주장한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동료 교수들과 제자들의 지지와 격려는 고난에 처했던 저를 지켜 준 힘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하나는 학생들이 마련해준 특별한 총장 취임식이다.

 홍 전 총장은 2013년 9월 12일 제11대 총장선거에서 1차 투표에서 56.8%를 득표해 총장에 당선됐다. 대구대 총장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겨 총장에 선출된 것이다. 그러나 이사회의 파행 등으로 인준을 받지 못해 거의 10개월 뒤인 2014년 7월 21일에야 총장 직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장기간의 총장부재로 업무가 산적해 총장 취임식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달쯤 지난 8월 말 이승혁 총학생회장과 박정웅 총대의원회 의장 등 학생 대표들이 찾아와 자신들이 총장 취임식을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학생행복선언식’ 이라는 특별한 총장 취임식이 열리고 온라인 방명록 등이 진행됐다. 홍 총장은 이 취임식을 ‘인생 최고의 영광’이라고 표현했다.

'학생행복선언식'을 마치고 학생들의 축하를 받다.(2014.9) /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 341p.
'학생행복선언식'을 마치고 학생들의 축하를 받다.(2014.9) / 『대학 민주화와 학생 행복』 341p.

  홍 전 총장과 학생들과의 기분좋은 추억은 학교를 떠날 때도 이어진다. 2021년 6월 홍 전 총장은 코로나로 학생들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정든 학교를 떠나게 된다.

  홍 전 총장이 학생들과의 급작스런 이별이 아쉬워 한국사학진흥재단 출근 전날인 일요일 저녁 사회학과 학생 게시판에 올린 작별 인사글을 누군지 알 수 없는 한 학생이 전교생이 사용하는 익명 게시판에 옮겨 소개했고, 그 글을 접한 학생들이 홍 전 총장 응원글을 올린 것이었다. 2021년 6월 21일 아침 영남일보에 실린 학생들의 감사한 마음이 담긴 기사를 죽 읽어 내려가던 중 가슴이 뭉클해 왔다고 한다.

 총장 재임시 구재단과의 힘겨운 싸움으로 지쳐 쓰러질 때마다 학생과 교수, 직원과 동문이 지켜 주었다고 홍 전 총장은 밝히고 있다. 

영남일보 2021년 6월 21일자 2면(종합)
영남일보 2021년 6월 21일자 2면(종합)

 나아가 홍 전 총장은 대구대가 정상화되고 지금의 위상을 갖기까지 지역사회와 언론의 도움이 컷다고 늘 이야기 하곤 한다. 대구대 구성원만으로는 힘에 부칠 때 늘 지역사회와 언론이 큰 힘이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홍 전 총장은 의미있는 일이나 국면 전환기에 대학구성원과 지역사회에 편지를 자주 보내는 편이다. 대구대에 대한 변함없는 격려와 응원을 감사하는 마음에서다.

 이번 출판 때도 어김없이 나에게 편지가 왔다. 그 편지에는 홍 전 총장이 왜 출판을 결심했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시간 저의 간절한 바람이 하나 있다면, 대구대학교에서 나아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사립대학들에서 더 이상 교권과 학습권이 위협받는 일,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대학과 교육현장의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대구대학교에서 보낸 33년 세월동안 ’대학 민주주와 교육 정의‘를 위해 열정을 쏟은 이유이자, 총장으로 일한 8년 동안 ’학생이 행복한 대학‘, ’학생 중시 대학 경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땀흘린 이유였습니다.”

 책 속에는 홍 전 총장의 어린 시절 추억, 청소년기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의 편린들, 가난으로 대학진학을 하지 못한 두 형의 이야기, 자신도 실업계고로 진학할 뻔한 가슴 아픈 가족사, 서울대 진학 후 사회학을 전공하게 된 배경, 학생운동 등 젊은 시절 삶의 여정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책 속의 길] 224

박종문 / 영남일보 기업M&A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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