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대구 언론이 보는 비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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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시국선언, 국회 국정조사..."매일ㆍ영남, 민심과 어긋난 보도"


지역언론이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한 화두는 첫째 지역사회 역사적 사건을 주목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과 둘째 지역출신 고위공직자의 부적절한 행위를 따끔하게 꼬집는 것입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밝히는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역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대구권을 중심으로 딱 두가지만 요약한다면 지난 14일 진행된 대구경북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들의 첫 시국선언과 지역출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인 선서 거부 등 일텐데요.

이 현상을 바라보는 대구경북신문의 시선은 싸늘했습니다. 애시당초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현상을 <여러분, 댓글 보고 투표했습니까?>(8월 8일 매일신문 칼럼), <이해타산에 따른 기싸움, 하급정치 ‘비상’> (영남일보 8월 12일 칼럼) 정도로 폄훼시킨 지역언론이기에, 앞서 언급된 두 역사적 사건 자체가 자신들 기준에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매일신문> 2013년 8월 8일자 '사필귀정'
<매일신문> 2013년 8월 8일자 '사필귀정'
<영남일보> 2013년 8월 12일자 '송국건 정치칼럼'
<영남일보> 2013년 8월 12일자 '송국건 정치칼럼'

대구경북 사제 '102년만의 시국선언', 지역언론은?

지난 14일,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안동교구 사제를 포함해 506명의 수도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한겨레, 오마이뉴스, 평화뉴스 등의 언론 보도내용을 종합하면 대구대교구 사제들이 집단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은 1911년 교구 창설이래 102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87년 6월, 2008년 광우병과 4대강 논란, 2009년 용산참사때도 침묵했던 그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은 그만큼 지금의 사태가 위중하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한겨레> 2013년 8월 16일자 사설
<한겨레> 2013년 8월 16일자 사설

대구경북권에서 100여년 만에 나타난 역사적 사건, 대구경북권 사제들과 수도자의 시국선언은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민주주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에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의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려달라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요구인 것입니다.

지역의 라디오 방송, 인터넷 신문, 다른 언론에서 이 새로운 현상을 주목하고,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을 예측한데 반해 지역 <매일신문>, <영남일보> 뉴스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매일신문>은 8월 13일 2면에 <천주교 대구경북 사제들 내일 시국선언>이라는 예고기사, <영남일보>는 15일 6면 <천주교 대구대교구 첫 시국선언>제목으로 14일 시국선언 현장을 스케치만 했습니다. 기사 내용은 이들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요약하는 정도. 그리고 끝입니다. 두 신문 데스크에서는 이 시국선언을 일반적인 행사스케치 정도로만 규정한 것입니다.

<매일신문> 2013년 8월 13일자 2면(종합) / <영남일보> 8월 15일자 6면(사회)
<매일신문> 2013년 8월 13일자 2면(종합) / <영남일보> 8월 15일자 6면(사회)

대구출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증인선서 거부, 지역언론은?

또 다른 역사적 사건, 16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출석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대구 출신)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사건입니다. “재판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증인선서를 거부했다고는 하지만, 선서를 하지 않은 증인인 경우 위증한 경우에 대해서도 별도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작심하고 거짓말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19일 진행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증언을 통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고,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격려 전화를 했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했습니다.

<경향신문> 2013년 8월 20일자 1면
<경향신문> 2013년 8월 20일자 1면

김용판씨의 거짓말이 드러났지만, 증인선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합니다. 증인선서의 내용은 지극히 간단합니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한다”라는 것인데요. 선서를 하지 않았으니 처벌받지 않는다? 김용판씨의 두뇌회전은 정말 기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역민심이죠, 지역출신 고위공직자가 국가기관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선거개입에 더 치밀하게 개입한 정황이 나타났고, ‘증인선서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로 ‘지 혼자 살겠다고 거짓말을 쏟아내는 이 불편한 현실’에 민심도 술렁였습니다.

하지만 지역언론은 이런 민심과 어긋나고 있습니다.
<매일신문>은 8월 16일 12면 <증인 출석 김용판 증언 거부>, <영남일보>는 17일 1면 <원세훈, 김용판 증인선서 거부> 등으로만 기사화시켰습니다. 청문회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그냥 그대로 1줄 정도로만 언급한 것이죠.

<매일신문> 2013년 8월 16일자 2면(종합) / <영남일보> 8월 17일자 1면
<매일신문> 2013년 8월 16일자 2면(종합) / <영남일보> 8월 17일자 1면

대구의 분위기 바꾸자던 지역언론, 정작 변화의 물결엔 '인색'

<매일신문><영남일보>는 늘 이야기합니다. 정체된 대구지역사회에 새로운 물결이 필요하고, 지역출신고위공직자가 좀 더 중앙으로 진출해 이 지역을 좀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허공을 향한 주장’뿐이었다는 것이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바라보는 두 신문의 시각에서 드러납니다. 

권력이 불편해하는 일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규명 및 민주주의 복원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지역사회 역사적 사건과 지역출신 고위공직자의 부적절한 행동 또한 ‘나 몰라’하는 두 신문.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 언론은 또다시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운운할 것입니다.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중요한 사건에 대한 시시비비와 지역 민심을 제대로 주목하지 않은 그들이 외치는, 시민들의 눈과 귀를 모두 막아 놓은채 오직 선거의 모든 책임을 “유권자 판단”에만 맏기는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구권 유권자들은, 언제까지, 대구의 중요한 현안을 다른 지역 신문을 통해서 읽어야 한단 말입니까?






[평화뉴스 미디어창 243]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경남도민일보> 2013년 8월 20일자 사설
<경남도민일보> 2013년 8월 20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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