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8번째를 맞는 '대구퀴어문화축제' 집회신고는 지난해와 달리 종교단체 방해 없이 마무리됐다.
'제8회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위원장 배진교)'는 27일 대구중부경찰서와 대구지방경찰청에 오는 6월 26일 열리는 제8회 대구퀴어문화축제와 관련한 옥외집회(시위·행진) 신고를 마쳤다. 장소는 중구 대구백화점과 한일극장(현 CGV한일) 앞, 중앙파출소, 반월당네거리, 봉산육거리 등 동성로 15곳이다.
조직위는 26일 새벽 6시~27일 밤 12시까지 20여명이 2조씩 조를 짜 경찰서 2곳서 집회신고를 기다렸다. 지난해처럼 혹시 모를 일부 개신교 종교단체의 맞불 집회신고를 막기 위해서다. 같은 날짜, 장소에서 목적이 상반되는 집회신고를 하면 먼저 신고한 쪽에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종교단체가 먼저 신고를 해 경찰이 퀴어축제를 금지하고 법원이 다시 허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러나 올해 집회신고는 지난해와 달리 조용히 진행됐다. 간혹 종교단체 관계자 2~3명이 다가와 방해를 하기도 했지만 지난해처럼 큰 마찰은 없었다. 26일 저녁 대구중부서 앞에 모인 퀴어축제조직위 관계자들은 치킨과 맥주를 놓고 즐겁게 긴 하루를 견뎠다. 기타와 틴휘슬(관악기)에 맞춰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서로 농담을 주고 받는 평화로움 속에서 축제 '디데이 30일'을 손꼽았다.
12시간 긴 기다림 속에서 배진교(41) 대구퀴어축제조직위원장이 27일 새벽 1시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옥외집회 신고서 접수증'을 흔들며 기다려준 이들에게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렸다. '성소수자'들의 단 하루 축제마저 힘든 지역 현실 속에서 함께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배진교 위원장은 "혐오에 맞서 올해도 축제를 열게 돼 기쁘다"며 "무리없이 집회신고가 진행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행사 당일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 어느때보다 안전에 신경쓸 것"이라며 "지난해 오물투척 같은 불상사가 없길 바란다. 사랑이 혐오를 이긴다는 것을 올해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앞서 5월초 대구 중구청(구청장 윤순영)에 퀴어축제를 위한 대구백화점 야외무대 사용 신청도 이미 했다. 무대 사용권과 집회권을 얻어 올해도 대구 도심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축제가 열리게 됐다. 올해 대구퀴어축제 주제는 '불어라 변화의 바람'이다. 연극, 영화제, 토론회 등도 함께 진행된다.
한편 대구퀴어축제는 2009년 시작해 올해 8회를 맞는다. 지난해에는 1천여명이 참석했다. 퀴어(Queer)란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말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이 있다. 이 같은 퀴어축제는 서울과 대구에서만 열리고 있다. 서울에서도 오는 6월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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