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 사그라지지 않고 상류로 '확산'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7.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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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달성보-강정보-칠곡보...환경단체 "구미ㆍ상주 식수 위험" / 환경청 "독성 없다"


암녹색 수면에 녹조가 뭉쳐 있는 달성보 하류 옥산수문(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암녹색 수면에 녹조가 뭉쳐 있는 달성보 하류 옥산수문(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대강사업 구간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가 상류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올 6월 낙동강에 녹조현상이 발생했다. 7월에는 강정고령보를 지나 문산-매곡취수원 등 대구 식수원 일대로 번졌다. 대구시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류물질 분석 결과 조류농도(클로로필a)와 남조류가 매우 낮아 대구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녹조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구 낮 최고기온이 35.4도까지 치솟은 29일 오후. 낙동강 구미보 바로 아래 경북 칠곡군 칠곡보 상류. 녹색 페인트를 뿌린 듯 녹조덩어리가 군락을 이뤘다. 유속이 느린 곳은 오래된 녹조가 거품처럼 기이한 모양으로 변했다. 돌멩이를 던져 물보라를 일으켜도 잠시 흩어질 뿐 다시 덩어리를 이뤘다.

녹조덩어리가 떠다니는 검푸른 색 칠곡보 강물(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녹조덩어리가 떠다니는 검푸른 색 칠곡보 강물(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물과 섞이지 못하고 수면을 떠다니는 녹조 실타래(2013.7.29.칠곡보)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물과 섞이지 못하고 수면을 떠다니는 녹조 실타래(2013.7.29.칠곡보)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심지어 기름처럼 물과 섞이지 못하고 갈색으로 변한 녹조는 실타래처럼 수면을 떠다녔다. 검푸른 색으로 변한 강물은 풀과 쓰레기에 뒤엉켜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동그랗게 뭉친 작은 녹조덩어리는 물살에 휩쓸려가거나 유속이 느린 구간에 정체돼 조류띠가 됐다. 오후 6시가 되면서 기온이 내려가자 녹조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나뭇가지로 몇 번 휘젓자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칠곡보 주변 상인들은 녹색으로 변한 강물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휴가철을 맞았지만 녹조로 손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칠곡보 강변에서 뻥튀기를 파는 차상현(55.칠곡군 왜관읍)씨는 "매년 여름에는 수상스포츠나 캠핑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물이 녹색으로 변하면서 더럽고 냄새도 나서 이제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며 "보로 물을 가뒀으니 탈이 안날 수가 없다. 한숨만 난다"고 털어놨다.

칠곡보 좌안에 길게 이어진 조류띠(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칠곡보 좌안에 길게 이어진 조류띠(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낙동강 하류와 중류 상황은 더 심했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달성보' 하류 도동서원 앞 도동나루. 정오가 되면서 햇빛이 뜨거워지자 강물이 초록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강물 아래 가라앉았던 녹조가 연두색을 띠며 수면위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수면 전체를 뒤덮었다. 녹조덩어리가 바람을 타고 강가로 밀려나자 흙과 수풀, 바위도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달성보 하류 옥산수문은 녹조현상이 20m가량 이어졌다. 암녹색 수면에는 연두색 녹조덩어리가, 초록색으로 변색된 토양에는 벌레가 들끓었다. 달성보에는 수면 전체를 가로질러 노란색 물길이 만들어졌다. 녹조 속 미생물이 썩어 사체로 떠오르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보 우안에 뭉친 조류 사체는 맥주 거품처럼 덩어리져 악취가 진동했다. 막대기로 휘저어도 진득한 덩어리는 쉽게 흩어지지 않았다. 

달성보 하류 옥산수문...녹조 위에 조류 사체가 섞인 모습(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달성보 하류 옥산수문...녹조 위에 조류 사체가 섞인 모습(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거품으로 덩어리진 조류 사체에서 악취가 진동했다(2013.7.29.달성보 우안)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거품으로 덩어리진 조류 사체에서 악취가 진동했다(2013.7.29.달성보 우안)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여름방학을 맞아 낙동강 하류에서부터 자전거 여행을 하던 김시현(16.강원도 삼척시)군은 달성보 녹조를 보며 혀를 찼다. "여행 내내 낙동강에서 녹조를 봤다. 옆을 지날 때마다 하수구 냄새가 나서 역겨웠다"면서 "커다란 보 때문에 물이 섞은 것 같다. 어른들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산-매곡취수원이 있는 강정고령보 상류는 강 주변만 가도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강변으로 밀려나온 녹조 사체 냄새였다. 지난주부터 녹조현상이 가장 심각해 한국수자원공사가 매일 보트를 이용해 물보라를 일으켜 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녹조는 곤죽처럼 변했고 오래 방치된 곳은 토양과 바위까지 아예 초록색으로 변색됐다. 페인트를 뿌린 듯 주변 쓰레기와 보트 모두 녹색이다.

토양과 바위까지 초록색으로 변색된 강정고령보 상류(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토양과 바위까지 초록색으로 변색된 강정고령보 상류(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국장은 "7월 중순 강정고령보에 나타난 녹조가 현재는 칠곡보를 지나 상주대교까지 대량 증식해 낙동강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지금 창궐하는 녹조에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가 포함돼 낙동강 전체 식수원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된 대구시와 달리 "구미나 상주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칠곡보 바로 위 구미보까지 녹조가 확산 될 경우 이들 지역 식수에 치명적 위협"이라며 "4대강사업 전 1급수 물을 공급받던 구미와 상주는 여름이면 식수 안전에 비상이 걸리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대구시와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는 더 위험한 녹조대란 사태를 막기 위해 낙동강 주변의 모든 수상레저 활동을 중단시키고 보의 수문을 상시적으로 열어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달성보 수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조류 사체 물길(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달성보 수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조류 사체 물길(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달성보 조류 사체를 컵에 담자 '카페라떼'가 만들어 졌다(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달성보 조류 사체를 컵에 담자 '카페라떼'가 만들어 졌다(2013.7.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김만기 대구지방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 팀장은 "최근 낙동강 각 보에서 수질을 측정해보니 지난주보다 수치가 조금 올랐지만, 이틀 이상 유지되거나 대량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지 않아 큰 문제가 없다"며 "특히, 수질경보제와 조류경보제 어느 기준에도 미치지 못해 독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녹조 남조류에는 기포가 있어 수면에 잘 떠다니기 때문에 대구와 구미는 식수 안정성을 위해 수심 5-6m에서 취수 하고 있다"며 "식수에 남조류가 들어오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상주와 구미는 "하천의 모래가 오염물질을 1차 정수하기 때문에 독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실시한 지난 22일 수질 측정결과를 보면, 달성보-강정고령보-칠곡보-구미보의 조류농도(클로로필-a)는 각각 34.6, 19.9, 44, 9.8mg/㎥이다. 남조류 개체수는 달성보가 1,642cell로 가장 높았고 칠곡보는 1,405, 강정고령보는 421, 구미보는 68cell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칠곡보와 강정고령보, 창녕함안보에서 시범운영되는 '조류경보제' 기준을 보면, 조류농도(클로로필-a) 15이상, 남조류 개체수가 500이상이면 '예방', 조류농도 25이상, 남조류 개체수 5,000이상일 때는 '경보', 조류농도 100mg/㎥이상, 남조류 개체수 1백만이상일 때는 '대발생' 단계로 분류된다. 기준은 하나만 충족해선 안되고 2주 이상 유지돼야 각 단계에 맞는 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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